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변호사는 1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기자 질의 시간을 갖고 "미공개 된 수사 기록에서 경찰 핵심 수뇌부들은 당시 현장 상황을 잘 몰랐다고 진술했다"며 "또한 현장 상황을 알았다면 작전을 중단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뇌부 "당시 현장 상황 몰랐다"
이번에 밝혀진 수사 기록에는 당시 현장에서 경찰특공대와 기동대를 진두지휘한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본부장, 기동본부장, 정보관리본부장의 진술이 담겨 있었다. 1심 재판 때는 이들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김형태 변호사에 따르면 경비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현장 상황을 잘 전달 받았으면 중간에 작전을 포기시켰을 것'이라며 '경찰특공대의 공명심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지도부가 상황을 잘 몰라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이후 상황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진술했다.
▲지난 10월 28일 1심 재판 직후 용산 범대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프레시안 |
기동본부장의 경우, 특공대가 진압할 당시 '망루 안에서 시너를 투척하고 화염병을 던진다는 보고를 받았고, 내가 총 결정권자였다면 작전을 중지시켰을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1심 재판에서 용산 현장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원들도 진압 작전을 두고 "무리한 진압 작전이었다"며 "만약 내가 지휘자였다면 철수를 명령했을 것"이라고 진술했었다.
정보관리부장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검찰 진술에서 "상황을 잘 체크해 들어가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망루가 몇 층인지도 파악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미 이수정 전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은 1심 재판 때 증인으로 출석 "당시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애초 작전에서 변경된 작전 진행…특공대원은 알지도 못해
진압 작전을 수행함에 있어 다른 기관간의 연계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만든 진압 작전에는 옥상에 먼저 특공대를 투입하고 이후 창문과 지상에서 차례로 대원을 투입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당시 특공대원들은 지상부터 먼저 올라가고 옥상을 이후에 올라갔다.
이렇게 된 이유는 기존 컨테이너 두 대로 진압 작전을 벌이려 했으나 부득이 한 대 밖에 지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방차도 6대를 지원받기로 돼 있었으나 현장에는 2대 밖에 배치되지 않았다.
기동본부장이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19일 저녁께 특공대원들에게 교양교육을 진행했으나 교육 후 새로운 진압계획을 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즉, 진압 작전이 현장의 장비 지원 부족으로 작전을 몇 시간 앞두고 변경된 것이다. 경비본부장은 '다른 기관과의 연계가 시간적 부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특공대장은 "대원들 교육을 마친 뒤인 새벽께 새로운 진압 계획이 나왔다"며 "하지만 대원들이 자고 있는 상황이라 다시 교육을 하기가 어려웠다"고 진술했었다.
김형태 변호사는 이번에 밝혀진 내용을 두고 "핵심 참모들이 이런 진술을 했음에도 정작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서면 조사만을 진행했다"며 "결국 간부들이 이야기한 진술의 의문점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결국 핵심 참모들이 말했던 진술을 검찰이 형식적으로 접수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어떻게 보면 면피용 수사였다는 게 이번 수사 기록을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동본부장에게 현장에 시너가 많다고 하니 경찰들이 소방관 옷을 빌려 입을 수 없는지를 물었다고 한다"며 "결국 그만큼 위험한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바로 김석기의 이러한 질문에 있다"며 "화재가 날 경우 철거민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이들에 대한 아무런 대비가 없었다는 게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형태 "재판부 기피 신청은 검찰권 남용"
김 변호사는 그동안 검찰이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재판의 핵심 내용들임에도 공개를 거부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여기에 엉뚱한 기록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일체 그런 것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재판부 기피 신청을 두고도 김 변호사는 "검찰권의 남용"이라며 "피고인들이 구속돼 있는 상태에서 재판이 지연된다면 피고인에게 엄청난 인권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번 법원 결정은 이미 1심 재판 때 법원이 명령을 내린 것임에도 검찰이 명령을 거부한 것"이라며 "항소심 재판에서는 1심 재판에서 결정했던 기록 공개를 집행한 것 뿐"이라며 "그걸 가지고 기피라고 한다면 1심 재판에 이미 이의를 제기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형태 변호사는 "기피신청이 전적으로 검찰의 의도라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강하게 항의를 해서 검찰이 궁지에 몰려 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실제 검찰은 재판부가 수사 기록을 등사, 열람하는 것을 두고 별 이견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형태 변호사는 "그렇기에 재판부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재판기피를 신청하며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경찰이 항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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