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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추모 열기'의 위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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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추모 열기'의 위력은?

[지방선거 쟁점과 전망 ②] 지방선거 '플러스 20'의 향배

"대전은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커터칼에 피습 당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 한 마디에 대전시장 선거 판세가 단숨에 뒤엎어졌다. 당시 지방선거 기획단에 있었던 민주당 관계자는 "불리하던 와중에도 충청권은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신문에서 그 한 마디를 보고 맥이 다 풀려버렸다"고 회고했다. 당시 선거 초반 여론조사를 보면 열린우리당 후보였던 염홍철 전 시장은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에 비해 40 대 20의 더블 스코어로 앞서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 정서가 강했고 수도권은 이미 판세가 불리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피습 사건으로 인해 충청권까지 한나라당에 넘어가는 바람에 '싹쓸이'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2010년도 지방선거에서는 어떤 일들이 표심을 좌우하게 될까. 예측할 수 없는 돌발변수는 제외하면 크게 '이명박 정권 중간심판'의 성격이라는 점, 세종시 수정 논란 등이 꼽히고 있다.

제1변수 노무현 추모 1주기

그 중에서도 많은 정치권 인사와 전문가들이 2010년 지방선거의 숨은 변수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정국을 보고 있다. 지방선거가 6월 2일 치러지는데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은 한창 선거 열기가 뜨거운 5월 23일이다.

야권에서는 서거 1주기를 맞이해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이나 가치관 등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면 국민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야권으로 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사후 그에 대한 호감도 변화도 감지된다. 최근 <영남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9%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 인식이 많아졌다'고 답했다. 반면 '별다른 변화가 없다'(21.7%)와 '죽음을 택한 원인과 방식에 잘못이 있어 부정적 인식이 많아졌다'(19.8%)는 답변은 긍정 답변을 넘어서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는 "최근 세종시 이슈가 떠오르며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반대의 중심에 있지만, 지방에서는 혁신도시 문제 등이 본격 부각되면 노 전 대통령이 제1 과제로 추구했던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문제도 '노무현 대 이명박'의 프레임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죽음의 책임에 대한 문제가 다시 주목 받을 것이고, 검찰 개혁 등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현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자연스레 이명박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프레시안

노 추모, '야권 재결집'을 넘어설 수 있을까

반면 서거 1주기가 '이미 예정된 정국'이기 때문에 큰 파괴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민주당 지지율이 반짝 상승했던 적이 있지만, 이는 부동층 흡수가 아니라, 지지층 재결집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며 "500만 추모 인파가 있었지만, 이들이 모두 현재의 야당에 표를 몰아준다고 장담할 수 없다. 1주기 추모 정국도 결국 지지층 재결집 수준에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 정당을 보면 대체로 한나라당 40, 민주당 30, 기타 야당 10 정도로 보면 되는데, 나머지 20의 선택이 승패를 좌우한다"며 "이 20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 데에는 정서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피습 사건이라는 돌발 변수가 '20'이라는 부동층을 흡수했고, 반면에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 의지를 꺾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민주진보진영이 선거연합을 통해 30+10의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그래봐야 한나라당과 40 대 40의 구도를 이루기 때문에 승리의 절대 요건이 될 수는 없다"며 "선거연합에 '플러스 20'을 더해야 안정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심판론 먹힐까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경기도 교육감, 4.26, 10.28 재보궐 선거에서 선전했지만, 후보만도 수백 명이 넘는 전국 단위의 선거와는 판이 다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선거연합이라는 바람을 일으켜 '플러스 20'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나타나는 여론조사만 보면 야권은 여전히 전패다. 하지만 현직 프리미엄이라는 거품이 끼어 있고, 설문 문항만 바꿔도 결과는 판이하게 나타난다. 서울시만 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시장이 야권 후보를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오지만, 최근 <중앙SUNDAY>가 서울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을 새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해가 57%였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최근 늘어나는 부동층이 한나라당 지지층의 이탈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는 곧 오세훈 시장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오 시장과 야권 후보들을 한 줄로 세워 놓고 보면 야권 후보들에게도 별로 마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야권이 '정권 심판' 정서를 흡수할만한 동력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표심을 가를 돌발변수는 야권이 아니라 오히려 여권에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시 수정안이 4월 국회에 통과되지 못해 이를 둘러싼 '친박'과 '친이'의 갈등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면 지난 총선처럼 선거 프레임이 다시 여권 내부 경쟁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벌써부터 영남과 충남에는 친박 쪽에 줄을 선 사람들이 더 많다더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방선거 기획단 관계자는 "친박과 친이가 분열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어부지리를 몇 곳 얻을 수는 있겠지만 집중해야 할 타깃이 분산돼 전체적으로는 적전분열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권 심판론에만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와 정책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도 실현될 경우 야권에는 악재다. '한 번 더 기대 해 보자'는 정서가 '정권심판론'을 잠식할 수 있다. 실효성 여부를 떠나서 이명박 정부가 위기 국면마다 들고 나온 카드는 '중도실용'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에는 촛불이, 2009년에는 추모가 정국을 뒤흔들었다. 많은 이들이 "표로 심판하자"고 별러왔다. 그리고 2010년 비로소 지방선거라는 전면전의 기회가 다가왔다. 촛불과 추모 정서가 유권자로서의 '표심'으로는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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