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입장 정리가 결국 세종시 원안 추진이냐 수정이냐의 '출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지만, 현재로선 양쪽 모두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최대 난제이자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 지점으로 떠오른 세종시 논란은 정치적으로도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친이, '박근혜 달래기' 부심
여권 주류 측에서는 세종시 수정 속도조절론으로 기운 분위기다. 2월 임시국회가 아닌 4월 국회나 그 이후로 처리 시점을 넘기자는 게 골자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여론의 흐름을 반전시킬 시간이 필요한 데다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라는 산을 넘지 못하면 법개정 관문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2월국회 처리는 무리수라는 판단에서다.
친이명박계 핵심 의원은 7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2월에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세종시 문제는 '대안의 합리성' 논쟁이 아니라 정치 문제, 여론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너무 서두를 것 없다"고 말했고, 당 지도부에서도 '속도 조절론'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수정론자인 홍준표 의원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세종시 수정안을 조속히 처리할 문제는 아니다. 6월 (국회)까지는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처리 시점보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에 주목한다. 덧붙여 '원안 플러스 알파'라는 박 전 대표의 입장에도 변화가 없음을 명토박았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한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우리가 제기한 게 아니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가 민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면 수정안을 1월에 내든, 2월에 내든, 3월에 내든 부결시킬 것"이라고 '전의'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원안 플러스 알파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매우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박 전 대표도) 생각이 있지 않겠느냐"고만 말했다.
친이계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을 통한 '출구 전략'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두 사람의 회동이 성사될지, 성사된다 해도 원만한 타협을 해 낼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전날 "추진하는 것도 없고 얘기 되는 것도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으나 조심스럽게 이를 추진하고 있다는 후문이 꾸준히 나온다. 친박계 쪽에서도 이 문제에 무척 민감한 반응이다.
이정현 의원은 "금시초문"이라면서도 "회동 자체가 타진된 게 없는데 회동 성사 가능성을 어떻게 말하겠느냐"고 했다. 친박계 내에서는 "수정안 발표 후 회동하는 것이 박근혜 전 대표가 '설득 당하는 모양새'가 돼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의원들이 다수다.
ⓒ청와대 |
친박의 역공?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한 '내용적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이날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행정부처 이전 전면 백지화를 전제로 작성된다면 국회에서 바로 부결 처리될 것"이라며 5-6개 행정기관과 적절한 수의 처.청을 옮기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홍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1년여 동안 수십회의 공청회, 세미나를 거쳐 확정했던 세종시특별법을 불과 두 달 남짓 검토한 다음 백지화한다는 것은 경솔한 처사"라며 "전국적인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의원이 '사견'을 전제로 한 제안이지만, '원안 플러스 알파'를 고수해 온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친박계가 낸 일종의 '타협책'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로도 읽힌다.
이같은 제안에 정부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한나라당 세종시 특위가 백서를 통해 비슷한 제안을 소수 의견으로 전달했으나 정부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세종시 수정안을 확정 발표하는 시점부터 이명박-박근혜 갈등이 전면화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타협책을 제시한 홍사덕 의원조차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고수 입장에 대해서는 "100% 옳은 얘기를 왜 바꾸겠느냐. 변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수정안 발표 뒤에도 박 전 대표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여여(與與)갈등'은 조기에 폭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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