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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원전 수출, 증시는 왜 소 닭 보듯 하는 걸까?

[홍헌호 칼럼] 원전수출의 경제성장 기여 비중 '0.06-0.14%'

UAE원전수출 관련주를 가장 많이 팔아치운 외국인들

28일 증시에서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27일 정부가 400억 달러 UAE원전수출이라는 대형(?) 호재를 터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은 이번 컴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의 주식을 파는데 열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한전 주식을 2775억원어치 순매도하는 등 한전·두산중공업·삼성물산·현대건설 주식을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외국인 순매도 순위 1~4위에는 이들 업체들의 이름이 올라갔다.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기관 순매도 순위 1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겨레신문>은 29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정보가 빠른 외국인들이 먼저 이익 실현을 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번 계약에 대한 이익 규모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등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수주규모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UAE 원전 사업 수주규모가 400억달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당수 언론사들은 그 중 약 200억달러의 운영 지원 부분에 대해서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보도하고 있다. UAE 현지 언론사들도 계약규모를 '200억달러'라 전한다.

한전도 28일 원전 공사 금액을 22조150억원으로 공시했다. 원·달러 환율인 1183.6원을 적용하면 186억달러 수준이다.

헐값매각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30일 UAE원전 건설사업 수주와 관련해, 우리나라 정부가 지나치게 싼값에 계약을 맺었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걸프뉴스> 28일치 기사를 인용 "(원전 건설) 계약금은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4기의 원전을 짓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액수의 절반 정도"라고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도 인용 "이번 건설 계약은 일부에서 400억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평가하던 것에 견주면 가격이 훨씬 낮다"고 보도했다.

정부와 언론의 호들갑, 도를 넘어섰다

수출이 추가로 늘었다는 소식에 거부감을 보이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원전 건설사업 수주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호들갑은 지나친 감이 있다.

정부는 UAE 원전수출이 소나타 100만대를 수출한 효과와 같다며 경제효과 부풀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10년간 이루어지는 원전수출과 1년간 이루어지는 자동차 수출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그 자체가 코미디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수출되는 자동차는 300만대에 육박한다. 향후 10년간 3000만대 이상이 수출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10년간 이루어지는 원전수출과 1년간 이루어지는 자동차 수출을 단순비교하며 원전수출효과가 자동차 수출효과의 1/3에 달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황당한 일이다. 1/3과 1/30의 차이는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원전수출이 전체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고작 0.17%

UAE원전 건설사업 수주금액 186억 달러(22조원). 이정도 수준의 원전수출은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게 될까.

이번 원전사업 수주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세밀하게 따져보려면 우선 먼저 UAE원전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그것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 ⓒ홍헌호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UAE원전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보면 고작 0.174%에 불과하다. 향후 10년간 전체 수출액이 1경 2630조원에 이르는 반면 UAE원전 수출액은 22조원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 0.174%라는 수치는 요란하게 소란을 떨기에는 매우 작은 수치다. 증시 전문가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만한 수치라는 이야기다.

원전수출의 성장기여액은 연평균 540억원 정도

UAE원전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74%에 불과하다면 그것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기여율은 어느 정도일까. 원전수출의 성장기여율을 계산해 내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전체수출의 성장기여율과 원전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곱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 원전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
= 전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 x 원전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 50% x 0.174% = 0.09%


최근 몇 년간 전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50%에 근접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여 UAE원전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을 계산해 보면 0.09%라는 수치가 나온다.

▲ ⓒ홍헌호

원전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0.09% 정도라면 이 수치는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수치는 UAE원전 건설사업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10년간 연평균 '1만분의 9'만큼 기여하는 사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사업이 경제성장에 연평균 '1만분의 9'만큼 기여한다는 것은 1000조원의 GDP가 1년에 60조원(경상GDP 상승률 6% 가정, 실질GDP상승률 4% 가정) 증가할 때 원전수출이 연평균 540억원(10년간 누계로 5400억원) 기여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물론 이런 기여액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그러나 이 정도 액수는 증시에 영향을 줄만한 액수는 아니다. 온 나라 언론들이 난리법석을 피울 정도로 대단한 액수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나라 1년 부가가치액 증가분이 60조원에 이르고 10년 부가가치 증가분이 600조원(현재가치로)에 이르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원전수출로 인한 1년 부가가치 증가분 540억원(10년간 5400억원)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원전수출을 계기로 드러난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사기극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식경제부가 일자리 창출효과에 대해서는 비교적 사실에 가까운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향후 10년간 22조원의 원전수주로 연평균 1만 1천명, 연인원 11만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수치 또한 과장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22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으로 3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국토해양부의 코미디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것이다.

지식경제부의 계산식을 4대강 사업에 적용시켜 보면 어떻게 될까. 지식경제부의 계산식대로라면 향후 10년간 연평균 2.2조원의 원전수출로 1만 1천명의 고용이 10년간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3년간 연평균 7.3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은 3만 3천개의 고용을 3년간 유지하게 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 일자리 수는 국토해양부의 주장(35만개)과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필자 또한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수많은 토론회에서 국토해양부의 일자리 추정치(35만개)와 필자의 추정치 사이에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주장해 왔다.

물론 지식경제부도 해외에서의 일자리 창출효과와 국내에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필자는 UAE 원전수주로 인한 일자리 창출효과가 지식경제부 추정치의 절반 이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본의와 무관하게 국토해양부의 어처구니없는 일자리 부풀리기에 일침을 가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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