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젊은 MC들이 외친다. 혼란의 시대, 가짜 친서민 정책과 부자들의 감세에 대해, 8조원을 쏟아붓는 4대강 사업과 허울뿐인 민주주의에 대해, 그리고 거꾸로 간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현실의 어이없음에 대해 이들은 쉴 새 없이 지껄이고 떠들며 낱낱이 비판하고 분개하고 토로한다. 이미 많은 이들이 함께 겪고 함께 분노하고 있는 사실을 랩으로 풀어내고 있는 이들은 그러나 단지 비판에서 그치지 않는다.
20대의 젊은 랩퍼인 더 콰이엇(The Quiett), 제리 케이(Jerry.k), 비 프리(B-Free) & 매드 크라운(Mad Clown)이 주목하는 것은 현실의 부당함만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도 권력의 데스노트에 오를 것을 각오하면서도 어둠 속에 전혀 빛이 없는지를 물으며 이대로 꺾일 수 없다고 다짐한다. 닭을 묶어놔도 새벽은 온다는 믿음으로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들의 역사의식은 얼마나 단단하고 튼실한가. 비극적이고 비관적인 현실을 정직하게 직시하면서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는 이들 20대 랩퍼들의 노래는 아직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열망이 비장하지 않게 드러나 더 큰 울림을 준다.
그것은 이들의 랩핑이 무척 탄탄하기 때문이며 또한 음악 역시 긴 랩의 의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콰이엇, 제리 케이, 비 프리, 매드 크라운이 돌아가며 자기가 직접 쓴 랩을 하고 중간중간 후렴을 반복하는 구조는 지루하지 않은 친숙함을 선사한다. 또한 'Political 타짜 / 공기업 선진화 / 오지 않는 막차 / MC들의 하차'나 '아빠는 물론 엄마도 투잡 / 근데 갑자기 강에다 8조를 투자? / 당신만 잘살면 답니까? / 이제 그럼 우린 물만 먹고 삽니까?'처럼 이어지는 라임 역시 힙합의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곡의 중간 중간 배치된 재치있는 효과음과 곡의 말미에서 매끈하게 연주되는 색스폰도 곡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실 더 콰이엇, 제리 케이, 비 프리, 매드 크라운은 현재 힙합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MC들이다. 모두 힙합전문 레이블인 소울컴퍼니(Soul Company) 소속인 이들은 이미 여러 장의 음반을 내고 많은 공연을 소화한 뮤지션들이다. 더 콰이엇은 200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힙합앨범 부문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 피 타입(P-Type)을 비롯한 수많은 힙합 뮤지션의 음반에 프로듀싱을 담당할 정도로 실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제리 케이 역시 로퀜스(Loquence)라는 힙합 듀오 활동을 하며 자신의 솔로 앨범을 발매했고 최근 다큐멘터리 <샘터분식>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션이다. 매드크라운 또한 뛰어난 랩핑으로 주목받는 MC이며 비 프리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인 MC이다.
힙합의 특성상 사회비판적인 정서에 매우 친숙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강도 높은 현실 비판을 잘 하지 않던 젊은 MC들마저 견딜 수 없을만큼 현실은 암담하다. 그래서 가장 많은 말을 사용할 수 있는 힙합의 장점을 유감없이 활용한 <People's Radio>는 곡 제목처럼 분노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라디오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 활활 타오른다. 바라건대 이 라디오 소리가 효자동의 그분에게도 잘 들리기를. 우리 다같이 그 집 앞에 집합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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