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환율에 웃고 울고…'부자감세 폭탄'이 애완견에게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환율에 웃고 울고…'부자감세 폭탄'이 애완견에게도?

[2009년, 살림살이 나아지셨나요③] 매출 늘었는데 순수익은 제자리

수의사 김진석(가명, 35세) 씨의 동물병원 앞에는 '애완동물 유기 조장하는 동물 진료비 부가가치세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한수의사회에서 제작해 전국의 동물병원에 배포한 것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부터 애완동물진료에 부가가치세(10%)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을 앞둔 현 시점에서 수의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내년부터 급증하게 되는 세금 부담이다.

MB 정부, 직접세 깎아주고 간접세 늘리고

이명박 정부는 애완동물진료 뿐 아니라 자동차운전학원(7월부터), 무도학원, 미용성형수술 등에도 1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가세는 수강료, 진료비 내에 흡수되기 보다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수의사와 애완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정부의 부가세 부과 방침에 대해 동물 진료를 사치품 소비와 동일시하는 발상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동물진료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일부 유럽 국가에 불과하며,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나라가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또 부가세가 부과되는 유럽 국가들은 우리와 달리 동물보호법이 매우 엄격하다고 그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부가세가 부과돼 진료비가 올라갈 경우 유기동물이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서 버려지는 동물 수는 2005년 1만7577마리, 2006년 1만6106마리, 2007년 1만5373마리로 감소 추세였으나 지난해 경제 불황이 시작되면서 다시 1만5667마리로 늘어났다.

정부가 이런 방침을 정한 것은 지난해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 등 대대적인 감세정책으로 줄어드는 세수를 벌충하기 위해서다. 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매기는 것이 '애완동물이 사치품이냐'의 논란을 넘어선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세금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소득 재분배'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고 가난한 이들에게는 세금을 적게 걷어야 한다. 이렇게 걷은 세금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 많이 써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야 한다는 게 조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법인세, 소득세 등 직접세를 낮춰 생긴 '구멍'을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올려 메우겠다는 것은 '소득의 재분배'라는 원칙에 역행한다. 부가가치세는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똑같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대대적인 (직접세) 감세 정책을 취한 뒤 부족한 세수를 조세저항이 크지 않은 간접세 확대를 통해 보충하는 것의 문제는 감세 혜택은 부유층에 집중되고 피해는 중산층 이하가 뒤집어 써야 한다는데 있다. 운전학원 수강료에 붙게 되는 부가세가 그런 예 중 하나다. 현재 운전학원 수강료는 대체로 장내기능 35만~50만 원, 도로주행 30만~40만 원 등 80만 원 안팎. 도로연수비 20만 원 가량을 추가하면 운전면허를 따기까지 100만 원 정도가 든다. 10%의 부가세를 부과한다면 수강료가 110만 원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생계를 위해 운전면허를 따야 하는 서민의 경우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환율 따라 오른 약품·소모품 가격, 환율 내려도 제자리

김 원장은 수의사 7명이 근무하는 동물병원 원장이다. 이 병원의 올해 월 평균매출은 6953만 원. 지난해 5639만 원에 비해 23.3% 증가했다. 작년 미국발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줄었던 매출이 다시 회복됐다. 김 원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동물병원들의 매출이 작년에 비해 올해 늘었다고 한다. 작년에 비해 올해 진료 매출이 26.6% 증가했고, 하루에 진료하는 케이스도 16% 늘었다.

하지만 의료소모품 및 약품 지출, 병원 임대료 및 관리비, 장비 구입 등 지출도 크게 늘어 순수익은 작년이나 올해나 월 700만 원 대로 변화가 없다.

김 원장은 의료소모품 및 약품 지출이 지난해에 비해 75% 증가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진료 매출이 작년에 비해 26.6% 증가하면서 소모품 및 약품을 더 많이 쓰기도 했지만 가격 상승이 더 큰 원인이다. 대부분 수입품인 의료소모품과 약품 가격은 작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S약품의 경우 2008년에 비해 2009년 가격이 약품별로 10-30% 가량 올랐다. L사의 의료 소모품들은 작년에 비해 평균 15% 정도 올랐다. I사의 제품들도 작년에 비해 올해 15% 정도 인상됐다. 문제는 환율을 따라 올랐던 제품 가격이 환율이 다시 하락해 1100원 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 가격이 전혀 내리지 않은 제품도 수다하고, 가격이 내린 제품도 5% 정도 내리는데 그쳤다.

병원 관리비와 임대료도 작년에 비해 올해 크게 올랐다. 건물주가 월 450만 원이던 임대료를 올해 초 월 55만 원이나 올렸다. 관리비, 전기세, 가스비 등도 크게 올라 월 600만 원 가량 들던 병원 임대료와 관리비가 월 700만 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인 감세 정책으로 세수 부족이 우려되자 간접세 확대라는 카드를 꺼냈다. 애완동물진료에도 내년부터 10%의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연합뉴스

동물병원도 과열 경쟁…지출 늘어날 수밖에 없어

김 원장은 또 작년에 비해 올해 지출이 급증한 원인으로 동물병원 사이의 경쟁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김 원장은 "진료의 질적 상승에 따른 비용 효율 저하도 한 원인"이라면서 "약을 두 개 쓰다 세 개 쓴다고 약값을 보호자에게 청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더 좋은 소모품이나 장비를 쓴다고 보호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병원에서는 이전에 수술시 500만 원 짜리 마취 모니터링기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1000만 원짜리 모니터링기를 사용하고 있고, 500만 원 짜리 내시경도 올해 2000만 원짜리로 교체했다.

