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후보 주장]
지난 7일 관훈클럽 서울시장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도 1년에 500억에서 800억 원의 홍보비를 책정한다"고 주장했고, 지난 20일 SBS 초청토론회에서는 "이들 도시들을 따라잡으려면 더 써야 하지만 400억, 300억 원밖에 못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 주장 검증]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환율급등(원화가치급락)에 힘입어 602만 명에서 782만 명으로 30% 증가했다. 지난 해 기준 국민 1인당 0.160명이 입국한 셈이다. [연인원(延人員) 기준]
홍콩과 싱가포르는 어떨까.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의 국민 1인당 입국자 수는 2.40명으로 우리나라보다 15배 많았고, 싱가포르는 1.58명으로 10배 많았다.
이런 현실에서 오 후보가 자신도 홍콩이나 싱가포르만큼 홍보예산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관광객이 자동판매기 상품처럼 예산에 비례하여 저절로 늘어난다면 오 후보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혹자는 필자가 1인당 입국자 수를 계산하면서 홍콩, 싱가포르와 서울시 인구를 비교하지 않고 대한민국 인구를 비교한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항변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애초에 오 후보가 우리나라 관광객 유치성과 전부를 자신의 업적이라 간주했으니, 인구를 비교할 때도 대한민국 인구를 비교해야 옳다.
또 혹자는 서울시 인구가 이들 도시국가들보다 두 배 가까이 많으므로 홍보예산도 두 배는 써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주장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세 나라의 1인당 GDP 차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1만 7074달러에 그치고 있는 반면, 싱가포르는 3만7293달러, 홍콩은 2만9826달러에 이른다.
서울은 이들 도시들에 비해 인구가 두 배 가까이 많은 반면, 1인당 GDP는 두 배 가까이 작다. 따라서 서울의 인구가 두 배 많으므로 홍보예산도 두 배는 써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국민 1인당 입국자 수가 이들 도시국가들의 1/10~1/15에 불과한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8. 일자리 100만 개 창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음식업중앙회에서 음식업 및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뉴시스 |
지난 17일 KBS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오 후보는 "지난 4년간 일자리 72만 개를 만들었다"며 재선된다면 "100만 개 일자리 창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 주장 검증]
오 후보에게는 매우 미안한 이야기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공약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허탈한 웃음을 준 허경영 씨의 공약과 유사한 것이다.
지난 해 기준 우리 경제는 연간 748조 원의 소비, 276조 원의 투자, 그리고 530조 원의 수출 도움으로 유지되었다. 도합 1554조 원에 이르는 이들 3대 최종수요가 1년에 창출하는 일자리는 대략 25~30만개. 그것도 경제가 4~5% 성장할 경우에 한해서 이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지방정부 소비, 지방정부 투자 형태로 3대 최종수요에 포함된 서울시 본청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0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개요>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본청 세출예산은 순계기준으로 13조7436억 원이다. 국민경제 3대 최종수요의 1/100도 안되는 액수다.
그런데 오 후보는 연간 1554조 원의 3대 최종수요가 1년에 25~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때, 자신은 14조 원의 서울시 본청 세출예산으로 1년에 2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말해 '봉이 김선달식 공약'이다.
지난 4년간 오 후보의 일자리 창출 실적은 어느 정도였을까. 오 후보는 자신이 지난 4년간 7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시 일자리는 5만 5000개 줄어들었다.
9. 2006년 부동산대란 책임론에 대해
[오세훈 후보 주장]
오 후보는 18일 MBC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한명숙 후보의 총리 재임 중 3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그 때마다 앙등했다"며 "당시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한다고 전국의 땅을 수용했고, 그 돈이 서울로 몰려 강남 집값이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 주장 검증]
오 후보의 이 주장은 세 가지로 나누어서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 총리 재임기간 부동산대란을 일으킨 주역과 방조자가 누구였던가 하는 점. 둘째, 한 총리 재임 중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앙등했다는 주장이 사실인가 하는 점. 셋째, 기업도시, 혁신도시 토지보상금이 강남 집값을 폭등시켰다는 주장이 근거있는 가 하는 점.
첫째, 한 총리 재임기간 부동산대란을 일으킨 주역과 방조자가 누구였던가 하는 점.
자료를 찾아보니 한명숙 총리 재임기간은 2006년 4월 20일부터 2007년 3월 7일까지로 되어 있다. 오 후보 서울시장 임기 첫 해와 많이 겹친다. 2006년 여름 은평뉴타운에서 촉발된 서울시 부동산광풍을 일으킨 주역과 방조자가 누구였던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추병직 전 건교부장관이 주도했고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방조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오 후보는 나중에 이 대란극에서 발을 빼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수수방관했었다.
둘째, 한 총리 재임 중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앙등했다는 주장이 사실인가 하는 점.
오 후보의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2006년 11월에 나온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때는 늦었지만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2007년 주택가격과 거래량이 매우 안정적이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셋째, 기업도시, 혁신도시 토지보상금이 강남 집값을 폭등시켰다는 주장이 근거있는 가 하는 점.
오 후보의 이 주장도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필자가 국토해양부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본 결과 수도권 주택거래를 위해 동원된 자금은 2005년 148조 원, 2006년 233조 원으로 추정되었다. 2006년 부동산대란 때 전년에 비해 대략 85조 원의 추가자금이 동원된 셈이다.
뉴타운발 부동산 대란으로 수도권 주택시장에 85조 원이 추가유입될 때,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토지보상금은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까.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2006년 상반기 토공과 주공이 지불한 전국 토지보상금 총액은 6조6508억 원이었고, 이 중 24.2%인 1조 6091억 원이 수도권 부동산 거래에 사용되었다.
1조6091억 원 중 지방토지보상금으로부터 유입된 금액은 얼마였을까. 건교부는 그것이 2840억 원(주택 1059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 액수는 전국 토지보상액 6조6508억 원의 4.3%(주택은 1.6%)에 해당한다.
이 수치들을 2006년 연간통계에 적용시켜 보면 그 해 토공, 주공, 지방공사가 지불한 토지보상총액 29조 원 중 4.3%인 1조2470억 원(주택 4640억 원)이 수도권 부동산 구입을 위해 유입되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필자는 당시 건설교통부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또 2006년 하반기 수도권 주택가격이 폭등할 때, 상반기 때보다 더 많은 돈이 지방에서 흘러 들어왔을 것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29조 원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유입되었다느니, 또는 29조 원 절반이 수도권으로 유입되었다느니 하는 터무니 없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볼 때 2006년 토지보상금 중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은 2대 1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해 지방 토지보상금 10조 원 중 어느 정도가 수도권 주택구입에 쓰였을까.
건교부의 2006년 상반기 자료를 그대로 단순적용해 보면 5000억 원 정도가 수도권 주택구입에 쓰였을 것이다. 그러나 2006년 하반기, 수도권 주택가격이 폭등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그 액수는 2조 원 내지 3조 원 정도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2~3조 원의 자금은 85조 원의 추가유동성을 토대로 형성된 뉴타운발 거품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까. 오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 주장만큼 그렇게 크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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