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교섭 일정을 잡지도 못한 가운데 한진중공업 측은 사실상 3월 초까지 정리해고 수순을 밟아가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이에 맞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오는 26일 전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현지법인 HHIC-Phil(수빅조선소)은 이날 또 18만 톤급 벌크선 1척 수주에 성공했다. 수구 금액은 57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650억 원이다. 한진중공업이 계획 중인 정리해고로 줄어드는 인력비용은 연간 150억 원 수준이다.
"150억 중 50억 부담하겠다"는 노조 양보안에 회사는 "부족하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이날 오전 11시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마주 앉았지만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날 노조가 제시한 최종안에 사 측은 "부족하다"며 고개를 저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지회가 내놓은 최종 양보안의 핵심은 "회사의 필요재원 150억 원 가운데 50억 원을 노조가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제는 "인력 구조조정 중단"이다. 노조는 또 다른 전제 조건으로 "나머지 100억 원은 경영 위기의 책임이 있는 조남호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우영 지회 사무장은 "150억 원은 사 측이 정리해고할 계획인 307명의 1년 연봉을 합한 금액"이라며 "현재의 위기에 대해 경영진이 먼저 책임을 진다는 전제 아래 노조는 인력조정 외의 모든 것을 충분히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진중공업 노사는 이날 오전 11시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마주 앉았지만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했다.ⓒ프레시안(여정민) |
이런 노조의 양보안에도 불구하고 이날 교섭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심지어 한진중공업 측은 지난 8일 노조에 보낸 "50일 이상 충분히 협의한 만큼 즉시 해고를 실시할 수 있다"는 공문의 내용을 재확인했다.
최 사무장은 "사 측이 먼저 '안을 가져와보라'고 해 놓고선 이날 교섭에서 사 측은 노조 안에 대한 구체적 검토도 없이 희망퇴직 등 나머지 수순을 밟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정리해고 D-day 다가오고…한진중공업지회 "오는 26일 총파업"
노사는 다음 교섭 날짜도 정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오는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최우영 사무장은 "노조가 내놓은 마지막 양보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파업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이 밝힌 정리해고 통보의 마지노선이 3월 초이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일 노동부에 '352명을 3월 초 또는 즉시 해고하겠다'고 신고한 바 있다.
정리해고의 이유에 대해 한진중공업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인력 축소를 통한 원가절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두 달 전까지 흑자를 기록해 온 회사가 정리해고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한진重 수빅조선소, 2달 사이 3척 수주…국내조선소는 1년 6개월 동안 수주 '0'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11일에도 수빅조선소를 통해 18만 톤급의 벌크선 2척을 수주한 바 있다. 반면 국내조선소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한 척의 수주도 하지 못했다.ⓒ프레시안(여정민) |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11일에도 수빅조선소를 통해 18만 톤급의 벌크선 2척을 수주한 바 있다. 반면 국내조선소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한 척의 수주도 하지 못했다.
한진중공업의 최근 수주가 모두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이뤄지고 있고, 울산조선소 노동자 170여 명이 최근 부산 영도조선소로 전환배치되면서 "울산조선소 매각 등 국내 조선소 축소가 정리해고의 진짜 이유 아니냐"는 의혹은 점차 더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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