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13일 0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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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말하던 남자, '그라운드 제로'로 돌아간 이유
[최원호의 '美美 하우스'] C. S. 루이스의 <헤아려 본 슬픔>
2010년 7월에 문을 연 '프레시안 books'가 이번 5월 30일, 191호를 끝으로 잠시 문을 닫습니다. 지난 4년간과 같은 형태의 주말 판 업데이트는 중단되나, 서평과 책 관련 기사는 프레시안 본지에서 부정기적으로나마 다룰 예정입니다. 아울러 시기를 약속드릴 수 없지만 언젠가 '프레시안 books'를 재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최원호 알라딘 MD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쓸쓸한 말은 하지 마!
[최원호의 '美美 하우스'] 롤랑 마뉘엘·나디아 타그린의 <음악의 기쁨>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프랑스 파리. 라디오에서 남녀의 대화가 흘러나오고 있다."내가 담배 파이프에 숨을 불어넣을 때 나는 소리…타그린 씨, 담배 피워요?""유감스럽게도 파이프 담배는 안 피워요.""그래도 그냥 담배는 피우죠?""뭐, 누가 굳이 권하면요.""그럼 자주 피운다는 뜻이군요. 좋아요."이 부분부터 들었다면 누아르 풍의 라디오 드라마로 착각할
늙어가는 천재 피아니스트,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최원호의 '美美 하우스'] 드라마 <밀회>의 유아인이 읽은 그 책, <리흐테르>
테이블 위로 드러난 늙은 남자의 상반신이 화면을 채우고 있다. 남자의 눈빛은 맑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볼이 움푹 패었고 입을 다문 채로 턱을 약간 벌리고 있다. 오래된 피로다. 당장 직면한 피로의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발전기가 수명을 다한 것 같다. 그는 화면 밖에 있는 인터뷰어를 바라보며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게 다요."
한밤중에 본 죽음의 그림, 위안을 얻다
[최원호의 '美美하우스'] 박영택의 <애도하는 미술>
2000년 어느 날 당신은 도심 외곽을 걷다가 녹색 벽으로 이루어진 작은 초소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 녹색의 정체는 청테이프였음이 밝혀진다. 틈 하나 없이 건물의 온 표면과 이음새 전체를 청테이프로 밀봉해 놓은 건물이다. 강박적인 꼼꼼함이 압력처럼 피부를 누른다. 누가 왜 이런 건물을 지었을까. 아니, 왜 건물에 청테이프를 빽빽이 둘러
꽃이 많으면 나비는 흥겨울 뿐…그 사람의 풍류!
[최원호의 '美美하우스'] 임재천의 <한국의 재발견>
나는 열세 살까지 어촌에서 살았다. 1991년에 다가올 난개발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동네 가장 큰 길에 아스팔트를 깐 촌동네였다. 아스팔트를 깔던 날, 아이들은 길에 막 깔린 시커먼 덩어리를 구경하러 집 앞에 나왔다가 눈이 마주치는 대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 떼거리들은 끈적거리는 아스팔트 위에 올라가 쩍쩍 달라붙는 발걸음이 재밌다고 걷고 뛰고 웃었다. 갓
비극의 날풍경 마주한 작가, 그 피로한 침묵
[2013 올해의 책] 안톤 체호프의 <안톤 체호프 사할린 섬>
'프레시안 books'는 개편 작업을 준비하며 예년보다 1주 일찍 송년호를 꾸렸습니다. 이번 송년호(170호)에서는 '프레시안 books'의 기자, 기획위원, 연재 필자 열두 명이 각자가 꼽은 '올해의 책'을 이야기합니다. 판매 순위나 화제성보다는 책과의 만남의 밀도, 이 사회에 던지는 화두를 중심으로 꼽은 '올해의 책'과 함께 2013년을 기억하고자 합니
'물개 박수'는 이제 그만, '격하게' 공부하겠어!
[최원호의 美美하우스] 에드워드 T. 콘의 <클래식의 격렬한 이해>
몇 년 전에 영화평론가 겸 영화감독 정성일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우리는 영화 얘기를 하다가 잠시 클래식 음악으로 주제를 옮겼다. 그는 음반을 사 모으며 음악을 소비하는 생활에 진력이 났고, 지인에게 그 피로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자 지인이 그에게 악보는 볼 줄 아냐고 물었다. 정성일은 그 물음을 듣고 깨달은 바가 있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그는
내가 찍은 사진 내가 봐도 걸작이에요~
[최원호의 美美하우스] 아라키 노부요시의 <천재 아라키의 애정 사진>
결론부터 말하겠다. 아마추어 사진가를 자처하거나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지난 1년간 발간된 사진 책들 중에 딱 한 권을 추천해야 한다면 나는 이 책, 천재 아라키의 애정 사진(아라키 노부요시 지음, 이윤경 옮김, 포토넷 펴냄)을 별 고민 없이 권할 것이다. 아, 아라키가 혹시 '에로 광대' 아라키 노부요시 말인가? 변태 사진 많이 찍은? 그렇다. 그 사람이다.
멀리서 보면 선명한, 가까이 보면 불안정한
[최원호의 美美하우스] 마틴 게이퍼드의 <내가, 그림이 되다>
"사람들은 '아, 마약은 기막힌 색깔들을 보게 해줘'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끔찍합니다. 나는 기막힌 색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똑같은 색을 보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렵습니다. 그들은 그 후에는 이 세계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이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항상 전적으로 이 세상 안에 머물
<일대종사> 영춘권의 영웅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최원호의 美美하우스]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
내 주위에는 글을, 정확히는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다. 물론 그중에 실제로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은 없다. 확률적으로 보았을 때 역시 작가가 되기는 어려운 듯하다. 좋은 이야기를 쓰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재능과 열정을 함께 소유하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