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이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기업 특혜 논란을 의식해 "땅값이 싼 게 아니다"(권태신 총리실장)고 불끄기에 여념이 없지만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역차별'을 성토하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세종시 부지 3.3㎡당 기업에는 40만원, 대학에는 36만원으로 원형지 공급가를 확정했다. 권태신 총리실장은 "인근 산업단지의 평균 땅값이 78만원인데 이중 개발비가 평당 38만원이기 때문에 원형지 개발을 희망하는 데에 한해 40만원을 받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도 "원형지의 경우 다른 산단 공급 가격에서 조성에 들어간 비용을 제하면 적정 가격은 40만원 정도가 맞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조성원가가 272만원인 땅을 36만원에 팔겠다는 건 특혜"라는 반발이 도처에서 나왔다. 여기에 소득·법인세는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하고 취·등록세, 재산세는 15년간 감면키로 세제혜택까지 발표되면서 지방의 반발은 격화됐다.
혁신도시건설촉진국회의원 모임은 성명을 통해 "땅값 특혜는 50만㎡ 이상 투자자로 한정해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고 중·소기업, 연구소 등은 제외됐고, 저가공급의 명분인 '원형지 개발'은 오히려 부동산 개발을 통한 대기업의 땅 장사를 공인해 주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혁신도시에도 수정 세종시, 경제자유구역 수준의 입주 혜택을 제공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구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도 "평당 227만원의 땅을 36만원에 거저 준다면 차액인 평당 191만 원의 손실은 누가 부담할 것이냐. 거둬야 할 세금을 안 받고 국가예산으로 보조금까지 준다면 이 돈은 과연 누가 부담할 것이냐"면서 "왜 국민이 이 돈을 부담하는 날벼락을 맞아야 하는지 대답하라"고 몰아붙였다.
권태신 실장이 불평등 논란과 관련해 "혁신도시에 대해서도 세종시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하려고 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유승민 의원은 "세종시 이외의 다른 지방에도 똑같은 혜택을 줄 수 있느냐"며 "돈이 없다. 국가재정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종시 블랙홀'의 당사자 격인 지방의 반발은 더욱 직접적이다. 유치대상으로 공들여온 기업들이 세종시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대구·경북권은 첨단의료복합단지, 신재생에너지 육성, 에너지클러스터 조성 등이 세종시와 기능중복이 불가피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과 가까운 세종시의 근접성에 '싼 땅값'까지 감안하면 이 지역 혁신도시와 경제자유구역 등의 기업 유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세종시를 거점으로 하더라도 산업인프라가 우수한 영남권도 산업친화형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복수지정돼야 한다"고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겨우 먹고 살길을 찾아가는 지방을 고사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세종시만을 위한 특혜는 결코 안 된다"면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세종시를 잘 만들겠다는데 너무 치우쳐 있어 타지역 역차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허 시장은 "경제자유구역 등 지역의 투자유치사업이 조기에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지원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권과 호남권은 세종시와의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역차별 체감도가 심하다. 호남권 혁신도시 공급가격은 광주 전남이 149만원, 전북이 147만원으로 세종시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이에 따라 지역에선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혁신도시인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내 33만㎡(10만평)에 민간기업과 연구소 등을 유치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세종시에 대해 토지를 반값에 제공하고 세제혜택과 재정지원을 하게되면 광주뿐만 아니라 모든 지방은 고사해 앞으로 희망이 사라지고 국가균형발전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시에서 역점추진하고 있는 R&D 특구와 클린디젤자동차, 가전 로봇 등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세종시와 '똑같은 혜택'을 요구했다.
충청북도도 △세종시로의 기업쏠림 현상 △대기업 협력업체의 세종시 동반 이전 △도내 산업단지 신규 조성 불투명 △충북의 신성장동력 육성 차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북 실익 미미 △충주기업도시 조성 악영향 등을 우려했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을 확인한다"면서 "정부여당이 강력한 수단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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