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실패로 가는 첩경, '반MB 연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실패로 가는 첩경, '반MB 연대'

[지방선거 쟁점과 전망 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조건

5-1=0. 원더걸스 팬들이 멤버 한 명이 교체되자 보인 항의 표시는 간명했다. 다섯 멤버는 필요에 따라 '따로 또는 같이'하는 기계적 결합체가 아니었다. 1/5의 결핍조차 원더걸스가 더 이상 원더걸스로 존재할 수 없는 이유라는 게 팬들의 머릿속에선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5+4=? 소위 '민주정부 10년' 동안 팀웍을 발휘 못한 개혁과 진보세력, 시민사회진영이 보수정권 치하에서 마주 앉았다. 공통의 적은 있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시급히 뭉치긴 했지만 내부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아직 누구도 그들을 단일팀으로 봐주지 않는다.

설령 단일팀을 구성한다 해도 유권자들에게 왜 뭉쳤는지를 설득하고 승리의 조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익명을 요청한 한 선거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고수들만 모여도 될까 말까 한 일인데 정치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닌가? 무슨 학술대회 하는 것도 아니고…."

최악의 출발선

6.2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데 이견이 없다. 정권의 임기 중반에 실시된 역대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지난 2006년 실시된 5.31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궤멸 수준의 참패를 당해 이듬해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올해 지방선거도 '중간평가=정권심판'이 될 만한 징후가 없지 않다. 지난해 두 차례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패했다. 무엇보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연전연패했고, 당 대표가 후보로 나선 영남권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국지적으로 치러진 재보선과 전국단위 선거인 지방선거의 민심을 동일선상에 놓고 예단하긴 어렵다. 특히 역대 재보선에서 야당에 승리를 안긴 조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야당의 압도적인 지지율이 올해는 정반대다.

때문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50% 가까이 되고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민주당보다 최소한 15% 정도 높다"며 "우리가 야당이었을 때 이긴 것은 우리의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독려한 것을 단순한 자신감의 발로로 치부할 수 없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과거 선거와 현재 정치상황의 차이를 거론하며 "결코 패배주의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고 했다.

최근 실시된 각종 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들의 강세가 뚜렷하다. 특히 지방선거의 절반이나 다름없는 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은 현역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고 여야 후보들을 멀찌감치 앞서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야당은 역대 최악의 조건에서 지방선거 출발선에 선 셈이다. 여야 양자대결 구도로 정리해 내고 2008년 촛불과 2009년 조문행렬 등으로 이어진 현정부에 비판적 표심을 모두 끌어내야 그나마 해볼 만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선거연합의 당위성은 이렇게 도출됐다.

▲ 지닌해 10월 남북 정상선언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야5당 대표들 ⓒ뉴시스

뭉치면 산다?

'5+4' 테이블에 앉은 야5당과 시민사회진영 가운데 누구도 선거연합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백승헌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제어를 위해서는 연합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반MB 연대가 얼마나 절대적인 가치냐고 묻는 것은 연합에 반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최선은 통합이고 차선은 연대, 최악은 분열"이라고 했고,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의원은 "연대하지 않으면 모두가 루저가 된다"고 했다.

진보진영에서도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진보정치대통합과 반MB 연대는 지방선거를 명실상부한 MB정권의 심판대로 만들기 위한 대전제"라고 했다. 진보신당 당원인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최근 칼럼을 통해 "비판적 지지의 망령이 다시 찾아왔다고 말한다면 한나라당 독주 구도에서 비판적 지지가 올바른 지지의 형태라고 말해야 한다"고 밝혀 진보진영에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연합 논의가 '반MB 연대'라는 구호에 갇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치권과 상층부의 인식과 달리 유권자들은 '반MB'라는 부정적 가치에 표를 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헌태 인하대 겸임교수는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안 되기를 빌라는 것은 너무 서러운 일 아니냐"며 "반MB 정서라는 것은 지방선거에서 성립되기 어려운 말"이라고 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도 "민주화 전에는 민주주의를 위한 반독재 연합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이제는 왜 연합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선이라면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반MB'가 말이 되지만 현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통치를 인정할 수 없으니 저항을 하라는 요구는 민주적 경쟁 없이 사람들을 흥분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안팎이고 경제 전망을 낙관하는 여론도 높게 나오고 있다"면서 "반MB는 이 대통령 지지층에게 심각한 모욕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야당은 관성적으로 무감각하다"고 했다. 야당의 공격이 여권 지지층의 역결집을 자극해 외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리의 조건'을 만들어야

요컨대 이들의 지적은 단순한 반대를 넘어 선거연합의 이유를 대중들에게 납득시켜야만 성공에 근접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훈 대표는 "선거연합은 공동 통치의 영역을 만드는 것"이라며 "세력 규합과 더불어 경제, 교육, 복지 등 정책 패키지에 대한 논의 결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김헌태 교수는 "성장담론이나 개발담론, 권위주의적 담론 등 이명박 정부가 보여 준 가치가 국민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야당이 복지나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반대담론을 형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고원 상지대 교수는 "연합이 필요조건 이라면 합종연횡을 넘은 정책연합이 돼야 진일보한 실험이 될 것"이라며 "선거연합에 컨텐츠를 채우는 것이 반MB 연합을 뛰어넘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는 샛강이 흐르고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에는 한강이 흐른다"는 비유가 아직도 살아있을 정도로 노선 차이와 상호 불신이 깊은 이들이 남은 넉달 간 '이명박과 다른 길'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헌태 교수는 "관건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왜 재집권에 실패했는지에 대한 평가와 함께 개혁과 진보를 위해 상징적인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고원 교수는 "한미 FTA를 반성하라는 것은 연합하지 말자는 것이다. 민주당도 기득권을 양보해야 하지만 등가성의 원리에 의해 진보정당도 이념적으로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비판적 지지'라는 진보진영의 금기어까지 사용해 범야권의 단합을 촉구한 홍세화 기획위원도 "'연합의 조건'이 아니라 '승리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에 관한 의견을 다음 칼럼 주제로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야5당 선거연합의 조정자를 자임하는 시민사회진영의 백승헌 운영위원장은 "연합은 공학적 연대가 아닌 가치로 나타나야 한다"면서 "정책 결정과정과 후보 결정과정에 유권자가 참여해야하고 공동정부도 민관 협치의 체제로 심화돼야 한다"고 했다. 살얼음판 같은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당사자들도 '반MB'를 뛰어넘은 곳에서만 '연합정치의 예술'이 살아날 수 있음을 직감하고 있음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