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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98〉
어려서 형들에게 배운 민화투는 재미있었습니다. 아, 민화투 말고 충청도 지역에서는 뻥이나 육백이라는 화투놀이도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숫자를 더하고 빼고 계산하는 일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걸 배우는데다가 이기고 지는 일이 보태져 있어서 승부욕 같은 걸 갖
도종환 시인
2008.11.25 10:37:00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들이 너무나 많다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97〉
무더기 무더기 모여 저희끼리 서로 의지하고 끌어안은 채 추위를 견디는 애기 들국화가 곱다. 그런 애기 들국화나 고갯길에 피어 있는 보랏빛 작은 구절초 그들이 보여주는 애틋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싸아해져 온다. 천상병 시인은 "산등성이 넘는 길 / 애기
2008.11.21 07:42:00
깊은 가을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96〉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멈추어 있는 가을을 한 잎 두 잎 뽑아내며 저도 고요히 떨고 있는 바람의 손길을 보았어요 생명이 있는 것들은 꼭 한 번 이렇게 아름답게 불타는 날이 있다는 걸 알려 주며 천천히 고로쇠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만추의 불꽃을 보았어요 (......) 가
2008.11.19 08:05:00
통곡의 집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95〉
허균의 조카 허친이 집을 짓고서 통곡헌(慟哭軒)이란 이름의 편액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크게 비웃으며 세상에는 즐길 일이 얼마나 많거늘 무엇 때문에 곡(哭)이란 이름을 내세워 집에 편액을 건단 말이냐 하며 비웃었습니다. 그러자 허친이 이렇게 대꾸하였습니다
2008.11.17 11:44:00
가을 오후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94>
나는 이 가을의 쓸쓸함과 만나는 시간이 좋습니다. 쓸쓸한 느낌, 쓸쓸한 맛, 쓸쓸한 풍경, 쓸쓸한 촉감이 좋습니다. 나도 쓸쓸해지고 가을도 쓸쓸해져서 가을도 나도 착해질 수밖에 없는 이 순간이 좋습니다.
2008.11.14 07:59:00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지면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93>
권력이 있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아랫사람의 올바른 소리를 귀에 거슬려 하고, 아랫사람은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눈치만 보고, 권력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나를 언제 불러줄 것인가 노심초사하다 부르는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단걸음에 달려가고, 자리에 앉으면 자리를
2008.11.12 10:55:00
불은 나무에서 생겨 나무를 불사른다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92>
불은 나무에서 생겨나 도리어 나무를 불사른다(火從木出還燒木)는 말이 있습니다. 『직지심체요절』에 나오는 고승대덕의 말입니다. 사람들은 처음에 나무에 막대를 비벼 불을 얻었습니다. 나무에서 불을 얻었으니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다른 나무들을 꺾어다 계속 불에 얹
2008.11.10 11:48:00
세상은 아름다운 곳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91>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그렇습니다. 저는 이 말을 믿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실망스럽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안쓰럽고, 지배 권력의 천
2008.11.07 07:46:00
떨어지는 법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90>
오늘은 낙엽이 모두 떠나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허공에 몸을 날립니다. 우수수 우수수 나무의 몸을 빠져 나와 땅에 내리는 낙엽을 보며 나는 그저 "아아아!" 하고 소리 칠 뿐입니다. 나뭇잎이 거의 다 빠져나간 은행나무 밑은 황금의 옷감을 바닥에 쫙 깔아 놓은 것 같습
2008.11.05 14:15:00
안네 프랑크의 일기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9>
"다른 여자 아이들과 같은 식으로는 살지 않기로 결심했어.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다른 부인들처럼 살지도 않을 거야. 난 너무 멋있게 태어났거든. 그러니까 이런 위기에서도 웃을 수 있는 거야. 내겐 아직도 겉으로 보여지지 않는 좋은 점들이 많아. 난 젊고, 강하고, 커다
2008.11.03 11:4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