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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영일(一勞永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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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영일(一勞永逸)'?

[손호철 칼럼] 반MB, 반신자유주의 투쟁으로 긴 안락 누리자

연말, 연초의 긴 휴가를 잘 지내셨는지요? 2010년을 맞아 이렇게 새해 첫 글을 쓰려고 하자, 1년 전 '손호철 컬럼'을 시작하며 썼던 "'2009 명박대첩', 의지의 낙관과 '신발'로 무장하자"는 글이 생각납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퇴행성'이 노골화되면서 반(反)MB 민주대연합의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지만 우리 시대의 주모순은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반신자유주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반신자유주의 전선에 매몰되어 민주당과의 일체의 연대도 부정하는 좌익소아병, 정반대로 MB악법 저지가 중요하다며 반신자유주의를 포기하는 대동단결론, 이 모두를 경계하고 둘을 결합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촛불시위가 보여주었듯이 문제는 단순히 상층부 연합이 아니라 대중이다. 우리의 민중, 대중은 절망 속에서도 우리에게 언제나 희망이 돼 주었다는 점에서 '지적 비관'을 상쇄할 수 있는 '의지의 낙관'으로 새해를 향해 나아가자. 올해를 버텨내려면 모두들 실내화를 한 켤레 씩 준비하자.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에 나가 이라크의 기자처럼 신발을 던지지는 못 하더라도 집에서 뉴스를 보며 실내화를 텔레비전을 향해 던져 정신건강을 유지하며 한해를 살아남자.(☞칼럼보기)

1년을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자 지난 1년 간 몇 차례나 실내화를 던졌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용산으로부터 쌍용차,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2009년 마지막 날의 2010년 예산안 날치기 통과에 이르기 까지 정확한 횟수는 알 수 없지만 분노에 텔레비전을 향해 실내화를 던져야 했던 경우가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또 몇 번이나 이 정권이 우리를 분노하고 절망하게 만들어 애꿎은 텔레비전을 향해 실내화를 던지게 할 것인지 벌써부터 겁이 덜꺽 납니다.

한 마디 덧붙인다면 지난 1년간 실내화를 던지게 한 것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MB정부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민주당역시 여러 번 실내화를 던지게 했습니다. 자신들이 노무현 정부 시절 무비판적인 신자유주의 노선에 의해 해외매각을 강행함으로써 현재의 문제를 불러일으킨 쌍용차 문제에 대해 쌍용차 노동자들과 국민들에게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오리발로 일관한 것으로부터 입만 열면 반MB 민주대연합을 외치면서도 여러 재보궐 선거에서 패권주의적 태도로 반MB 전선을 무력화시킨 것, 미디어법 결사반대를 외치고도 의원직 사퇴와 같은 배수진을 친 투쟁이 아니라 면피용 투쟁이나 벌인 것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청와대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의 화두로 "지금의 노고를 통해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는 뜻의 '일로영일(一勞永逸)'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재임 중 각고의 헌신을 다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고, 다음 정부와 세대에게 선진일류국가를 물려주자는 대통령의 각오가 담겨 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박 수석은 또 "국격 향상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2010년을 맞아 누적된 잘못과 구조적인 문제점을 바로잡는 고된 일을 미루지 않고 해결하겠다는 결의의 표명"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 화두는 이 대통령이 세종시, 4대강 사업 등과 관련해 "지금 욕을 먹더라도 국가 발전의 디딤돌을 마련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지난 주 이 난의 "성탄절과 MB의 순교자주의"에서 지적한 순교자주의(정치인이 여론에 반하여 어떤 일을 추진하면서 여론 등과 상관없이 자신이 옳은 일을 위해 순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서 때로는 나라를 위험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위험한 성향)를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선전포고로 올해에도 실내화가 수시로 필요할 것이라는 예고입니다.

문득 이 대통령의 지난 2년의 화두를 돌이켜 보게 됩니다. 이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08년에는 '화합의 시대를 열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시화연풍(時和年豊)'을 화두로 제시했고 지난해의 화두는 '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의 '부위정경(扶危定傾)'이었습니다.

그런데 "화합의 시대를 열고 해마다 풍년이 드는 것"이 사상 유례 없는 촛불시위와 용산학살이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또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이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와 4대강 죽이기 같은 '노가다 토건국가'인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나아가 용산과 같은 야만과 문제해결 외면으로 1년만에야 장례를 치르게 하는 것이 '일로영일'이라는 화두를 통해 이 대통령이 다음 정부와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선진일류국가'이고 '국격 향상'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대통령의 올해 화두인 '일로영일'은 괜찮은 화두인 것 같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이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에게 딱 맞는 화두입니다. 우리야 말로 '일로영일'입니다. 우리야말로 치열한 반MB 투쟁을 통해, 나아가 치열한 반신자유주의 투쟁이라는 지금의 노고를 통해 오랫동안 안락을 누려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 반MB 투쟁과 반신자유주의 투쟁이라는 지금의 노고를 아끼다간 오랫동안 안락이 아니라 고통을 누려야 할 것입니다. '일로영일'이라는 화두를 던져 줌으로써 평범하지만 중요한 진실을 상기시켜준 이 대통령에게 감사드립니다. 반MB 투쟁, 그리고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현장에서 외롭고 힘들 때마다, 모두들 잊지 맙시다. '일로영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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