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후보측 주장]
오세훈 시장의 복지정책이 전시성 홍보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에 대해 오세훈 후보 측은 보도자료를 내 "서울시의 2010년 복지예산은 취임 전보다 2배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측 주장 검증]
실증연구를 주로 하는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용어 중에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이라는 것이 있다. 연구자들은 어떤 자극(정책 등)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유사한 조건에 처해 있는 집단을 둘로 나누고, 한 쪽에는 자극을 주고 다른 쪽에는 자극을 주지 않은 상태를 상당기간 유지하게 한 후, 양 집단에 나타난 차이점을 비교해서 의미있는 정보를 얻어낸다. 이 때 전자를 실험집단, 후자를 통제집단이라 부른다.
실험을 할 수 없는 사회현실에서 정치인들의 업적은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이 때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유사한 조건에 처해있는 정치인들의 업적을 비교하는 것이다. 물론 오 후보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오 후보 측 주장처럼 지난 4년간 서울시 복지예산이 2배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필자가 특별시·광역시 예산서를 분석해 본 결과 이 기간 서울시 복지예산은 99.3% 증가했다. 그러나 이것을 오 후보의 업적이라 부를 수는 없다. 같은 기간 전국의 특별시·광역시 복지예산은 평균 109% 증가했기 때문이다.
토목공사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인천광역시를 제외할 경우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지난 4년간 인천을 제외한 특별시·광역시 복지예산은 평균 124.1% 증가했다. (인천광역시 복지예산증가율 52.4%)
서울시의 사회복지 예산비중 또한 높은 편이 아니다. 2010년 서울시 사회복지예산 비중은 21.2%로, 특별시·광역시 사회복지예산 비중 평균 22.0%에 미치지 못한다.
역시 인천광역시를 제외할 경우 그 차이는 더 커진다. 2010년 인천을 제외한 특별시·광역시 평균 복지예산 비중은 25.1%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21.2%에 그쳤다. (인천광역시 복지예산 비중 12.8%)
4. 서울 금융경쟁력 28위, 오세훈의 업적?
[오세훈 후보 주장]
오세훈 후보는 최근 여러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43위였던 서울의 금융경쟁력을 28위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 주장 검증]
오 후보가 언급한 서울의 금융경쟁력 순위는 영국의 금융전문기관인 런던시티공사가 2007년부터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말한다. 이 공사에 따르면 서울의 금융경쟁력은 2007년 43위에서 2010년 28위로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 ⓒ프레시안 |
그러나 이 지수 순위와 오 후보 업적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 2007년과 2009년 사이 순위가 10계단 내려간 것이 오 후보 탓이 아니듯이, 2009년 3월 이후 급상승한 것 또한 오 시장이 노력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지금처럼 전세계가 금융위기·재정위기 소용돌이에 휩싸인 상태에서 폭풍 속의 돛단배처럼 요동치는 런던시티공사 금융경쟁력 순위에 권위를 부여하기도 어렵다.
이 공사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의 금융경쟁력 순위는 지난해 51위에서 올해 15위로 36계단 급상승했다. 이것이 베이징 시장의 업적일까. 이는 베이징 시장의 업적과 무관하며 지수 자체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최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권의 금융경쟁력 순위가 높아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역설적이게도 이들 국가들이 런던시티공사가 추천하는 길과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주의적 성향 때문에, 우리나라와 대만은 부동산투기 우려 때문에 무분별한 금융규제완화에 경계심을 가진 결과다.
어쨌든 서울의 금융경쟁력과 오 후보 업적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5. 관광객 30% 증가한 게 오세훈의 업적?
[오세훈 후보 주장]
오세훈 후보는 최근 여러 토론회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외국관광객이 30% 늘었"고 이로 인해 일자리도 많이 창출되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 주장 검증]
오 후보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필자가 지난 17일 <프레시안>에 쓴 칼럼(☞바로 가기 : 오세훈 시장의 '뻥튀기'… "일자리 6만개 늘렸다"?)에서 비교적 자세히 논박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오 시장이 재임한 지난 4년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30%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 기간 29.8% 증가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이 30% 증가한 것과 오 시장의 업적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 지난 4년간 외국인 관광객이 30% 증가한 것이 다른 시기에 비하여 월등히 좋은 실적이라 볼 수 없고, 또 이런 실적이 대부분 2009년의 급격한 환율급등(=원화가치 급락)에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33.6% 하락했고, 일본 엔화 대비 65.9% 하락했으며, 중국 위안화 대비 56.0% 하락했다. 지난 해 외국인 관광객 중 일본인 비중이 39.1%, 중국인 비중이 17.2%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對일본·對중국 원화가치 급락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 ⓒ프레시안 |
6. 서울시 교육복지예산 3000억 원이 오세훈의 업적?
[오세훈 후보 주장]
오세훈 후보는 지난달 30일 인터넷신문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취임 초 교육격차를 줄여 인재를 양성하는 조례를 만들어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그것을 근거로 4년 동안 3000억 정도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그 3000억 원을 투자해서 초중고등학교의 오래된 화장실과 책걸상을 전부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 주장 검증]
오 후보의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8일 MBC 토론회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는 "(오 후보가) 교육예산을 4년간 3000억 원 마련해 쓴 최초의 서울시장이라 선전했"으나 자신이 확인해 본 결과 "교육조례가 통과되어서 그 교육예산이 자동적으로 확보된 것이었고, 그 조례 통과시점은 오세훈 시장 취임 전이었다"고 주장했다.
취임 초에 조례를 만들어서 그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오 후보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주장이다. 오 후보는 이에 대해 명확한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남이 만든 돈을 자기가 쓴 건데, 유산 상속 받은 거 하고 자기가 번 돈하고 구분할 줄 모르"냐는 힐난과 "남의 치적을 가로채는 이런 일은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는 특유의 독설이 가해졌지만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서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했다.
또 필자의 조사 결과 "3000억 원을 투자해 초중고등학교의 오래된 화장실과 책걸상을 전부 교체했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매년 발표한 교육지원기본계획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이 계획에 책정된 총예산은 3000억 원이 아니라 2076억 원이었다. 오 후보는 이 계획과 별도로 추진된 자립형사립고 부지매입비용 651억 원을 더해서 대략 3000억 원이라고 이야기한 것 같다.
교육지원기본계획에 책정된 4년간 총예산 2076억 원 중 책걸상과 화장실 교체예산은 어느 정도였을까. 필자가 그 세부내역을 검토해 본 결과 책걸상 교체예산은 391억 원, 화장실 교체예산은 262억 원에 불과했다. 책걸상·화장실 교체비용 653억 원은 귀족학교 부지매입비용 651억 원과 거의 비슷한 액수다.
노후된 책걸상과 화장실을 교체하는 일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귀족학교에 대한 지원이 과연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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