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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이브 '그랜드 오픈'? 청계천 상인 한숨만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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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가든파이브 '그랜드 오픈'? 청계천 상인 한숨만 쌓여

개장 현장 가보니…곳곳에 텅 빈 매장, 상인간 다툼도 다반사

지난 2008년 12월 준공 후 연거푸 개장이 연기된 가든파이브가 10일, 준공 1년 7개월 만에 '그랜드 오픈'했다. 개장식이 열린 이날 오전, 오픈 축하공연이 열린 라이프(Life)동 가운데 마련된 광장에 몰려든 사람은 상당히 많았다. 이랜드그룹이 SH공사와 상인들로부터 매장을 임대해 오픈한 NC백화점을 찾은 쇼핑객의 수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백화점 곳곳에는 여전히 상인들이 SH공사와 이랜드그룹을 상대로 벌인 싸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백화점이 있는 패션관, 영관만 사람들로 북적일뿐, 리빙관과 테크노관은 여전히 유령도시처럼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테크노관 2층에서 문을 연 상점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10일 진행된 가든파이브 오픈 기념식. ⓒ프레시안(이대희)
가든파이브는 이명박 전임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공사를 실시하면서 인근 상인들에게 대체 상업 부지를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한 후 서울시가 개발한 동남권유통단지다. 패션·영·리빙·테크노관으로 구성된 라이프동과 중소기업 업무용 단지인 웍스(Works)동, 건설자재와 대형 스파 시설이 있는 툴(Tool)동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복합쇼핑단지다.

청계상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높은 분양가로 논란이 빚어지는 등, 준공 후에도 입주율이 저조해 세 차례나 오픈일정이 미뤄졌다. 겨우 문을 열었지만 현재도 계약률은 72퍼센트, 입주율은 51퍼센트에 불과하다.

상인들, 장사나 할 수 있으려나

NC백화점으로 이름이 바뀐 패션관은 오픈일을 맞아 찾아온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이랜드그룹은 예전에 인수한 뉴코아 아울렛을 이용해 NC백화점 1호점을 이곳 1층부터 7층에 열었다.

그런데 이곳은 원래 서울시가 청계 상인을 비롯한 일반 상인에게 분양해주기로 한 패션단지다. 서울시의 예정대로 입주가 제대로 됐다면 백화점 대신 동대문 상가와 같은 형태의 쇼핑단지가 구성됐어야 마땅하다. 가든파이브가 원래 취지와 완전히 다른 쇼핑센터가 된 셈이다.

이유는 상인들의 입주율이 극히 저조해 도저히 정상적인 오픈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곳을 10년간 이랜드그룹에 임대했다.

SH공사 활성화기획단 관계자는 "입주율이 저조해 오픈이 미뤄지다보니 상인들이 아울렛 유치를 요구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계약 당시도 청계천 상인들이 가진 면적은 전체 매장 중 3개층을 겨우 채울 정도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백화점 곳곳에 '상기 매장은 NC백화점 포인트카드 적립 및 사은행사에 적용 되지 않는 개인(구분소유자)이 운영하는 매장임을 알려 드립니다'는 표시판이 붙어 있었다.

3층에서 여성복을 판매하는 상인 김현호(가명) 씨는 "이 표시 때문에 손님들이 발길을 멈칫하곤 해 신경이 쓰인다"며 "백화점이 저런 행사를 하는 걸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했다.

아동복 전문매장인 6층에서 홀로 혼수용 침구류를 판매하는 최영순(가명) 씨 역시 "인근 점포에 포위돼 섬처럼 됐다"며 "큰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했다. 처음 가든파이브 상가 조성계획이 마련된 당시 6층은 한복예단과 스포츠의류, 명품보석, 침구류 등만 받기로 돼 있었다. NC백화점이 인테리어를 바꿔버리면서 최 씨의 가게를 제외한 같은 층의 모든 가게가 아동복 코너로 바뀐 것이다. 아동복을 사러 온 젊은 부부가 혼수용 침구류를 찾을 리 만무하다.


▲중앙 복도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는 침구류 상가와 아직 개장하지 못한 스포츠 의류 매장 2개를 제외한 6층 전 매장이 아동복 매장이다. ⓒ프레시안(이대희)
상인간 반목 이어져

상인들이 요구해서 아울렛이 유치됐음에도 현장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아울렛 유치에 반대한 상인도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상인들이 가든파이브에서의 장사를 포기하고 임대료 수익을 바랐지만, 일부 상인은 처음 취지대로 이곳에서 장사를 이어가려는 입장이다. 현재 NC백화점과 마찰을 빚는 이들은 장사를 계속 이어가려는 이들이다.

