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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개발' 강조 오세훈, 그리스 위기가 복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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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개발' 강조 오세훈, 그리스 위기가 복지 탓?"

[홍헌호 칼럼] 오세훈 후보의 9대 주장, 9대 오류①

<한겨레신문> 홈페이지를 보니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 관전평이 올라와 있다. 오세훈 후보에게는 겸손함이 부족하고 한명숙 후보에게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기사를 쓴 허재현 기자는 토론 내내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한 오 후보가 오만해 보였다고 했고, 한 후보에 대해서는 오 후보에 너무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노렸던 것도 바로 이런 풍경이었을 것이다. 지방선거 직전 결정적인 순간에 한 후보는 검찰로 인해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해야만 했다. 그 여파로 일부 정책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한 듯하다. 오 후보는 그의 이런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서울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탓 아니냐고 일갈했다. 씁쓸한 풍경이다.

이 글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최근 지상파 3사 방송토론회를 통해 내놓은 공약을 검증하기 위해서 준비되었다. 오 후보만 검증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항의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정당한 항의가 아니라고 본다.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인터넷 신문들이 진보진영 후보를 검증하는 길이 무수히 열려있기 때문이다. 또 오 후보는 이번에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게 서울시를 다시 맡겨도 될지 따져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믿기 어려울만큼 편파적인 <조선일보> 사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14일 인터넷에 올라온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국민 버림받은 親盧 세력 누가 다시 불렀을까'였다. 선관위가 이 정도로 편파적인 사설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을 보면, 오 후보만 검증하는 필자의 태도가 특별히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또 <헤럴드경제>는 지난 18일 '학교급식, 무상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여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주장 자체를 불허하면서도 후보 공약에 대한 직접적인 찬반 주장은 허용하는 선관위 태도에서 도무지 일관성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지만, 어쨌든 필자의 오 후보 검증작업에 대해 선관위가 문제를 제기할 명분은 전혀 없는 것 같다.

1. 전면무상급식에 대해

[오세훈 후보 주장]
오세훈 후보는 지난 17일 KBS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전면 무상급식은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2~3배 많은 국민소득 5만 달러의 핀란드와 스웨덴 두 나라만 시행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 주장 검증]
사회과학적 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런 '단순비교의 오류'이다.

국가간 아동·청소년 복지정책을 비교할 때는 국내총생산(GDP) 혹은 총예산 대비 아동·청소년 복지재정 비율을 비교하는 것이 옳다. 국가마다 사정이 다르고 정책적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가족수당,아동수당 등 현금급여 비중을 높게 책정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교육,의료,급식 지원 등 현물급여 비중을 높게 책정하는 나라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8년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복지재정 중 현물급여 비중이 높은 나라는 미국(77%), 스웨덴(66%), 덴마크(62%), 핀란드(52%) 등이었고, 호주(16%), 캐나다(19%), 독일(26%)은 그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아동·청소년 복지재정 문제는 그 총액이 경제수준에 어느 정도 걸맞은 것이냐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 오 후보처럼 급식만을 쏙 빼서 선진국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방식이라 볼 수 없다.

우리나라의 아동·청소년 복지재정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OECD에 따르면 조사대상 27개국 중에서 꼴찌였다. (멕시코, 터키, 포르투갈은 자료가 불충분하여 제외.) 유감스럽게도 2005년 기준 우리나라 GDP 대비 아동·청소년 복지재정 비율은 0.18%로 26위인 미국(0.35%)의 절반, 25위인 일본(0.55%)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1인당 GDP가 낮은 나라는 어떨까? 헝가리는 1.87%, 슬로바키아는 1.59%, 체코는 0.86%, 폴란드는 0.82%로 이들 4개국의 평균은 1.28%에 달했다. 1.28%는 OECD 평균인 1.50%보다는 낮지만 우리나라보다는 7배 높은 수치다.

