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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과 MB의 순교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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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과 MB의 순교자주의

[손호철 칼럼] 순교자 MB의 교리 '중도실용'

용서와 화해의 성탄절. 그러나 성탄절에도 용산의 유가족들은 추위 속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국회에는 민주당의 농성이 이어졌다. 연말 정국이 4대강 예산문제로 용서와 화해는커녕 지난해에 이어 다시 극한대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면서 예수의 순교와 정치의 '순교자주의'에 대해 생각해 봤다.

물론 종교에 있어서 가장 높게 평가를 받는 것이 순교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 있어서 순교자주의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순교자주의'란 정치인이 여론에 반하여 어떤 일을 추진하면서 여론 등과 상관없이 자신이 옳은 일을 위해 순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서 때로는 나라를 위험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경계해야 할 성향이다.

이와 관련,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보이던 2007년 초 노 전 대통령의 인기하락의 반대효과로 한나라당의 두 대권주자, 즉 MB와 박근혜의원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이 둘은 여러 면에서 노 전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은 '거울 이미지'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의 공통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현재 한국정치에는 두 명의 '순교자주의자'가 있다. 순교자주의란 여론 등과 상관없이 자신이 옳은 일을 위해 순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서 종교인에게는 중요한 덕목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인의 경우 민주화투쟁 등에 있어서 필요할 때도 있지만 민심에 반하고 틀린 것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 '무대뽀'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성향이다.

문제의 두 명은 노 대통령과 박 의원이다. 노 대통령은 평생을 주류에 도전하며 살아온 반주류 순교자주의자이다. 특히 지역주의에 저항해 돈키호테처럼 싸워 '바보 노무현'이라는 아름다운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순교자주의가 잘못되어 이제 올바른 여론(이라크전, 한미 FTA, 한나라당과의 연정 등)에 대해서도 "여론은 무시하기로 했고 역사가 내가 옳았음을 평가할 것"이라고 위험하게 나가고 있다.

박 의원 역시 순교자주의자이다. 다만 차이는 주류 중에서도 최상류 주류로 살아온 기득권 수호적 순교주의자, 반공주의 순교주의자라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 내용만 반대일 뿐 위험한 순교자주의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박 의원은 대한민국이 노무현 정부라는 친북좌파에 의해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자신은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순교하겠다고 믿고 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대선에 뛰어들었다"는 최근 미국 방문 중 한 발언이 그 예다. 박 의원은 특히 두 부모를 비극적으로 잃은데다가 자신까지 테러를 당해 순교자주의가 더욱 강화된 것 같아 걱정이다.

이 같은 순교자주의는 박 의원이 당 대표 시절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 무효화 투쟁과 관련해 순교자나 민주투사를 연상케 하는 "고난을 벗 삼아, 진실을 등대 삼아"라는 글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쓴 것이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 나의 길이 어렵고 힘들어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기에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끝까지 견디어 나갈 것"이고 "소신을 펴나가는 과정에서 욕을 안 먹을 수 없으며 그 비난은 가슴에 다는 훈장 이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갈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나의 글은 잘못된 것이었다. 즉 MB의 경우 최소한 순교자주의자라로는 보지 않았는데 지금의 MB는 그런 것 같지 않다. 다시 말해, MB가 강조하는 '중도실용'이란 바로 순교자주의를 거부하고 여론과 순리를 따르는 것인데 현재의 MB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세종시 문제가 그러하고 4대강 사업이 그러하다. MB 역시 "내가 순교자가 되겠다"는 순교자주의에 빠져 여론에 반해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돌격전을 펼치고 있다.
ⓒ청와대

그 같은 이 대통령의 순교자주의를 잘 보여준 것이 이달 초에 있었던 '대통령과의 대화'였다. 이 대통령은 이 '대화 아닌 대화'에서 "세종시 수정은 개인적으로는 많은 점에서 불리하지만 역사적 소명을 생각하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4대 강은 정쟁과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또 다른 자리에서는 "철저하게 기초를 닦아 다음 정권이 흔들리지 않고 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역사가 부여한 사명"이며, "당장은 불이익이 되고 욕을 먹더라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과정에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라 '역사와의 독백'이자 전형적인 순교자주의이다.

이 대통령은 결국 순교자주의에 의해 4대강 사업을 강행함으로써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현재의 대치정국을 자초하고 말았다. 그러고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제의한 대통령과 양당 대표회의까지 예산은 "여야 간에 할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은 정파의 수장이 아니다"라는 기이한 논리를 내세워 일축하는가 하면 준예산 집행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정 대표가 4대강 사업이 "정말 우리나라가, 우리 국민들이 걱정하고,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사업인가에 관해서 좀 회의가 든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또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이 "4대강 때문에 이런 문제(국회파행)가 생겼기 때문에 결국은 4대강을 누가 그렇게 고집을 했느냐, 이런 것까지 올라가게 돼 있다"며 이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등 한나라당의 중진들이 연이어 이 대통령의 적극적 해결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오죽했으면 조선일보까지 청와대의 고압적 태도를 "손바닥으로 해 가리기"라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순교도 불사하는 종교지도자의 자리가 아니며 정치는 종교와 다르다. 무조건 대중과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대중추수주의도 문제가 있지만 여론과 대중을 무시하는 것은 이보다 백 배, 만 배는 문제가 많고 위험하다. 특히 역사적 소명과 국가백년대계를 내세워 여론에 귀를 닫는 순교자주의처럼 정치에서 위험한 것은 없다. 4대강 죽이기 사업도 사업이지만, 이미 정평이 나 있는 MB의 불도저식 추진력에 순교자주의까지 더해진다면 그 위험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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