이런 입장차이 때문에 상인 간 반목도 생겨났다.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하나 같이 "NC백화점이 들어오면 자기들이 잘 살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우리보고 '왜 너희는 사인 안 하느냐'고 단체로 찾아와 항의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상인에 따르면 이랜드 측은 가게 부지를 임대해주는 대가로 매달 130~140만 원가량의 임대료를 지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임대료에는 SH공사에서 상인들에게 제공하겠다던 인테리어 지원비 1000만 원과 2년간 면제되는 관리비 50만 원가량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임대료는 월 50~6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상인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랜드 측은 상인들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상인들 일부가 너무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해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었다"며 "일부는 매장을 빌려주는 대가로 다른 사업권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임대료를 헐값으로 지급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와전된 것"이라면서도 "자세한 계약 사항을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이 120억 원을 지분 면적별로 입주비로 지급하고 매출액의 4%를 매달 임대료로 지급한다"며 "장사를 접고 임대료롤 받기로 한 상인들이 '임대료가 적다'고 불평할 수 있지만,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마당에 이랜드그룹도 초기에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이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리빙관과 테크노관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1층은 아직 정식 오픈하지도 못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만 올라가도 사람들의 발길을 찾기 어렵다. 워크동과 툴동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여전히 가든파이브를 채우기가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SH공사 가든파이브사업단 관계자는 "이마트와 웍스동 입점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며, 대형전자업체 대리점, 대형서점 등의 입주도 추진 중"이라며 "상권 활성화를 위한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사한 SH, 비정한 이랜드

상가가 정식 오픈을 했음에도 아예 장사를 개시조차 못한 상인도 있다. NC백화점 6층에 상점을 계약한 이영미(가명) 씨의 경우가 그렇다. 백 씨는 청계 상인에게 제공하는 특별분양이 지지부진해지자 이후 실시된 일반분양에 지원해 가게를 연 경우다.

이 씨는 "노후 수단이 없다보니 가게를 분양받으면 장사할 사람에게 월세를 받고 살 생각이었다"며 "작년 8월 일반분양 당시 스포츠 의류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길래 경쟁력이 있겠다 싶어 23㎡(7평)를 1억9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약금 10퍼센트를 치른 후인 작년 11월 24일에야 잔금을 전부 다 치러도 개장이 안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황당한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잔금을 억지로 치르고 나니 '오픈 일정 때문에 올해 2월 20일까지 가게 인테리어를 완료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래서 19일날 인테리어 업자에게 인테리어를 부탁했는데, 황당하게 가든파이브에서 화물 엘리베이터 가동을 멈춰놓은 거에요. 3월이 돼서야 NC백화점 들어오기 때문에 가든파이브에서 인테리어를 못하게 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패션관(NC백화점) 6층에서 아직 게시하지 못한 이 씨의 가게. NC백화점이 6층을 아동점으로 변경하고, 주변에 물류창고를 만들어 놓으면서 이 씨의 가게는 찾기조차 어렵다. 전시된 옷들에는 석면가루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SH공사는 상인들에게 어떠한 피해보상도 할 생각이 없다고 통보했다. ⓒ프레시안(이대희)

겨우 판매할 옷가지를 올려놓았으나 이 씨의 가게가 들어설 자리의 양 옆과 앞은 이미 NC백화점의 물류창고로 채워졌다. 이 씨의 가게는 사람들의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사실상 가게를 열어도 장사를 못 하는 상황이다.

이 씨는 "이랜드에서 사람이 와서 가게를 자신들에게 임대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주변에 알아보니 '이랜드랑 계약하면 월세를 한달에 50만 원 받기도 어렵다'고 하더라"며 "직접 임대하는 게 낫겠다 싶어 사인을 하지 않으니 이랜드에서 저런 식으로 장사를 방해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씨는 "너무 억울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아직 가게를 열지 않고 '이랜드는 무단점유 상가를 철거하라' ' SH는 약속을 지켜라'는 구호를 쓴 글을 가게부지에 붙여 놓고 있다.

가든파이브가 겨우 문을 열었으나, 여전히 개발계획 발표 이후 지속된 △고분양가 문제 △특혜 문제 △입지 문제 △무리한 대형화에 따른 문제 등은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듯 보인다. 지금 일어나는 상인간 반목과 가든파이브 성격을 둘러싼 논란은 이들 문제로 인해 파생된 현상임이 분명해 보인다.

▲테크노관 2층. NC백화점이 들어온 리빙, 영관만 사람들로 북적인다. 테크노관은 텅 비어있다. 디지털카메라 등을 파는 가게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프레시안(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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