2. 그리스 위기와 오세훈

[오세훈 후보 주장]
오세훈 후보는 지난 18일 MBC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지금 여러 후보가 복지나 보육, 이런 데에 엄청난 예산을 쓰겠다고 공약하고 있다"며 "이런 공약들이 계속되면 서울도 곧 그리스처럼 될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 주장 검증]
그리스형 관광대국을 자신의 목표로 삼고 있는 오 후보가 그리스를 자주 언급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오 후보는 과다한 복지지출이 그리스 재정위기를 가져온 유일한 원인이라는 보수언론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그리스 재정위기의 원인을 그렇게 일방통행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보기 드물게 균형잡힌 좋은 보고서를 한 편 내놓았다.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의 원인과 전망>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그리스 재정위기 원인으로 △OECD 평균의 1.8배에 달하는 지하경제 △2004년 이후 이루어진 대규모 감세정책 △임금의 95%를 퇴직 후 연금으로 지급하는 불합리한 연금체계 △유로지역의 2배에 이르는 공무원 실질임금 상승률 △경기변동에 민감한 관광 등 서비스업 중심 산업구조 △부가가치가 낮은 수출상품 구조 등을 지목했다.

이 보고서를 유심히 보면 그리스 위기를 가져온 정책들과 이명박 정부, 오세훈 후보의 정책들과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OECD 평균의 1.8배에 달하는 지하경제.

지하경제 연구부문에서 독보적인 권위를 가진 오스트리아 슈나이더 교수에 따르면 최근 OECD 회원국들의 GDP 대비 지하경제 비율은 평균 13.6%, 그리스는 24.7%, 우리나라는 27.6%로 나타난다.

진보와 보수 중 지하경제에 더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사람들이 누구일까. 당연히 보수다. 고소득층과 기업들의 탈세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후 기업친화적인 정책의 일환으로 세무조사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리스 지하경제로부터 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사람들은 보수다.

둘째, 2004년 이후 이루어진 대규모 감세정책.

한국은행은 이 보고서에서 그리스는 "세수기반이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2004년 이후 각종 세율을 대폭 인하"하여 그리스 재정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2004년과 2007년 사이 법인세율이 35%에서 25%로 10%포인트나 인하되었고, 같은 기간 친척간 부동산상속세를 폐지하는 정책이 추진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것은 위기발발 이후의 그리스 정부 태도. 그리스 정부는 위기가 발발하자 부유층 감세를 철회하는 대신 부가가치세, 유류세, 전기세, 담배세, 주류세 등을 인상하며 그 부담을 서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위기시 고통분담의 원칙'을 정부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이런 정부 아래서 국민들이 양보하고 화합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리스 관료들은 왜 그렇게도 법인세 감세에 집착하는 것일까. 아마도 이들은 이명박 정부 관료들과 마찬가지로 동유럽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기 때문에 조세경쟁 차원에서 감세는 불가피하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주장 자체가 앞에서 말한 '단순비교의 오류'에 해당한다는 것을 그들도 일찍 깨달아야 할 것이다.

동유럽 국가들과 같이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나라들은 60년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시원적(始原的)으로 축적된 자본이 없다. 따라서 정부와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생산규모의 확대에 따른 생산비절약 또는 수익향상의 이익)를 누릴 수 있도록 조세지원(낮은 법인세 등)을 할 필요도 있다. 또 이들 국가들에서는 기업에 지원되는 재원 대부분이 바로바로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것의 경제적 효과도 상당히 크게 나타난다.

그러나 자본주의경제가 일정한 궤도에 접어든 나라에서는 조세지원이 경제에 약(藥)이 아니라 독(毒)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의 보유현금이 넘쳐나는 반면, 대다수 국민들의 호주머니가 텅텅 비어가는 경제. 그래서 내수경제가 도무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 이런 경제에서 현금이 넘치는 기업들을 위해 국민들더러 또다시 허리띠를 졸라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치명적인 독(毒)이 된다.

셋째, 임금의 95%를 퇴직 후 연금으로 지급하는 불합리한 연금체계.

