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가 26일 열린 자신의 자서전 <한명숙-부드러운 열정 세상을 품다>(행복한 책 읽기 간) 출판기념회에서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배우 문성근 씨의 사회로 열린 출판기념회는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이해찬 전 총리,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이해동 목사, 한승헌 변호사 등 내외빈 및 4대 종단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물론이고 영화감독 이창동, 김두관 전 장관 등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 2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내외빈.지지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 ⓒ프레시안(김하영) |
각계 인사의 축사와 공연이 1시간 30여 분 간 이어지다 마지막에 연단에 오른 한 전 총리는 "내가 좀 고되고 외로운데 많은 분들이 같이 하니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한 전 총리는 "두 분의 대통령을 떠나보내고 좌절과 비애에 젖어 한동안 헤어나지 못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며 "두 손에 쥔 시대적 사명이라는 바통을 젊은 후배에게 넘겨주고 트랙 밖으로 떠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나약한 생각이었다. 상상도 못한 시련이 나에게 꽂혔다"며 "역주행하는 민주주의의 흐름을 되돌릴 때까지 나에게는 절망할 권리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 일이 나를 다시 거친 들판에 세웠고 피하지 않겠다. 최전선에 우뚝 서겠다"며 "6월 2일 심판의 날 내가 맨 앞에 서겠다. 6월 2일 승리의 날 여러분과 함께 중심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쉬어야지'라는 안이한 상황에서 뒷통수를 맞은 것이 부끄럽다", "시련을 결단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아직까지 다 하지 못한 사명이 남아 있다. 아직까지 견뎌야 할 시련이 남아 있다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시련을 뚫고 나의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겠다" 등 '시련'이라는 단어를 부쩍 많이 얘기했다.
한 전 총리는 현재로서는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지만, 한 전 총리가 처한 상황은 녹록치만은 않다. 그가 출판기념회를 하는 순간에도 검찰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관련 자금 추적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 전 총리가 넘어야 할 '시련'이다.
한 전 총리의 혐의와 관계없이 여권에서 비리 혐의를 쟁점으로 부각시키면 'MB정권 중간 심판'이라는 야권의 선거 프레임이 '정치 보복에 대한 항거' 혹은 한 전 총리 개인의 문제로 협소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결심을 굳힌 만큼 야권 내부에서의 경쟁도 넘어서야 한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성순, 이계안 서울시장 후보들이, 민주당 밖에서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등 일찌감치 서울시장을 위해 뛰고 있는 이른바 '준비된 시장 후보'들과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 중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의원과도 협력과 경쟁 관계에 놓여있다.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청화 스님은 한 전 총리에게 "스스로 차돌이 돼서 매를 맞으면 때리는 방망이가 부러지게 하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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