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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방망이 뒤에 숨어 웃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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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방망이 뒤에 숨어 웃는 자들"

[RevoluSong] '날'의 <냉동 고양이>

고양이 한 마리가 울고 있다. 깊어가는 밤, 새벽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음에도 눈 감지 않고 더욱 하얗게 눈을 밝히며 울고 있다. 지금은 사방에 쥐떼들 흉흉한 때,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두고 보자고, 다들 어서 일어나라고 채근하듯 고양이가 울고 있다.

밴드 날의 <냉동 고양이>는 자꾸만 고양이의 울음처럼 들린다. 단지 제목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고 새로운 미래를 열망하는 노래는 오늘 그처럼 간절하게 울려퍼지기 때문이다.

<냉동 고양이>의 가사는 짧지만 그 안에 담겨진 현실은 자명하다. 노래에는 오래전에 보았던 독재가 며칠 전의 현실로 다시 되풀이 되고, 시민들을 두들겨 패는 방망이 뒤에 숨어 웃는 자들과 그들의 주구가 된 자들을 바라보아야 하는 슬픔이 소리죽인 흐느낌처럼 배어있다. 슬픔은 첫 줄의 가사에 일부러 오래된 LP의 소음을 넣고 로우 파이 사운드로 과거를 회상시킨 설정과 두 번째 줄에서야 비로소 현실로 돌아온 드라마틱한 설정으로 더욱 분명해진다.
<냉동 고양이>

오래전
아주 오래 전에
난 보았지

며칠 전
바로 며칠 전에
난 또 보았지

춤추는 방망이
뒤에 숨어 웃는 자들
또 거기 빌붙어
밤을 새워 짖는 개들

(March)

깨어나요
모든 냉동 고양이
이 끝나지 않는 폭력의 역사를
어서 물고가줘요.

꼼꼼한 행간의 배치는 '춤추는 방망이 뒤에 숨어 웃는 자들' 바로 뒤에 숨겨둔 쥐가 음습하게 웃는듯한 효과음으로 다시 빛을 발한다. 고양이 앞에 맥을 못추는 약자임에도 폭력과 권력의 비호 아래 웃고 잇는 쥐의 승리감은 역으로 슬픔에서 분노로 우리를 일떠세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어지는 간주는 촛불의 행진처럼 당당하다. 지난 해 봄부터 여름으로 이어지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아름답고 장엄했던가.

비록 촛불은 끝내 승리하지 못했지만 이 리드미컬한 간주는 우리 모두를 불꽃같은 저항의 기억으로 인도하며 냉동에서 깨어나기를 촉구한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선동이 더욱 우리를 뜨겁게 달구는 것은 곡의 말미에서 이어지는 <인터내셔널가> 때문이다. 오래도록 싸우는 이들의 피와 땀을 담았던 노래와 '혁명 만세!' '타도하자 파시즘!'이라는 신념에 찬 구호는 켄 로치의 영화 <랜드 앤 프리덤>에서 나왔지만 오늘 우리를 뒤흔들기만큼 쨍쨍하다.

특히 사이키델릭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곡을 선보인 밴드 날은 지난 1996년에 결성된 록밴드이다.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단어 '날'을 밴드의 이름으로 선택하고 2000년에 첫 앨범을 내놓은 이들은 지난 7월 음악인 선언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다른 음악인들과 함께 꾸준히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쩌면 어둠속에서 눈감지 않은 고양이라고 해도 좋을 이들의 노래는 힘을 다해 준비한 메시지와 다양한 극적 장치들로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과 얼어붙은 현실을 쿵쿵 두드린다. 한 곡의 노래가 현실을 당장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이처럼 우리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면 이 겨울공화국 같은 현실도 서서히 녹아내릴 수 있지 않을까. 계절도 3개월 후면 다시 봄이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매주 화, 목요일 <프레시안>을 통해서 발표될 이번 릴레이음악 발표를 통해서 독자들은 당대 뮤지션의 날카로운 비판을 최고의 음악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다시 음악으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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