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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무상급식 vs 선별 무상급식, 당신은 어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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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무상급식 vs 선별 무상급식, 당신은 어느 편?

[복지국가SOCIETY]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최근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이 우리 사회의 쟁점이 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시각이 분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경기도 의회의 행동을 지지하며, 한 모임에서 "경기도 의회에 박수를 보내자"라고 주변을 독려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야당들은 김상곤 경기교육감을 지지하고 나섰고, 최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진보신당의 심상정 전 대표는 경기도 교육의 발전을 위해 김상곤 교육감과 함께 뛰겠다며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 사안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의 정서는 어떨까? 경남교육청이 2010년부터 중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하자, 한나라당의 이 모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가정 형편에 관계없이 무조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의 손 모 의원도 국회의원 회관의 한 행사에서 무상급식을 사회주의와 관련지어 이념 공세를 편 바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능동적 복지'도 그 핵심은 무상급식 같은 보편주의 복지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구빈법적 원리에 따른 잔여주의의 선별적 복지를 옹호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 여당, 경기도 모두가 신자유주의의 잔여주의 복지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무상급식을 둘러싼 쟁점은 이렇다. 경기도 교육청이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할 목적으로 650억 원의 예산을 상정하였지만, 한나라당이 장악한 경기도 의회가 이를 전액 삭감해 버렸다.

대신에, 경기도정과 의회는 월 소득이 4인 가족 기준으로 2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난한 가정(국민기초생활보장 기준소득의 150% 이하에 해당하는 차상위 계층)의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한 별도의 예산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이에 경기도 교육청은 크게 반발하였고, 경기도 교육감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무상급식 5개년 계획을 통하여 2014년까지 도내 초·중교 학생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쟁점은 분명해졌다. 초등학교 5~6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무상급식과 초·중·고교의 선별된 가난한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급식의 차이인 것이다. 전자는 보편주의 복지이고, 후자는 잔여주의(선별주의) 복지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역대 정부들이 추구해온 복지는 소득과 자산조사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선별하고, 이들에게 주로 복지를 제공하는 잔여주의 복지였는데, 이제 많은 진보개혁 성향의 정치인들이 이것의 한계와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면서,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인데, 참으로 좋은 일이라 하겠다. 정치인이 아닌 교육행정가가 진보적인 의제(보편주의 무상급식)를 던지고 고수함으로써 직업 정치인들과 우리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치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김문수 지사와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의 복지를 둘러싼 대립적 견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김문수 지사는 무상급식에 대해 "학교는 무료 급식소가 아니다"라거나 심지어는 "북한식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극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지사는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보편주의 무상급식 주장은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여겼을 것이다.

기존의 우파적 사고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시혜로 베푸는 잔여주의 복지가 아닌, 사회권적 시민권으로 모든 사회구성원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로서의 복지인 '보편주의' 복지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 우파 세력은 모든 국민들이 사회권적 시민권 의식을 분명하게 체득하고, 그 헌법적 권리를 요구하며, 완전하게 행사하려는 상황, 즉 보편적 복지의 제도화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공세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력한 여성 정치가인 심상정 전 대표가 '보편적 복지의 제도화'를 외치며, 우리 정치의 전면에 나섰다. 일찍이 한국 정치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심지어는 진보정당에서조차 담론과 거대정책으로서의 보편주의 복지체제를 전면에 내건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이번 심상정 전 대표의 경기도지사 선거 출사표는 그 내용 면에서 예삿일이 아닌 것이다.

