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마디 말에 박근혜 전 대표의 의지와 전략이 모두 녹아있다. 세종시 수정 반대 강도를 '결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 이명박계의 공격로에 미리 바리케이드를 치겠다는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나라당 당헌 72조에 명시돼 있다. '의원총회 의결(당론 결정)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지만 당론 변경의 경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바로 이 당헌을 고리로 건 것이다. 세종시를 둘러싼 이명박계와의 갈등 성격을 '정책'에서 '원칙'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더 엄밀히 말하면 싸움 룰을 꺼내듦으로써 싸움 판을 유리하게 조성한 것이다. 다시 확인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역시 '원칙 공주'다.
이명박계로선 난감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할 여지는 물론 어물쩍 처리할 여지마저 빼앗겨 버렸다.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이 수차례 밝혔던 사항, 즉 "한나라당 당론은 세종시 원안 추진"이라는 입장을 먼저 파기해야 수정 당론을 채택하고 국회 처리를 모색할 수 있는데 박근혜 전 대표가 자리 깔고 누워버렸으니 오도가도 못하게 돼 버렸다.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을 채우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박근혜계를 배제하고 당론을 변경하면 당헌 위반 행위가 돼 박근혜 전 대표에게 공격 빌미를 준다. 이명박계의 활로는 무엇인가?
섣불리 넘겨짚지는 말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계가 '플랜B' 마련에 착수했다고 한다. 세종시 수정 계획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을 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해야 할 시점, 수정안 포기 이후 박근혜계와의 관계 설정 및 당 운영방안 등에 대해 물밑 논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당사자인 이명박계조차 아직 뚜렷한 전략을 세우지 못했는데 굳이 앞장 서서 그림을 그릴 필요는 없다.
다만 한 가지만 환기하자. 이명박계가 모색하는 세종시 수정 포기 시점과 관련된 문제다.
한나라당 안팎에서 고개를 드는 '속도조절론'을 역이용하는 방식, 즉 시간을 끌면서 수정안 처리 여건을 성숙시키자는 이 주장의 맥락을 180도 뒤집어 퇴각 루트로 활용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건 썩 좋은 카드가 아니다. 시간을 끌면 박근혜 전 대표의 '몽니' 행태를 부각시키고 이명박계의 단합을 모색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보다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방선거 태업 명분을 주는 문제 말이다. 님도 못 보고 뽕도 못 따기 십상인게 바로 '속도조절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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