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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강물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08>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자신을 잃지 않고 지켜 나간다는 것은 퍽 어려운 일입니다. 옛말에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이웃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맑다는 말은 때 묻지 않고 물들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때 묻지 않고 자신
도종환 시인
2008.12.17 08:11:00
따뜻한 사람의 숨결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07>
저녁이 되자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옷 속으로 스미는 한기가 몸을 부르르 떨게 합니다. 장작을 더 가지러 가려고 목도리를 두르다가 윗집에서 저녁 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건 장작불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입니다. 김치찌개에 냉이
2008.12.15 11:57:00
4.19를 노래한 시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06>
'부정과 불의'를, '횡포'와 '억압'을, '사악'과, '허위'를 / 산산이 조각내는 저 우렁찬 함성을 절규를 듣는가 들었는가! (......) // '사사오입'도 '사바사바'도 '빽'도 '나이롱국'도 / '백주
2008.12.12 07:49:00
한 해의 마지막 달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05>
한 해의 마지막 달――십이월은 설레임과 고통으로 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으로부터 자신을 정리하고픈 마음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하는 달입니다. 자신의 나이 앞에 담담하고 겸허하게 서 있게 하는 달입니다. 삶의 무게랄까 인생 그 자체랄까
2008.12.10 08:12:00
겨울 준비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04>
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겨울은 혹독하게 견뎌내야 하는 계절입니다. 짐승과 파충류들은 긴 겨울잠을 자기 위해 가을이면 잔뜩 먹어 몸을 불립니다. 사람도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겨울준비를 하는 시인이 있습니다. 곶감 두어
2008.12.08 14:28:00
겨울기도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03>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2008.12.05 07:51:00
오송회 사건과 보편적 정의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02>
지난 주(11월 25일) 광주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한주)는 이른바 '오송회(五松會)' 라는 이름의 이적단체를 결성,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하고 불온 유인물을 탐독한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조성용(71)씨 등 관련자 9명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원심을 깨고 전
2008.12.03 07:46:00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2)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01>
그대 거기 있다고 자기 스스로를 하찮게 생각하지 마세요. 개울물은 거기 있음으로 해서 강물의 핏줄이 됩니다. 그대도 거기 있음으로 해서 바다같이 크고 웅장한 것의 실핏줄을 이루고 빈틈없는 그물코가 됩니다. 그대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지 못해서, 해도
2008.12.01 11:45:00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1)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00>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나리꽃은 거기 있어도 여름이 오면 얼마나 아름답게 꽃핍니까. 잡풀 우거지고 보아주는 이 없어도 주홍빛 꽃 한 송이 거기 있음으로 해서 사람들이 비탈지고 그늘진 그곳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고개를 넘고 물을 건너야 닿을 수
2008.11.28 11:51:00
십일월의 나무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99>
십일월도 하순 해 지고 날 점점 어두워질 때 비탈에 선 나무들은 스산하다 그러나 잃을 것 다 잃고 버릴 것 다 버린 나무들이 맨몸으로 허공에 그리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건 이 무렵이다 거기다 철 이른 눈이라도 내려 허리 휘어진 나무들의 모습은 숙연하다 이
2008.11.26 10:4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