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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운 나의 심장에 너를 담아두고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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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운 나의 심장에 너를 담아두고 보았어"

[RevoluSong] 스왈로우의 <자이언트>

역사는 거인들의 발걸음으로 더욱 또렷해진다. 우리 안의 가장 순결한 열정이며 가장 뜨거운 의지인 그들을 일러 우리는 위인이라고 부른다. 거인이 위대한 것은 그들이 의미있는 일을 해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이 위대한 것은 그들이 오늘의 우리를 한결같이 거울처럼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전태일 열사가 없는 한국 노동운동을 생각할 수 있고 체 게바라가 없는 저항운동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과거를 넘어 오늘을 새롭게 하는 이들의 생명력이야말로 거인을 거인으로 만드는 생명력이며 오늘의 우리를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게 하는 성찰인 것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스왈로우(Swallow)의 신곡 <자이언트>는 한국 현대사의 거인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두 정치인의 죽음 이후 마음에 남은 앙금을 노래하고 있는 곡이다. 그러나 <자이언트>에는 대개의 추모곡이 담고 있는 절절한 그리움 같은 것은 없다.

대신 스왈로우 이기용은 그들이 떠난 후 마음에 퍼지는 파장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담담하게 고백한다. 아직 그들을 기억하고 불러보고 있으며, 슬픔과 분노로 추워진 시대는 떨려도 더 단단한 의지로 단련된 자신은 새로운 의지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장마저 가려워지는 어지러운 반동의 시대이지만 남은 자신은 그들의 뜻을 쉽게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짧은 가사에 담긴 의지는 단지 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평등과 자유와 해방을 위해 싸워온 모든 거인들의 삶을 바라보며 오늘을 진정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디 거인이 한 둘이겠는가. 그래서 구름처럼 많은 거인들, 구름처럼 부풀어 오르고 변화무쌍한 역사를 지팡이처럼 의지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늘은 결코 절망할 수 없는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것임을 노래는 행간으로 말하고 있다. 거인에 대한 기억과 교감, 그리고 새로운 역사에 대한 다짐과 낙관을 담은 노래는 거인들의 삶에 대한 남은 이들의 사려깊은 대답인 것이다.

시련의 역사가 새겨놓은 슬픔과 의지를 성실하게 사유하며 은유적인 노래로 만들어낸 스왈로우는 밴드 허클베리 핀의 리더 이기용의 개인 프로젝트 밴드이다. 한국에 인디 씬이 등장했던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허클베리 핀을 이끌며 연이은 수작(秀作)들을 발표했던 그는 인디 씬을 대표하는 창작자이며 또한 세상을 향한 시선이 뜨거운 창작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그는 좀 더 내밀한 자신만의 정서를 담기 위해 2004년부터 스왈로우라는 이름으로 포크와 팝에 가까운 음악들을 발표해왔다. 그리고 그 음악들은 밴드 허클베리 핀이 그러했듯 음악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상과 특별상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수상으로 이어질만큼 호평받았다. 지난 가을에 발표한 3집 [It] 역시 다시 한번 호평 받은 그의 괴력같은 창작력에 대해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시작하는 밝은 분위기의 팝인 <자이언트>는 독특한 구성으로 더욱 흥미롭다. 경쾌한 리프(Riff)를 반복하며 짧은 가사를 1절처럼 제시한 뒤 그 중 한 줄을 한번 더 부르고 금세 간주로 돌입하는 곡은 나머지 가사를 마저 부르더니 먼저 부른 가사의 부분으로 돌아갔다가 메인 보컬을 맡은 그와 서브 보컬을 맡은 루네(Lune)가 동시에 1, 2절을 겹쳐부르고 다시 혼자 중간쯤의 가사를 부르며 마감하는 방식으로 짧은 가사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1절과 2절이 따로 있지 않은 자유분방한 노래의 흐름은 스왈로우에게 흔하지 않은 밝은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그것은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말하고자 하는 스왈로우의 음악적 욕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거인들의 삶을 기억하는 무수한 이들에 대한 믿음, 그리고 거인들과 사람들이 함께 굽이굽이 헤쳐나온 역사에 대한 희망 때문일 것이다. 지난 해 두 거인을 강물같은 눈물로 보낸 많은 이들의 순정한 의지는 분명 진일보한 거인의 시대로 돌아올 것이다. 역사는 오늘도 다시 거침없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자이언트>

뒤에서 뒤에서 사라진 너를 기억하는 나
위에서 위에서 고뇌에 찼던 널 불러보네
추어진 몸은 내 몸은 떨려도
더워진 나의 맘은 부풀어
보는 건 나의 두 눈뿐
어지러운 나의 세상에
가려운 나의 심장에
너를 담아두고 보았어
구름은 나의 지팡이
거침없이 가는 지팡이
가려운 나의 심장에
너를 담아두고 보았어

▲ 프로젝트밴드 스왈로우. ⓒ스왈로우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매주 화, 목요일 <프레시안>을 통해서 발표될 이번 릴레이음악 발표를 통해서 독자들은 당대 뮤지션의 날카로운 비판을 최고의 음악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다시 음악으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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