그는 "전체 매출의 5%, 순이익의 15%로 매년 3000만 원 씩 의료 장비 및 병원 시설물에 투자를 해왔다"며 "이런 투자가 더 좋은 진료를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다른 병원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병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급등하는 환율에 자본금까지 줄어들다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까지 들썩였던 환율에 김 원장은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면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은 좀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정준호 씨(가명, 27)는 지난 2004년부터 중국에서 인력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다 지난해 직접 회사를 꾸릴 계획을 세웠다. 함께 일하던 동료 3명을 설득해 직원으로 채용하고 중국 천진에 사무실을 임대했다. 자본금은 그동안 모은 5000만 원이 전부였다.

정 씨는 자신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사업가가 꿈이었던 그는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발전 속도에서 비전을 보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려는 구직자들을 모집해 현지의 근로기준과 언어를 교육하고 취업을 알선하는 컨설팅 분야는 앞으로도 계속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 씨에게 위기는 기회이기도 했다. 경제상황이 나빠진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중국으로 눈을 돌린 이직희망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 씨의 회사가 기획한 연수 프로그램마다 모집률이 90%를 넘기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 지난해 시작된 경제 위기는 한편으로 이직 희망자들이 국외로 눈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 역시 그 중 하나다. ⓒ뉴시스

하지만 환율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8월 150원대에 머물렀던 위안 환율이 두 달 후인 10월에는 200원 대로 치솟았다. 처음 예상했던 비용이 30~40% 이상 불어나면서 자본금은 속절없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매출은 안정적이었지만 비용이 이를 웃돌면서 창설 6개월 후에는 누적된 적자가 2000만 원에 달했다.

새해로 접어들면서 요동치던 환율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면서 정 씨의 회사도 점차 수익이 나는 구조로 개선되어 갔다. 올해 3월 평균 213.85원까지 올랐던 위안화 대비 원화가치가 11월 현재 170.52원까지 떨어지면서 지출이 20~30%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3월 이후 회사는 매월 10%씩 성장하며 8월에는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

그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무렵인 지난해 10월 그의 회사의 월 매출은 약 6000만 원이었다. 이 중 이직희망자들의 교육비용으로 쓰인 돈이 약 2500만 원, 직원과 상담원에게 지급하는 급여가 약 1900만 원, 사무관리 비용이 약 1300만 원이 들었다. 기타 비용까지 제하고 나면 250만 원 적자를 보았다.

1년이 지난 올해 11월 현재 매출은 월 1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직원도 3명에서 18명으로 늘렸고 상담원도 1년 전보다 2배 이상 고용하고 있다. 교육비용으로 약 3200만 원, 급여가 약 2400만 원, 사무관리비용 1600만 원 비용을 비롯해 총 지출은 8000만 원이다. 환율 영향으로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매월 약 2000만 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정 씨는 지난 2월 한국에도 사무실을 열었다. 78㎡ 크기의 사무실은 관리비를 포함에 매월 200만원을 지급한다. 중국에 있는 비슷한 면적의 사무실은 환율이 오르며 지난해 50만 원 가까이 들었지만 지금은 40만 원 선에 머물러 있다.

정 씨는 올해 초 중국법인 소자본 운영업체를 신청했다. 여기에 선정되면 중국에 납부하는 법인세가 25%에서 20%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내 기업 매출의 5%의 소득세를 별도로 과세한다. 소득세와 연말에 부과될 법인세를 계산하면 매달 평균 900만 원가량을 세금으로 낸다.

그는 2010년의 경기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은 아직도 개척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경제 위기의 충격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엿한 '20대 CEO'가 된 그는 앞으로 또 예기치 못하게 닥칠 수 있는 충격에 대비해 좀 더 다양한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고환율'에 수출업체는 웃고, 내수업체는 울고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직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급반등해 1500원 선을 넘나들었다. 당시 정부는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환율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2009년 1분기까지 환율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 미국발 경제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환율은 한때 1600원대를 넘나들었다. ⓒ한국은행
이 같은 환율 상승은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인해 한국에 투자했던 '큰손'들이 너도나도 발을 빼면서 벌어졌다.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33조6034억 원에 이르렀다. 증시상황이 불안해진데다 미국 안방에서 투자은행들이 연달아 파산 위기에 빠지면서 투자금을 불러들인 탓이다.

요동치는 환율은 우리나라 기업을 웃게도, 울리게도 했다. 환 헤지 목적으로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계약을 맺었던 중소기업들은 대규모의 손실을 입고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고환율로 수입물가 역시 크게 올라 수입물가지수가 경제위기 직후 150선(2005년=100)을 넘기는 등 수입업체의 고통도 이어졌다.

반면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은 고환율을 타고 '불황형 흑자'의 선봉에 섰다. 삼성·LG전자는 휴대전화 단말기와 TV시장에서 점유율을 불려나갔고 현대자동차 역시 수출 실적을 늘려나갔다. 경상수지가 누적되면서 기업들은 달러 수급에 안정을 되찾아 갔고 실적 호조를 본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수세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0조8518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순매수를 기록했다.

▲ 금융위기 이후 원화 가치의 하락은 수출기업들에겐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LG경제연구원

불황을 타고 수출 비중을 높인 한국은 경제 위기의 충격을 가장 빨리 털어내고 있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환율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하지만 기업들의 눈부신 실적의 원동력이 된 환율효과가 이제 더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9일 발표한 '2010년 국내경기전망'에서 내년 환율을 연간 1100원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원화 강세로 접어들면서 수입이 늘고 해외여행이 확대되는 등 경상흑자가 올해의 절반 수준인 200억 달러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 역시 경제조사전문기관 글로벌 인사이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내년 환율이 1054원, 2012년에는 977원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하는 등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환율이 1100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