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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연쇄 도산'?…위기론 과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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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건설사 연쇄 도산'?…위기론 과장됐다

[홍헌호 칼럼] 성원건설 위기가 금융위기로 이어진다?

중견 건설업체인 성원건설이 사실상 '퇴출판정'을 받으면서 건설업계가 뒤숭숭하다. 성급한 일부 언론사들은 건설사 연쇄부도사태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건설사 위기론에 대한 여러가지 오해들을 문답형식으로 풀어본다.

1. 성원건설위기, 금융위기로 이어진다?

건설업체들은 성원건설의 위기가 다른 중견기업체로 옮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견건설사 몇 개 때문에 건설사 전반이 위기에 처한다거나 우리경제가 금융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논리적 비약'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주식시장 동향이다. 성원건설 퇴출과 연쇄부도설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건설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악재가 터질 때마다 전체 건설주를 무차별적으로 투매하던 과거 사례와는 사뭇 다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어려움에 노출된 건설사와 그렇지 않은 건설사를 구분하는 눈이 생겼다고 분석한다.

물론 위기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들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 중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는 두고봐야 알 것이다. 그러나 일본식 거품붕괴론까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필자는 우리나라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더라도 일본처럼 충격이 커지거나 장기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부동산 거품의 부작용을 과소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강도 높은 부동산가격 안정정책을 쓰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거품붕괴가 심각한 문제를 불러 일으킨 것은 금융구조조정 지연으로 '복합불황'이 장기화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복합불황이란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이 동시에 불황에 빠져 악순환을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 금융시장 신용경색 → 대출 회피, 자금회수에 주력 → 실물경제 흑자도산 속출 → 금융기관 부실채권 급증 → 금융기관 대출회피, 자금회수 → 악순환 지속

이런 일본식 복합불황의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지목된다. '금융기관 구조조정 지연', '기업들의 흑자도산', 그리고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그것이다. 일본의 경우 대장성의 전근대적인 조직문화, 즉 퇴직한 선배를 평생 충성으로 챙기는 독특한 문화가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장기간 지연시킴으로써 일본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었다(일본의 금융구조조정은 2001년 대장성이 해체된 이후에야 금융청에 의해 탄력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피아'란 이름으로 재정부의 전근대적인 조직문화가 자주 거론되고 있지만 일본처럼 심각한지는 의문이고, 또 1997~98년 금융기관 구조조정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본처럼 이 문제가 장기화되리라 보여지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대기업들에 상상 이상의 현금이 쌓여있기 때문에 일본식 복합불황이 실현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

▲ ⓒ프레시안

2. 미분양문제,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

'건설사 위기론'을 운위하는 사람들이 항상 들고 나오는 것이 '미분양위기론'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건설사 부도율이지 미분양주택 수는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미분양 주택수는 10만2701호였고 건설사 부도율은 7%였다. 지난해 미분양 주택수는 12만3297호였고 건설사 부도율은 0.44%였다. 놀랍게도 사상 최저치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미분양 주택 수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많아졌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1998년 부도율 7% 하에서의 미분양 주택 10만 호와 2009년 부도율 0.44% 하에서의 미분양주택 12만 호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절박한 상황에서 보유하고 있는 미분양주택과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보유하고 있는 미분양주택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후자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구제에 나선다면 시장경제질서는 심각하게 교란되고 자원배분도 크게 왜곡될 수 있다.

▲ ⓒ프레시안
▲ ⓒ프레시안

정부가 건설업에 대해서만 과도하고 확실하게 위험부담을 줄여 준다면 그 어떤 기업인도 위험부담이 큰 제조업체를 세우거나 연구개발에 진력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고위험 고수익, 저위험 저수익'이 보장되어야 시장경제가 제대로 굴러가고 자원도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반면 정부가 특정 부문에 대해서만 '저위험 고수익'을 보장할 때 그 시장경제는 심각한 위기로 치닫게 된다.

3. 악성미분양주택이 급증했다?

또 일부 사람들은 최근 준공후 미분양주택이 크게 늘어난 것을 두고 악성미분양주택이 많이 늘어났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오해의 산물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그림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 ⓒ프레시안

이 자료를 보면 2008년 5월과 7월 사이 2개월간 준공후 미분양주택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리먼브러더스사태가 일어난 것이 9월이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이 기간 동안 대한주택공사가 미분양주택 매입에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주공이 직접 미분양주택 매입신청을 접수해 나가자 건설사들이 신청접수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숨겨진 미분양주택들을 공개한 것이다.

따라서 이런 현상에 대해 갑자기 악성미분양주택이 늘었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그 동안 은폐된 준공후 미분양주택들이 외부로 노출되었을 뿐이다.

혹자는 은폐된 미분양주택이 25만 호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근거있는 주장은 못된다. 어차피 그 이전에도 일정정도 비율만큼은 은폐되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 그림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해 3월 16만5641호에 달했던 준공전 미분양주택이 12월 12만3297호로 4만2344호나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준공후 미분양주택은 1709호 줄어드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도 간단하다. 한편으로는 주택공사가 매입을 해주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가격인하를 거부하고 추가적인 금융비용을 감수하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는 지난해 9월초 기사를 통해 당시까지 주공이 매입한 미분양주택은 모두 6345호라고 보도했다.

4. 취약계층을 위해 건설경기 부양하자?

건설업체들은 건설사들이 도산할 경우 건설업에 종사하는 취약계층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 해결방식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방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2000년대 부동산투기가 제대로 잡히지 못해서 국민경제에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을 주었다. 특히 가계부채가 폭증하여 가계가 매년 30조 원(2010년 기준)에 가까운 소득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 ⓒ프레시안

역사에 가정은 성립될 수 없다. 하지만 2000년대 부동산 투기가 없었고 가계부채도 폭증하지 않아 가계가 매년 30조 원(2010년 기준)을 금융기관에 헌납하지 않아도 되었다면 그것이 국가경제, 서민경제에 미치는 순기능은 엄청났을 것이다.

매년 30조 원이 재정으로 확충되었다면 대학생들 등록금 전액을 면제해 주고도 18조 원이 남는다. 또 정부가 30조 원을 전국의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1100만 명 전부에게 아동수당으로 지급한다면 1인당 매년 270만 원씩(매달 23만 원씩)의 수당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취약계층 문제는 복지정책으로 풀어야지 부동산 투기유도형 정책, 혹은 가계부채 유발형 정책으로 풀어서는 안된다. 국민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건설경기 부양책 모두가 다 부동산 투기유도형 정책, 가계부채 유발형 정책인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건설사들이 부동산 규제완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어서 그것이 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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