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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기존 혁신도시 잡아먹는 王혁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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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종시, 기존 혁신도시 잡아먹는 王혁신도시

대구·울산·광주·충북 등 계획 겹쳐…"정부 스스로 족쇄 채운 꼴"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이었던 입주기업 명단과 투자 규모가 확정됐다. 11일 확정된 1차 국내 입주기업은 삼성과 한화, 웅진, 롯데 등 네 곳이며 오스트리아의 태양광 모듈 업체 SSF그룹 등 총 다섯 개 기업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들 5개 기업의 총 투자 규모는 4조5150억 원이다. 투자기간을 5년으로 잡았을 때 연 평균 9000억 원가량이다. 정부가 전망치로 제시한 고용 증가 효과는 2만3000여 명이다.

정부의 세액감면 규모가 워낙 파격적이라 참여 기업들은 앞으로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인근 산업단지의 경우 3.3㎡당 78만 원대인 원형지 공급가를 40만 원(대학은 36만 원)으로 정했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 감면된다. 또 취득·등록세와 재산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규정을 거쳐 15년간 감면이 이뤄진다.

그러나 세종시가 향후 기업들의 집중 투자대상인 신재생에너지와 IT 중심도시로 성격이 바뀌면서 정작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10곳의 혁신도시는 큰 위협을 받게 됐다. 정부가 내놓은 안이 오히려 이전 정부 안을 공격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파격적인 세금감면의 부작용으로 재정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수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11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시 투자를 결정한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지난해 말(11월) 정 총리가 전경련을 방문했을 때 세종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올해 1월 인센티브안이 나온 후 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말한다. 혜택이 그만큼 매력적이었단 얘기다. 달리 보면, 초기 투자기업은 특혜 시비에 시달릴 수도 있다. ⓒ뉴시스

파격적 혜택…대기업 4곳 이전 계획

가장 큰 규모로 투자를 확정한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LED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등 5개 계열사에서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오는 2015년까지 전체 기업 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2조50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 헬스케어는 삼성그룹이 이미 지난해부터 새 사업으로 낙점한 바 있다.

수정안이 의결되지 않은 마당이지만 연내 통과를 가정할 경우, 구체적인 투자는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연 평균 4100억 원 규모다. 삼성그룹의 연평균 투자액수(설비투자+R&D투자)는 지난 2005년 이후 20조 원을 넘었고, 삼성전자의 연평균 투자규모도 10조 원이 넘는다. 그룹으로서 대규모 투자라고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만 그룹이 신수종사업팀을 지난 2007년 10월부터 전략기획실에 설치한 후 내린 첫 투자대상지가 세종시라는 점에서 앞으로 추가 투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해 정부의 인센티브 확정안(세금감면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삼성과 함께 가장 비중 있게 투자후보로 거론된 한화그룹은 앞으로 10년 간 1조3270억 원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태양전지) 사업을 키우기로 했다.

웅진은 9000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사업과 통합연구센터 등을 짓고 롯데는 1000억 원 규모의 식품관련 연구소를 세운다고 밝혔다.

상징적 의미가 강한 롯데를 제외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대규모 혜택이 큰 매력으로 작용한 건 분명해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신수종 사업은 예전부터 그룹이 고민하던 것이었다. 부지 결정만 문제였는데, 세종시 수정안(인센티브안)이 발표된 후 투자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삼성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세종시 부지 자체가 매력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기초과학과 녹색기술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중이온가속기가 도입될 경우 그룹의 신사업인 그린에너지, 헬스케어와 시너지 효과가 있다"며 "대규모 단지 조성이 가능하고 용수, 전력, 공항 등 인프라가 갖춰질 것으로 전망돼 입지 경쟁력이 뛰어난 점"을 투자 결정 이유로 꼽았다.

