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종말론적 거품 붕괴론'의 수혜자는 건설족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종말론적 거품 붕괴론'의 수혜자는 건설족

[홍헌호 칼럼] '부동산 버블 경고' 산은硏보고서의 3대 오류

23일 KBS와 MBC가 동시에 산은경제연구소가 내놓은 한 편의 보고서를 9시 뉴스 앞부분에 배치했다. '국내 주택가격 적정성 분석'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주택관련 지표들이 과거 미국,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이전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가 2006년 은평뉴타운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릴 때 발표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늦은 감이 있지만 연구진의 용기를 높이 사고 싶다.

그러나 필자가 이 보고서의 원문을 살펴보니 결정적인 오류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다. 오류들은 부동산시장을 올바르게 분석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하루속히 교정되었으면 한다.

산은의 오류 1 : 주택가격지수를 소비자물가지수와 비교한다?

우선 이 보고서를 보면 한국과 일본의 주택가격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를 단순비교한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비교방식은 부동산 가격의 적정성을 검토하는데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왜 이런 비교방식이 부적절한가. 우선 먼저 1987년과 2002년 사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가계명목소득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의 변화추이부터 살펴 보기로 하자.

▲ ⓒ프레시안

▲ ⓒ프레시안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명목소득지수는 1987년 100에서 2002년 500까지 상승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근로자 임금이 상당부분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00에서 200으로 상승하는데 그쳤다.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이 기간 일본의 가계명목소득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는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양 지수 간 격차도 거의 없었다. 양국 간에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것은 이 기간 가계 실질소득 증가율에서 양국 간에 많은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택가격 적정성을 분석할 때 가계명목소득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중 어느 것을 주택가격지수와 비교하는 것이 타당할까.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아닌 가계명목소득지수와 비교해야 옳다.

산은경제연구소가 보고서에서 PIR(Price to Income Ratio, 가계 평균 연소득 대비 평균주택가격 비율)이라는 분석도구를 주로 활용했으면서도 저런 실수를 범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PIR은 가계의 명목소득과 주택가격을 비교해서 도출한다.

산은의 오류 2 : PIR이 거품을 측정하는 절대적인 도구인가

여기에서 또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PIR 자체가 거품을 측정하는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는 1987년과 2002년 사이 서울 아파트와 일본 수도권 맨션의 PIR에 관한 것이다.

▲ ⓒ프레시안

이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서울의 PIR은 12.4배로 1990년 거품붕괴 직전의 일본 수도권(11.6배)보다 더 높다. 일본식 거품붕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수치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목에 가시처럼 걸려있는 것이 있다. 1987년과 1990년 사이 서울아파트 PIR 17.1~19.7배라는 수치가 그것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1980년대 후반 서울의 PIR은 이 지표만으로 국가간 비교를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은의 오류 3 : 한국의 아파트와 일본, 미국의 평균주택을 비교한다?

산은경제연구소 보고서의 오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2008년 한국의 PIR이 6.26배, 미국이 3.55배, 일본은 3.72배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것과 너무나 차이가 커서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이들은 한국의 PIR을 계산할 때는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 114>가 발표한 33평형 아파트가격을 근거로 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PIR을 계산할 때는 기존주택 평균가격을 활용했다. 비교대상이 적절하지 않다. 국제비교를 할 때 이런 오류는 치명적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주택가격 양극화가 심하고, 또 아파트와 다른 주택 사이의 가격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저렇게 허술하게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면 곤란하다.

국민은행 통계자료를 토대로 시도별 아파트 PIR을 산출해 보면 2010년 서울 아파트의 PIR은 11.9배로 나타난다. 반면 부산은 3.4배, 대구는 3.1배, 광주는 2.3배로 나타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산은경제연구소는 한국의 평균PIR이 6.26배라고 주장한다. 보고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증거다.

▲ ⓒ프레시안

▲ ⓒ프레시안

물론 서울시 아파트의 PIR 11.9배는 과도한 수준이다. 충분히 더 내려가야 한다는데 반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연구자에게는 '주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사실(fact)'이다. 국가간 비교를 할 때는 동일한 수준의 주택을 비교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평균주택을 비교했다면 한국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

글을 맺으며

산은경제연구소와 마찬가지로 필자도 우리나라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은경제연구소 보고서에 경계심을 갖는 이유는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는 (종말론적) 거품붕괴론이 뜻하지 않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말론적) 거품붕괴론은 부동산 규제완화와 건설경기부양을 호시탐탐 노리는 건설족들과 정부 관료들에게 좋은 먹이감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정책 연구자들이 보고서를 내놓을 때는 항상 상대가 누구인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들은 건설족에 휘둘리는 정부관료들이며, 정치인들이며 보수언론들이다. 더구나 (종말론적) 거품붕괴론이 결정적인 오류를 포함하고 있을 때 그 부작용은 더욱더 커진다.

지금 건설족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부동산 금융규제완화, 부동산 양도소득세 규제완화, 토주공의 미분양주택 매입확대가 그것이다. 부동산정책 연구자들이 (종말론적) 거품붕괴론을 자주 반복하면 이들은 이것을 보다 더 손쉽게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거품붕괴를 경고하는 사람들의 선의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적절한 부동산안정정책(가격하락유도정책)을 내놓는 것이지 대안없이 거품이 곧 붕괴한다며 무분별한 예언을 내놓는 것이 아니다.

24일 이현석 대한상의 전무는 "최근 주택구입 심리가 얼어붙어 있고, 건설업계 경영난이 심화돼 금융시장에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주택수요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들의 주장을 듣고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