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5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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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우리를 위한 선의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것 ③·끝] 선의의 공동체를 꿈꾸며
장마가 이어지던 어느 여름, 나는 눈앞에서 죽은 사람을 보았다. 몇 주째 맑은 하늘을 보지 못했다. 나는 여느 때처럼 줄곧 집안에서 글을 쓰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집안이라지만, 바깥의 날씨를 간과할 수는 없었다. 우중충한 하늘은 집안에도 파고들어, 머리 위에 뜨거운 물수건을 얹어 놓은 듯했다. 나는 갑갑한 기분을 달래려 자주 산책삼아 집 앞으로 나
정지우 문화평론가
우리가 놓친 것들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것 ②] 소모되지 않는 삶의 선의
골목으로 이사를 온 건 3년 전이었다. 스무 살 때 이후로, 서울에 살면서 나는 늘 학교 주변 동네에 살았다. 처음에는 기숙사에 살았고, 그 다음에는 정문 앞의 동네로, 이후에는 두 개의 후문 쪽에 한 번씩, 그리고 지금은 보다 가정집이 밀집한 동네로 이사 왔다. 다른 거리에는 원주민 보다는 잠시 머물다 떠나는 학생들이 주로 살았다. 금방 떠나는 사람들로
사라지는 골목의 인간애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것 ①] 선의를 구매하는 세상
내가 사는 동네에는 '선 의상실'이 있다. 의상실에 갈 일이 없으니, 몇 년을 살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곳이다. 어느 날, 언제나처럼 그 앞을 지나가는데 의상실이 열려 있는 게 보였다. 한두 평 남짓한 공간에는 천 같은 것들이 잔뜩 쌓여 있었는데, 아주머니 혼자서 부지런히 무슨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의상실'이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까, 궁금
'아재'들의 전성시대, 청년들의 절망시대
[기고] 영포티에서 86세대까지, 아재들은 갖고 2030은 갖지 못한 것
최근 화제가 되었던 영포티(Young Forty) 논란은 소비의 주도권을 쥐게 된 X세대와 관련이 깊다. 이미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보였던 X세대의 문화적 소비권력은 점점 미디어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중년 남자와 20대 여성'의 로맨스에 가장 큰 불만을 표출하는 건 '20대 여성'이었다. 이 20대 여성은 여전히 10년도 더 전에 규정되었던 '88만
'밤의 해변에서 혼자'... 우리의 사랑은 타인을 구원할 수 있나
[기고] 벨이 미아를 거쳐, 영희가 된다면 : <미녀와 야수>, <라라랜드>, <밤의 해변에서 혼자>
* 영화 미녀와 야수, 라라랜드,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꿈과 사랑은 어떻게 현실이 되는가 미녀와 야수의 벨은 이상하다. 그녀는 늘 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처음부터 정해진 마을의 삶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생선가게 자식으로 태어나 평생 생선을 팔고, 매일 조금 다른 빵을 먹고, 한정된 가십거리를 나누는 수다의 삶에 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