또 "법인세, 지방세 면제 등으로 신사업 초기 투자리스크가 경감되고, 투자 회수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에 힘입어 세종시에 돈을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한화 관계자도 "혁신도시에 예전부터 관심을 기울였고, 특히 대덕특화밸리 등 이유로 세종시에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면서도 "올해 초 정부가 인센티브안을 확정 발표한 후 정부에 투자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관심을 '행동'으로 바꾼 게 혁신도시보다 훨씬 매력적인 인센티브였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가치투자의 확신이 있어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정부 입김 같은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9월 6일 발표한 '혁신도시 발전방안'의 10개 혁신도시 개발 추진방향.전체 혁신도시 대부분이 세종시 사업과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레시안

혁신도시는 '낙동강 오리 알?'

세종시가 이처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기업도시로 변하면서 정작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혁신도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세종시 정도의 세금감면 혜택이 없는데다, 가장 중요한 입지·교통 등 조건에서도 세종시를 넘어설 도시가 없기 때문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종시는 3.3㎡당 조성원가가 272만 원인데, 공급가 40만 원에 조성비를 30만 원으로 잡아도 기업이 부담할 돈은 70만 원에 불과하다. 조성원가의 1/3 가격에 부지를 얻는 것"이라며 "나머지 70%는 전부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일부 기업을 유인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느라 큰 세금부담이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세종시의 전체 예정 부지는 1257만㎡. 이 중 347만㎡가 녹색산업 유치 부지며 340만㎡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350만㎡는 대학부지다. 4대 국내 입주기업의 총 부지 합계는 297만6000여㎡이고 3.3㎡당 평균 재정부담액을 200만 원 정도로 가정하면, 이들 기업 부지에 투입되는 예상 재정소요는 약 1조8000억 원이다. 같은 방식으로 대학부지에 투입되는 3.3㎡당 재정을 204만 원으로 가정할 때, 정부 부담액은 약 2조1600억 원대다.

변 교수는 "문제는 세종시가 기존 행정타운의 틀을 벗어나면서 인근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와 동일한 위상을 갖게 됐다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다른 도시에서 '왜 세종시만 특혜를 주느냐'고 지적이 나오지 않나. 특혜 문제가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세종시의 기업도시화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각 지방 지식인들과 자치단체, 지역구 정치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와 울산, 경남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친박계열 의원들이 강하게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9월 6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혁신도시안에 따르면 대구의 팔공이노밸리는 솔라시티로 조성하고 경북 포항의 포스텍 연료 전지연구소,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연료전지연구단을 활용한다는 계획이 마련돼 있다. 세종시가 내건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바로 겹친다. 울산의 울산그린밸리도 첨단 에너지 연구 도시이며 경남 한가람도시 또한 그린에너지와 IT 연구를 표방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빛가람도시 역시 신재생에너지와 바이오·의료사업 도시가 혁신의 핵심이다. 충북 진천의 중부신도시는 태양광 관련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고, 강원도 원주는 바이오 도시다. 모두 세종시의 영향권 하에 있다.

다만 세종시 입주를 발표한 기업들은 이와 같은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기존 혁신도시에 대한 투자계획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화 측은 "울산은 태양광사업이 중심이고 내년까지 증설 계획이 잡혀 있다. 세종시는 태양전지 생산공장으로 엄연히 사업이 다르다"고 했다. 삼성 측도 "오래 전부터 투자 고민을 해오던 사업 부지를 최초로 세종시에 결정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막대한 적자재정을 감수해 이들 혁신도시에도 세종시 수준의 혜택을 준다 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세종시가 다른 모든 혁신도시를 넘어설 정도로 뛰어난 입지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혁신도시에는 투자를 주저하다 세종시에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변 교수는 "혁신도시 중에서 세종시보다 서울에 가까운 곳은 원주와 진천 단 두 곳 뿐"이라며 "그런데 KTX를 감안하면 시간상으로도 서울에 제일 가까운 곳은 세종시"라고 지적했다. 세종시는 자동차로 서울에서 약 1시간 30분 거리며, KTX가 정차하는 도시 중에선 서울에서 가장 가깝다. 인근에는 천안 지하철역도 있다.

변 교수는 "한 문제를 풀기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요하는 꼴"이라며 "투자를 주저하다 미리 세종시에 들어오는 기업은 엄청난 특혜를 받는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고, 혁신도시들은 피해자 입장으로 변했다. 정부 스스로가 족쇄를 거는 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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