심상정 전 대표는 지난 1월 19일의 경기도지사 출마 기자회견 자료에서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누구나 당당하게 요구하고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라고 하였는데, 이는 모든 국민의 사회권적 시민권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편주의 복지를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또, "복지가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낳으므로 복지가 곧 성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살기 좋은 행복국가로 여기고 있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보편주의 복지제도가 만들어낸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와 복지-경제의 선순환 모델을 잘 이해하고, 이를 경기도에 적용하겠다는 '창의적 기획'으로 읽혀진다. 심 전 대표의 말대로, 확실하게 보편적 복지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행복하고 조화로운 민주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의 민주정권은 생산적 복지를 말했고, 지금 정권은 능동적 복지를 말하지만, 복지는 복지부동했고,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는 심 전 대표의 상황 인식은 진보 개혁적 정치인들, 지식인들, 그리고 절대 다수 국민들의 그것과 같은 것이다. 단지, 잔여주의의 시혜적 복지에 인식과 정책이 머물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나 정부 여당만이 그 대척점에 서 있을 뿐이다.

▲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3일 국회 앞에서 결식 아동 급식 지원 예산 증액과 보편적 무상 급식 시행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프레시안

이번 지방선거는 참으로 중요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에 걸친 신자유주의의 구조화로 인해 우리나라는 양극화 성장체제를 내재한 시장만능 국가가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양극화의 고통과 민생의 불안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과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 경제사회의 양극화와 민생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 대립 지점, 즉 전선은 분명하다. 본격적 신자유주의 세력과 보편적 복지국가 세력 간의 대결이다.

후자가 이길 때, 노동자와 서민과 중산층이 행복한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 특히 진보정치가 중요하다. 국민의 투표 참여와 올바른 선택이 보편적 복지국가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심상정 전 대표의 보편주의 복지 약속, 즉 복지국가 경기도를 향한 '획기적 기획'에 주목하는 것이다.

김문수 지사의 선별주의 무상급식은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장차 학생 전체에게로 무상급식을 확대할 의도가 있든 없든 간에) 앞으로도 가난한 학생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잔여'적 선별주의 복지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잔여주의의 선별적 복지가 그들의 이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고착된 나라에서는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시행하자는 김상곤 교육감의 보편주의는 빠른 속도로 초등학교 1~4학년까지, 그리고 중·고등학교까지 확대될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과 4학년 학생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국민, 즉 납세자들의 일반적인 정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선별주의 무상급식의 과정에서 가난한 집안의 어린 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낙인(stigma)이 찍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심상정 전 대표가 출마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공공보육의 대대적 확충, 평생교육과 핀란드식 교육을 위한 투자, 건강불안과 주거불안의 해소를 위한 공공투자 등은 장차 우리가 반드시 나아가야 할 '선진국 형의 보편주의' 복지정책이자 경제사회정책으로 우리 모두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누구나 인정하듯, 우리 사회의 지배적 이념은 신자유주의(시장만능주의)이고 지배적 복지 이념은 잔여주의이다. 이번에 경기도의 무상급식 논란에서 불거졌듯이, 경기도정을 지배하고 있는 김문수 지사와 여당은 명백하게 '신자유주의와 잔여주의 복지'를 지지하였고, 심상정 전 대표는 이를 완전하게 극복하여 '복지국가와 보편주의 복지'가 제도화된 "아이들의 꿈과 엄마의 행복"을 이루어내는 경기도를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우리는 이러한 대립구도가 전면적으로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정치권과 국민들이 신자유주의와 잔여주의 복지의 지속적 추진인가? 아니면, 복지국가와 보편주의 복지로의 획기적 전환인가? 경기도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치열하게 토론하고 정치적으로 결정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것이 심상정 전 대표의 경기도지사 출마선언이 갖는 또 다른 중요한 의의라 하겠다.

만약에 심 전 대표가 당락을 떠나 경기도 전역에서 보편주의 복지의 바람을 들불처럼 일으키는 데 성공한다면, 그래서 경기도민들의 마음속에 억눌린 채 잠재되어 있던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권적 요구'가 분출되고, 요구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이것은 곧 전국으로 확산될 것인 바, 장차 심상정의 경기도가 보편적 복지의 전국적 교두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때를 꿈꾸자. 그리고 지금은 심상정 전 대표의 '보편적 복지'를 향한 힘차고도 헌신적인 도전에 성원의 박수를 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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