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20일 "개별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당사자 요건에 맞지 않아 각하될 것"이라는 청와대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이날 대통령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노회찬 "개별 의원은 청구 자격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
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 관계자'의 입을 빌어 정당한 주장을 거짓으로 왜곡한 행위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와대 측이 제시한 판례는 오히려 개별 국회의원에게 권한쟁의 심판 청구자격이 있음을 보여주는 판례"라며 "개별의원이 심판청구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견해는 당시 사건에서 소수의견(헌법재판관 9인 중 2명)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 측은 지난 18일 1998년 당시 김종필 총리서리 임명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각하된 사실을 예로 들며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도 아니며, 법리상 성립되지 않는 요건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헌법상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은 국회의원이 아닌 국회의 고유 권한이며 의원 개인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당사자 자격이 없다는 게 청와대 측의 논리다.
***헌재 "국회의원은 권한쟁의 당사자 능력 없다는 견해는 소수 의견"**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8년 7월 "김대중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국무총리서리와 감사원장서리를 임명한 것은 국회 및 국회의원의 동의권한 등을 침해한 것"이라며 한나라당 국회의원 150명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사건에 각하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관 5명은 권한쟁의를 청구한 국회의원들의 당사자 적격이 없거나 권한침해가 없다며 다수 의견을 형성했다.
그러나 다수 의견을 형성한 5명 중 3명의 재판관은 '국회의원 개인에게 청구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반수를 이루는 다수당의 의원은 스스로 의결해 침해된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각하 이유를 밝혔고, 2명만이 '권한쟁의 심판에 국회의 구성원이나 국회 내의 일부기관인 국회의원이나 교섭단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헌재 판례집(공보 29권 583면)은 '김종필 총리서리 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 직후 각하의견의 한 갈래로서 종래 헌법재판소 판례상으로는 소수의견이었던, 국회의원은 권한쟁의의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견해가 마치 헌법재판소의 각하결정의 이유인 것처럼 보도됨으로써 마치 권한쟁의 자격도 없이 청구한 것으로 비춰져 오해를 사게 된 점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판례집에서 헌재는 "국회의원이 권한쟁의의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견해는 재판관 2인만의 의견인데, 이 결정에서는 다른 각하이유를 개진한 3인 재판관의 의견과 결합되어 각하 의견수가 과반수인 5인에 이름으로써 결국 적법요건을 통과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결국 "청와대 측이 헌재의 판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소수의견을 들어 국회의원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자격이 없는 것처럼 왜곡했다"는 노 의원의 주장이 헌재 주요 판례집에 의해 증명된 셈이다.
노 의원은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사항이므로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이고 "국회 비준 없이 대통령과 정부가 이를 합의한 것은 국회와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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