우리나라 보수들은 그리스의 GDP 대비 사회보장 지출 비중이 OECD 평균의 1.18배에 이른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우리나라도 복지재정을 늘리면 그리스처럼 될 수 있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그리스 연금개혁 실패의 후유증을 복지정책 전반의 실패로 치부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다.

진실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경우 그 세부내역을 더 꼼꼼히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연금개혁 실패의 후유증으로 인한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그 외의 복지비 지출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이를 변별해서 분석하는 지적 성실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 보수진영에서 그리스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면 현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연금개혁을 하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시급한 연금개혁을 외면하고 그리스의 1/3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 사회보장 지출비중을 조금 더 늘리는 것에 대해 포퓰리즘 운운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넷째, 유로지역의 2배에 이르는 공무원 실질임금 상승률.

우리나라에서도 공공기관의 과다한 고임금이 국민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부가 매년 공공기관에 혈세 20조 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고임금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재정부의 이중적인 태도. 재정부는 공기업 민영화와 민관합동 공공기관관리위원회 무력화에 관심이 많다. 전자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아 정부 지원금을 받아가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의 통제권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점, 그래서 대기업들의 요구대로 민영화하면 실보다 득이 크다는 점, 전례로 보아 대기업들이 자신들을 도와준 관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지 후한 답례를 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실제로 1990년대 초 중남미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비리들이 저질러졌다.

재정부가 OECD가 권장하는 민관합동 공공기관관리위원회 무력화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권력을 분점(分占)하고 싶어 하지 않는 권력집단의 속성' 때문이다. 공공기관관리위원회는 민영화와 관치를 피하면서 관과 민이 합동으로 공공기관을 감시,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선진국들에서 크게 확산되는 새로운 민관합동 거번넌스의 일종이다. 관치에 익숙한 관료들 입장에서 이런 새로운 변화는 달가울 리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공공기관의 과다한 고임금 문제를 푸는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따라서 누군가 공공기관의 고임금 문제나 비효율 문제를 비판하고자 한다면 현 정부를 직접 겨냥하는 게 옳다. 열쇠는 그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경기변동에 민감한 관광 등 서비스업 중심 산업구조.

이 부분은 '부가가치가 낮은 수출상품 구조 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그리스 산업구조의 취약성을 나타낸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그리스 제조업 비중은 10.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반면, 서비스 비중은 75.9%로 최상위권"이라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것은 오세훈 후보가 자신의 미래 성장산업의 중심이 관광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그의 10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을 보면 신성장동력산업 일자리 항목이 나오는데 어이없게도 그 중 89%가 관광컨벤션산업이다. 남유럽형 국가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여기고 북유럽형 국가들을 진정한 스승으로 생각하는 필자 입장에서, 그의 주장은 낯설기만 하다.

90년대 북유럽 국가들은 당시 일본과 유사하게 심각한 거품붕괴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 80년대 일본과 마찬가지로 무분별한 금융규제완화로 부동산 거품을 키운 결과다. 그러나 거품붕괴 위기에 대처하는 이들의 전략은 일본과 사뭇 달랐다.

일본이 토목건설형·관광개발형 경기부양을 시도할 때 이들은 이 부문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대신 대학을 실사구시형으로 개혁하고, 직업교육·직업훈련 수준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충실히 구축하여 국민들의 미래 불안감을 해소하고, 위기를 고성장의 기회로 만들었다. 그 결과 1994년과 2006년 사이 일본의 일자리가 0.6% 줄어들 때 이들 국가들의 일자리 증가율은 평균 20%에 육박했다.

그런데 이렇게 또렷하게 구별되는 해외의 성공·실패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후보는 교육개혁·사회안전망보다 토목건설·관광개발에 더 집착한다. 심지어 오 후보는 "건설비를 쓰는 것은 한시적이나 복지 예산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낮출 수가 없다"(18일, MBC 토론회)며 노골적으로 건설의 우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 후보의 토목건설·관광개발에 대한 집착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음 회 칼럼에서 보다 더 상세하게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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