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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美 웃자, 600만 명이 홀로코스트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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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美 웃자, 600만 명이 홀로코스트 위기에 처했다"

[STOP! CO₂⑤] 코펜하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드디어 우리는 합의를 이뤄냈다. '코펜하겐 협정'이 모두의 기대를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첫걸음, 본질적인 첫걸음이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 폐회에서 애써 '합의'의 의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참가자는 거의 없었다. 회의장 밖에선 전 세계 환경단체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지구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던 코펜하겐 회의는 그렇게 쓸쓸히 막을 내렸다.

유엔과 선진국들이 나름 호평을 쏟아내고 있는 코펜하겐 협정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전 지구 온도 상승을 2도(℃)로 억제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2015년에는 중간 평가를 통해 전 지구 목표를 1.5도로 상승시킬 것인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2010년 1월 31일까지 선진국은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추가적인 감축 목표를, 개발도상국은 감축 목표 없이 감축 계획을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세 번째는 기후변화 취약국을 긴급 지원하기로 한 결정이다. 향후 3년간 300억 달러를 긴급 지원하고, 2020년까지는 100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모임 G77의 의장국 수단의 루뭄바 디아핑 대표는 금번 결정이 아프리카 국가에게 "홀로코스트(대학살)"나 마찬가지라며, "유럽에서 600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을 초열지옥으로 몰아넣었다"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구체적인 감축 목표는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고, 실효성도 없는 선언적 문구만 들어갔기 때문이다.

▲ 덴마크의 명물인 인어공주 동상에 코펜하겐 협정이 발표되자 그린피스 회원들이 "기후는 구원받지 못했다"며 협정을 비판하는 조끼를 입혔다. ⓒgreenpeace.org
실제로 코펜하겐 협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놓고 마련된 구속력 있는 조치는 하나도 없다. 심지어 미뤄진 협상을 언제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논의 시한조차 합의되지 못했다. 2010년 초까지 각국이 감축 목표나 감축 계획을 발표하면 다시 논의가 시작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내년 역시 구속력 있는 합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코펜하겐 협정이 각국 정상들이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 생색내기용으로 하나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2010년에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12년에 효력이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결국 새로운 협약이 만들어질 때까지 지구 온난화 제어 효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교토의정서를 연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토의정서 개정을 통해 2013년 이후 선진국의 추가 감축 목표가 더해진다고 하더라도 극적인 배출 증가율을 보이는 중국, 인도가 포함되지 않고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크게 늘 것이다.

유엔과 몇몇 선진국은 논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못을 박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중국이 코펜하겐 협정에 대해 "모두가 행복한 합의"라며 사실상의 승리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은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얻었다. 내년에 다시 논의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아닌 감축 계획을 발표하기로 한 협정의 내용을 들며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 동참하지 않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선진국은 당연히 재논의를 해야 한다며 금번 협정에 관한 다른 해석을 주장하겠지만 중국에게 그만큼의 선물을 주지 않으면 어쨌든 논의에 진전을 가져오기는 힘든 상황이다.

환경단체는 코펜하겐 협정에 크게 실망하고 강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린피스 사무총장인 쿠미 나이두는 공개 서한에서 정치인들이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를 즐기고자 제트기를 타고 범죄의 현장을 떠나 가족들에게로 돌아갈 것"이라며 "진정한 지도자들은 집회에서 끌려가 유치장에 있다"고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지구의 벗 인터내셔널 역시 "부유한 국가들이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개발도상국만이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한 진정한 리더십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회의 실패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에 대해서는 "부시가 유엔의 노력을 부정하더니, 오바마가 지뢰밭을 만들었다"며 맹비난했다.

▲ 코펜하겐 인어공주 옆에 덴마크 작가 Jens Galschiot가 세운 '뚱보의 생존'. 부유한 사람의 풍요가 가난한 사람의 희생을 토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상징한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국제사회는 2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코펜하겐에서는 반드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공동의 노력을 도출해보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금 코펜하겐에서 그 약속은 공수표였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약속조차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속력을 내고 있다.

남태평양의 군소 도서 국가와 아프리카 최빈국에게는 기후 변화는 이미 목에 들어 온 칼날이다. 코펜하겐 협정은 일부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현실을 저버린 야합에 불과하다. 이는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분명하게 퇴행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2010년 초 각 당사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발표되면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당사국총회에서 다시 한 번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만들기 위한 기약 없는 논쟁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2010년마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코펜하겐에 참석했던 각국 정상들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선택을 남긴 멍청이들로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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