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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자치 없애고 정당 이익 극대화…누구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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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자치 없애고 정당 이익 극대화…누구 맘대로?"

[토론회] 교육자치법 개정 논란…"여야, 졸속 개정에 합심"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계에 뜨거운 논란이 번지고 있다. 다름아닌 지방교육자치법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 교육감과 교육의원 역시 주민 직선으로 선출한다. 2006년 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교육수장 및 교육의원 선거를 지방선거와 통합해 실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를 6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와 직결된 지방교육자치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내놓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교육감·교육의원 후보자의 교육 경력 의무 폐지 △교육의원에 대한 정당 추천 비례대표제 도입 △후보자의 출마전 정당 경력 제한 2년에서 6개월로 감축 △주민소환제 도입 △교육감 후보자의 후원회 제도 운영이다.

교육감·교육의원 선거 구도 자체를 바꿀 법률을 두고, 국회 교과위 위원 중 상당수는 선거 일정이 시작되기 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교과위는 지난 14일 개정안을 처리하려다 일부 의원이 반대하자 오는 2월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하며 일정을 연기했다.

그러나 이처럼 국회가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하려는 것을 두고 교육단체·교원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청회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국회의원들의 합의만으로 법을 개정하려는 데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내용면에서도 후보의 교육 경력 의무 및 정당 경력 제한을 폐지하고 교육의원에 정당 추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교육 자치의 목적이 아닌 여야의 '당리당략'이 맞아 떨어진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을 '졸속'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15일 한국교육과학발전연구회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올바른 교육자치 입법 방향'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전국 각 지역 교육위원 등 200여 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지방교육자치법, 어떻게 흘러왔나

2006년 12월 개정된 지방교육자치법은 그전까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간선제로 선출했던 각 지역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법 개정 이후 교육감의 임기가 끝난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감 직선을 별도로 진행했다. 오는 6월 선거에서는 법 개정 이후 최초로 지방교육자치선거를 지방선거와 통합해 실시하게 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교육의원(敎育議員)'을 선출한다. 지금까지 전국 15개 시·도광역단체별로 교육 관련 조례안이나 예산안을 사전에 심사하는 독립적인 '교육위원회'가 운영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부터는 각 지역 교육위원회가 폐지되고 지방의회에 통합된다.

이에 따라 주민 직선으로 뽑힌 '교육의원'은 지방의원의 지위를 가지며, 일반 시·도의원과 함께 약 절반의 비율로 교육상임위원회에 배치된다. 또 현재 15개 시도 139명인 교육위원 숫자는 77명의 교육의원으로 숫자가 대폭 줄어든다.

앞서 제주도에서는 2006년 제주자치법이 통과된 이후 제주도교육위원회를 제주도의회에 통합해 '제주도의회 내 제주교육위원회'를 출범했다. 지방교육자치법은 이 같은 제주도의 사례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2006년 개정된 법률은 '미완성'이었다. 교육의원 선거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별도의 법률로 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9년 12월까지 14개의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됐고, 현재까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출된 개정안 가운데에는 현재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개정안에 포함된 주민소환제 도입, 후원회 운영 등 외에도 별도의 교육위원회 설치, 교육감 임명제 등 다양한 내용이 올라와 있다. 이 같은 현상은 2006년 법률 개정 당시 국회가 시·도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와 통합하려는 생각만으로 선출제도 설계를 신중히 고려하지 않고 법률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의원 선거에 정당 영향력 극대화하려는 법안"

토론회 발제에 나선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는 "국회가 책임있는 입법기관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용일 교수는 "2006년 국회는 우격다짐으로 교육위원회와 시·도의회를 통합하면서도 정작 제도 구상에 대한 대안이 부족했다"며 "졸속적인 법안 통과는 결국 표의 등가성, 선출제도 편의성 등 곤란한 문제를 낳았고, 결국 2006년 12월부터 관련 법안이 15개나 제출됐는데도 국회는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표의 등가성이란 교육의원 정수가 전국 77명으로 줄어들면서 교육의원 1인당 인구수가 지나치게 많아진 문제점을 뜻한다. 2009년 인구수를 기준으로 서울시 교육의원은 1인당 125만4000명, 경기도 의원은 163만5000명을 대표하는 등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에 비해 6~7배가 많다. 광역의원을 기준으로 따지면 서울 교육의원은 12배, 경기도 교육의원은 15배 많은 인구를 대표하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다 결국 국회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손쉬운 선택이라 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한편, 교육의원 선거에 거대 정당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정치 야합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교육의원 제도를 도입한 현행 법률은 시행해보지도 못한 채 비례대표 교육의원이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현재 국회가 추진하는 법안에서 교육감 후보자의 후원회 운영이나 주민소환제 도입, 정당 경력과 교육 경력 제한을 해소하는 조항 등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근본적으로 지방교육자치 제도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위원회는 종전처럼 시·도의회로부터 분리해 독립된 위임형 의결기관으로 바꾸고, 교육위원 정수는 최소한 시도의 자치구 숫자만큼 늘려서 중대선거구제에 의한 주민직선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김용일 교수는 "이쯤에서 국회는 2006년 12월 대책없이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와 통합했던 법률 개정이 졸속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이런 근본적인 제도 개편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면 책임 있는 입법기관으로서 2006년 개정안에 따라 선거를 시행한 뒤 냉정히 평가해서 다시 교육자치제도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한 번도 안 치르고 개정? 입법기관 무책임 입증하는 것"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 역시 한목소리로 국회가 졸속으로 법률을 개정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한재갑 교육정책연구소장은 "교육 자치의 핵심은 교육의원"이라며 "교육의원 선거에 정당 추천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순간 교육 자치는 실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재갑 소장은 "현행 법률에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해도 교육의원 정수, 후원회 도입 등 몇 가지 사항만 우선 개정하고 전면 개정 여부는 선거 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며 "2006년 법 개정 이후 첫 동시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교육 자치를 사실상 폐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후 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은 어떻게 하면 중앙정부가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강화할 것인가를 생각한 꼼수에서 비롯됐다고 본다"며 "더군다나 각 정당들이 선거 공학적 측면에서 표 얻기에 유리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또 만약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정당 가입 경력을 완화하려면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교육자치에 대한 전문성 확보 방안이 같이 제시되고, 모든 교육공무원의 정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자치의 전문성, 자주성을 강조하는데, 그걸 담보하는 방안은 현직 교사의 출마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교원의 정치 활동을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는 법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의 장은숙 회장 역시 "2006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은 졸속 개정의 전형이었다"며 "2009년 12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논의된 개정안 역시 정당의 이해관계만 반영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정된 법률로 단 한 차례도 선거를 해보지 않고 검증도 되지 않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국회가 입법기관으로서의 무책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법률을 더 보기 흉한 '누더기'로 만드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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