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합병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됨에 따라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7일 "두 공사 합병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에 9980억 원이 과세되는 문제점이 뒤늦게 드러나자 이명박 정부는 의원입법 등을 통해 이를 감면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의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공기업은 세금 1조 감면해주면서 기업에는 성실납세 요구?"
토공과 주공의 통합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의 상징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추진된 것이다. 통합을 통해 중복되는 업무와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효율성'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졌다.
문제는 두 조직의 통합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 야당과 전문가들은 통합공사의 부채 증가, 조직비대화로 인한 비효율성 초래, 양 공사 직원들간 화학적 통합 어려움 등을 예상되는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선구조조정 후통합을 대안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를 무시하고 두 번의 직권상정을 통해 토공-주공의 통합안을 통과시켰다. 토지주택공사법안은 지난 2월 해당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위원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의결됐고 4월 본회의에서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의결됐다. 결과적으로 국회에서 심의 한번 거치지 않고 일사천리로 통합법안이 통과된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1일부터 통합된 토지주택공사가 출범했다.
정부와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통합 추진 이후 우려됐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따. 공기업의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찌만 직원 복리후생 규정이 통합 이전보다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고, 인력구조조정 계획은 하위직에 집중됐다. 초대 사장에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지송 사장이 임명되면서 '낙하산' 논란도 어김없이 제기됐다.
또 졸속 통합 과정에서 세금이 1조원 가까이 과세될 상황에 이르자 정부가 뒤늦게 이를 감면하는 법개정안을 의원입법 등을 통해 국회에 제출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용섭 의원은 "합병으로 인해 토지주택공사에 7080억 원(등록세 980억 원, 법인세 6100억 원), 한국정책금융공사에 2900억 원(법인세)이 과세되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그러자 정부는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980억 원에 달하는 토지주택공사의 등록세를 면제해줬고 법인세는 소급하여 과세이연하거나 면제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는 실질적으로 약 1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하자는 것"이라면서 "사전에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으면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세금은 행위시의 법령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토공과 주공 통합이 정부정책이라는 이유로 소급해 세금감면을 할 경우 정부가 어떻게 기업들에게 성실납세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부채비율 534%, 2012년 하루 이자비용만 173억 원"
이 의원은 토지주택공사의 과도한 부채비율도 문제로 지적했다. 두 기관의 통합으로 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101조 원(부채비율 534%)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6일 5년만기 1000억원 규모 채권발행이 투자자 부족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자 기존에 추진 중인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 의원은 "과거 주공이 지난 3월 31일 수원 고등동 일대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에 보상공고를 내면서 이 지역의 대다수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임차보증금 중 일부는 대출받아 지급하고 나머지는 보상을 받아 지급하기로 세입자와 합의했다"며 "그러나 공사가 자금난 등을 이유로 사업재검토 과정에 들어가 보상여부가 불투명해지자 공사의 보상만 믿고 있던 집주인들은 대출상환이 어려워지는 등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토해양부가 발주한 '토공·주공 통합을 위한 자산실사 및 재무분석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 임기 말인 2012년에 공사의 하루 이자비용만 해도 173 억원(총연간 6조 3271억 원)에 이른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의원은 "토공과 주공의 통합 폐해사례는 정부의 밀어붙이기 정책 추진이 빚어낸 결과로, 정부는 이를 교훈삼아 4대강사업과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이해관계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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