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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칼춤'에 전국 산업단지 초토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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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운찬 칼춤'에 전국 산업단지 초토화되나

[홍헌호 칼럼] 시장질서 교란과 자원배분 왜곡에 앞장 선 총리

정부는 세종시의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며 축구장 1721개 면적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의 토지를 대기업과 대학에 헐값으로 공급한다고 한다. 가격은 조성원가의 1/3~1/6수준.

세종시 원형지 헐값 공급으로 고려대와 카이스트는 원가기준으로 1조 5909억 원, 삼성·환화·웅진·롯데 등 대기업들은 1조 3500억 원의 폭리를 취할 전망이다.

세종시 중소기업들 평당 용지비, 대기업들의 3배~6배

문제는 중소기업들. 이들은 원형지 공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원형지 공급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곧 대기업들에 비해 3배~6배 더 비싼 돈을 주고 산업시설용지를 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25일 정부의 정책포털, <공감코리아>는 50만㎡ 이상의 부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대학 등에 대해서만 원형지 공급을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으로 한정된 원형지 개발자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 이상(50만㎡이상으로 규정)을 개발하는 기업·대학 등 민간에게 확대했다."(정부 정책포털 뉴스, 1월 25일)

원형지 공급대상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령 개정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원형지 공급대상을 어떻게 정하느냐와 무관하게 대기업에 대한 원형지 헐값 공급은 국가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전망이다.

원형지 헐값 공급은 세종시 산업단지에서부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정부는 세종시 제조업 산업단지를 347만㎡ 조성하여 이 중 297만㎡ 를 대기업들에게 조성원가보다 6배 싼 원형지 가격으로 공급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50만㎡는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이 곳에 들어오는 중소기업 전체가 1개의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는 이상 이들이 이 땅을 원형지 가격으로 공급받을 길은 없다. 그러나 이들이 합심하여 1개의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울며 겨자먹기로 대기업들에 비해 3배~6배 더 비싼 돈을 주고 산업시설용지를 사야만 한다.

혁신도시는 또 어떨까. 혁신도시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9개 혁신도시들의 산업클러스터용지는 의외로 넓지 않다. 충북 진천·음성 혁신도시를 제외하고 8개 혁신도시의 산업클러스터용지 면적이 50만 ㎡ 이하다. 8개 혁신도시 산업클러스터용지 중 원형지 공급대상이 될 수 있는 곳은 단 하나도 없다.

[그림] 9개 혁신도시 산업클러스터용지(면적 : 만 ㎡)
▲ (출처) : 건설교통부

충북 진천·음성 혁신도시의 경우도 장담할 수는 없다. 산업클러스터용지가 66만㎡여서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대기업 1개가 들어와 50만㎡ 이상의 부지를 확보해야 가능성이 생긴다.

원형지 공급 후폭풍, 산업단지간 격차 심화

산업단지는 어떨까. 심각하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앞으로 대기업들은 산업단지가 필요할 때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한 단지 내에서 50만 ㎡ 이상의 부지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또 전국에 산재한 기존 공장들을 도시인프라가 좋으면서도 가격이 3~6배 싼 원형지로 모으려 할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대기업 총수 A 씨는 1995년 B시에 평당 조성원가가 50만 원인 토지를 그 가격에 사서 공장을 세웠다. 그런데 2010년 정부가 C시에 들어오는 기업에 조성원가 200만 원인 토지를 평당 40만 원에 공급한다고 한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B시에 대한 추가투자를 최소화하고 C시로의 이전을 서두를 것이다.

정부는 C시 용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전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순진한 생각이다. 원형지가 무엇인가. A 씨에게 토지개발·이용 계획이 위임되어 있는 토지를 말한다. 그가 그 곳에 공장부지 공터를 많이 남겨 놓는다 하여 법률적으로 제재할 길은 없다. 사원아파트를 하나도 안 짓고 모든 토지를 공장부지로 활용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규모 산업단지와 중소규모 산업단지의 격차를 심각한 수준으로 벌여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경제에 매우 큰 불행을 가져올 것이다.

희생양은 어떤 사람들일까. 다음에 소개하는 도표는 전국에 산재한 산업단지 중 그 면적이 100만 ㎡ 이하인 중소규모 산업단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이들 222개 중소규모 산업단지가 원형지 헐값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50만㎡ 이상의 부지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또 대기업들이 이 곳에 들어올 유인도 적기 때문이다.

공기업·중소기업 컨소시엄 허용, 예기치 못한 비극

물론 어딜 가나 편법은 있게 마련이다. 혁신도시의 경우 그 곳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부지와 산업클러스터 용지를 묶어 공공기관과 중소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이를 원형지로 개발하도록 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더불어 정부가 원형지 공급대상 기준을 30만 ㎡로 낮추면 모든 혁신도시에 원형지 공급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림]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부지+산업클러스터 용지(단위 : 만 ㎡)
▲ (자료) : 국토해양부

그러나 이런 편법은 예기치 못한 사태를 불러오게 된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이런 편법을 활용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지방공기업을 활용, 지방공기업·중소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원형지 공급대상을 대폭 확대시켜 놓을 것이다.

지자체에 의해 원형지 공급대상이 확대되면 기업차별문제는 해결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애를 써도 50만㎡ 이상의 공장용지를 추가로 확보할 수 없는 중소산업단지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원형지 공급대상 기준을 30만 ㎡ 혹은 10만 ㎡로 낮추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하더라도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중소기업들이 10만 ㎡ 이상의 용지를 확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국의 모든 산업단지 용지가격을 원형지 가격 수준으로 낮추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규모 산업단지와 중소규모 산업단지의 양극화 문제는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1조원의 정부 재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또 다른 편법도 있다. 정부가 원형지 공급대상을 세종시·혁신도시·대규모 산단으로 국한시키는 것이다. 즉 극히 일부 대기업에게만 천문학적인 특혜를 주고 그 선에서 손을 터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정운찬 총리가 충청도에 가서 충청도만 이익을 보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이런 편법도 성공하기는 어렵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정부가 혁신도시 원형지 공급과정에서 공기업과 중소기업의 컨소시엄을 허용했으므로, 지자체들이 다른 산업단지에서 이 방식을 활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전국의 각 지자체들이 헐값으로 공급되는 원형지 사냥 경쟁에 나설 때, 기존의 중소규모 산업단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게 될 것이다.

중소 산업단지가 쓰러지면 지자체들이 이 경쟁을 자제하지 않을까. 그것은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원형지를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수조원의 거액을 ' 국민→국가→토주공→지역 원형지'라는 경로를 통해 이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이 경쟁에서 발을 빼기는 어렵다.

위기 때 적극 투자한 사람들, 그들에게 남는 것은 '폐허'

2008년과 2009년 경제위기 때 원형지에 비하여 3~6배 비싸게 공장용지를 산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 이들은 정부의 투자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한 죄로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투자를 미룬 사람들에 비해 3~6배 더 비싸게 공장용지를 사게 되었고, 업친데 덮친 격으로 페허화되는 산업단지에 덩그러니 남아 자신의 공장 가격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 시장경제질서가 심각하게 교란될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학자 출신 총리의 황당하기 짝이 없는 칼춤으로 자원배분 왜곡현상도 극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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