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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검사의 포로' 곽영욱, 거짓진술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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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검사의 포로' 곽영욱, 거짓진술 안타까워"

재판 결과 따라 지방선거, 검찰 개혁에 큰 영향

"저는 오늘 생애 두 번째로 법정에 섰습니다."

8일 법정에 선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법정에 섰던 31년 전 과거와 현재를 대비시키며 이와 같이 말문을 열었다.

한 전 총리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의 심리로 본격 개시됐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은 집중심리를 통해 4월 9일 선고로 예정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 개인은 물론이고 야권의 지방선거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이목이 집중돼 있다.

"공소 내용 전혀 사실 아니다"

한 전 총리는 모두진술을 통해 "한없이 서글프고 착잡한 심정"이라고 심경을 나타내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 전 총리는 "검찰 기소에 의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뒤집어 쓴, 전 국무총리가 돼 있다"며 "부패와 비리, 내 인생에는 결코 들어올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말이,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 내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전(민주화운동)처럼 나의 신념과 행동의 올바름을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뇌물 수수'라는 모두가 경멸해 마지않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법정에서 싸워야 하는 구차한 처지가 됐다"고 항변했다.

한 전 총리는 이어 "감히 말씀드리건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과 양심을 돈과 바꿀 만큼 세상을 허투루 살아오지 않았고, 가난해도 항상 희망을 잃지 않았으며, 한 때나마 내가 가졌던 지위를 자랑하거나 허세를 부려 본 바도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의 공소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혐의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 20일 총리공관 오찬은 정세균 산자부 장관의 사의 표명 후 지인들끼리 가진 송년회 성격의 조촐한 점심식사 자리였다"며 "퇴임하는 장관에게 총리가 인사 청탁을 한다는 일이 상식에 맞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한 전 총리는 또 "국회의원 신분을 겸하고 있어, 활동에 돈이 필요했다면 후원회를 통해 모금을 할 수도 있었지만, 총리 재직 중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후원회 계좌를 폐쇄하기까지 했다"며 "총리로서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 이외에 따라 돈을 모아서 쓸만한 필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곽영욱과 청탁 주고 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 아니다"

한 전 총리는 뇌물 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곽영욱 씨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은 2000년, 그가 당시 어려웠던 여성계를 선뜻 도와주었던 일이 인연이 돼서이고, 그 뒤로 그저 기업을 잘 운영하는 기업인 정도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알고 지냈을 뿐, 어떤 청탁을 서로 간에 할 정도로 허물없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며 "그런데 이번에 5만 달러의 뇌물을 주었다는 진술을 했다는 사실에 처음엔 너무도 경악했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특히 "하지만 검찰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가 검사의 포로가 돼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며 "한명숙 표적수사에 얼마나 모진 고초를 당했으며 얼마나 재산과 생명의 위협을 느꼈으면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진술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인간적으로 안타깝고 동정이 갔다"고 '강압에 의한 진술 조작' 의혹을 역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뇌물 공여자 진술 신빙성 공방이 관건

한 전 총리는 "살아온 모든 인생을 걸고 내가 평생을 지켜온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내가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하는 일은 난감하고 가슴 답답한 일이지만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재판에 최선을 다해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의 모두 진술에서 알 수 있듯이 재판 전망이 한 전 총리에게 밝지만은 않다. 통상 뇌물 수수 사건의 경우 '증거가 남지 않는다'는 사건의 성격상 처벌을 감수하고 진술한 뇌물 공여자의 진술에 비중을 두는 편이다. 한 전 총리 측에서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뇌물 공여자의 진술이 인정되지 않은 사건도 많다. 우선 뇌물 공여자의 진술 신빙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뇌물 공여 당시의 정황을 공여자가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느냐가 검증 대상이다.

한 전 총리 측에서는 정세균 대표가 당시 산자부 장관 사의를 표명한 때였고, 총리공관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곽 전 사장이 5만 달러를 현금으로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게다가 곽 전 사장이 뇌물 공여 혐의 외에도 비자금 조성 등 다른 개인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도 한 전 총리 측이 "검찰의 강압 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이라고 공격하는 배경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부 인사가 아닌 곽 전 사장이 당시 오찬에 참석한 배경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뇌물 사건에서는 뇌물 제공의 목적성과 목적의 실현도 주요 쟁점이다. 곽 전 사장은 석탄공사 사장 로비를 벌였는데, 결국 석탄공사 대신 남동발전 사장으로 갔다. 인사 과정 전반에 대한 검증도 필수적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골프채 선물' 여부. 검찰은 "2001년 한 전 총리에게 1000만 원대 골프채를 선물했다"는 곽 전 사장의 주장을 재판에서 적극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관계'를 입증키 위한 정황 증거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 측에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이 쟁점의 경우 사실 관계 여부에 따라 재판의 유무죄 보다, 한 전 총리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4월 9일 선고로 예정된 1심 재판 결과는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한 전 총리의 무죄가 선고되면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행보에 탄력을 받는 것은 물론, 야권 전체에 바람몰이가 가능할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로 궁지에 몰렸던 검찰을 향한 검찰 개혁 요구가 다시 거세질 수도 있다. 반면 한 전 총리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야권 전체 지방선거 구도에도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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