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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확정…신용불량자 만들기 정책?

교육과학기술부는 19일 예고했던 대로 대학생을 상대로 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를 확정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이미 지난 4일 기획재정부의 문건이 공개되면서 알려진 학자금 상환제를 2010년부터 실행하겠다며 방안을 내놓은 것. 이미 문제가 많다며 논란을 빚고 있는 새 제도를 두고 교과부는 "서민의 등록금 부담이 획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도 이대로 제도가 시행되면 서민의 부담이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난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정책 목표가 '국민의 부담 해소'가 아닌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여전했다.

"학자금 대출, 평생 상환 의무 부과"

먼저 교과부의 발표를 보자. 교과부는 대출 대상을 연소득 약 4800만 원 이하 가정의 35세 이하의 대학생으로 제한했다. 재학생이 대출할 경우 직전 학기 성적은 C학점 이상, 이수 학점은 12학점 이상이어야 하며, 다른 장학금이나 대출을 받는 경우엔 이중 수혜를 받지 못하게 했다.

대출 한도는 등록금 전액까지 가능하다. 또 생활비는 연간 200만 원까지 대출이 이뤄지며, 기초생활수급자는 무상 지원한다. 2010년에 입학하는 대학생에는 일괄적으로 새 제도가 적용되며, 기존 재학생은 현행 제도 또는 새 제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대출 금리는 매 학기 재원 조달 상황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지만, 교과부는 2009년 2학기 현재 5.8퍼센트(%)인 학자금 이자율과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교과부는 "대출을 받은 학생은 대출 시점부터 원리금 상환 의무를 진다"며 "단, 연소득이 4인 가구 최저생계비(2009년 기준 1592만 원)이 될때까지 상환이 유예된다"고 설명했다.

졸업 후 3년까지 원리금 상환을 시작하지 못할 경우 국세청이 소득과 재산 조사에 들어간다. 이때 미혼자는 미리 정해진 상환 기준 소득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상환을 시작하며, 기혼자는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을 합산해 기준 소득의 1.8~2배를 초과할 경우 상환을 시작한다. 또 납부가 고지된 뒤, 1년이 지나도 납부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강제 상환 절차에 들어간다.

외국으로 이주를 하는 경우에는 이주 전 전액 상환을 하거나 보증을 세우는 일반 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유학을 가는 경우에도 출국 40일 전까지 상환 계획을 신고하고 보증을 세워야 한다.

교과부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대출 잔액이 있으면 평생 상환 의무를 부과한다"며 "학생의 책무성, 도덕적 해이 방지, 인적 자원 투자라는 취지에 맞춰 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또 파산할 경우에도 학자금 대출자는 면책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표는 지난 7월 '최장 25년간' 상환하도록 하겠다는 기존 방향을 뒤짚은 것이다.

저소득층에 더 불리한 학자금 제도…등록금 정책은 '뜬구름'

원리금 상환을 대폭 강조한 새 제도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오히려 빚이 늘어난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인 대학생들은 400만 원의 무상 장학금이 지급되며, 학자금 대출을 할 경우 이자가 없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분석 자료를 통해 "새 제도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무상 장학금이 없어지며, 등록금을 전부 대출하면 현재보다 2792만 원을 더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에 금리 지원을 받았던 소득 1~3분위와 4~5분위의 빚도 2009년을 기준으로 각각 997만 원과 725만 원씩 증가한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실행할 경우 소득이 적을 수록 현재보다 부담해야 할 빚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학생이 학교 다닐 때에는 이자를 낼 필요가 없고, 소득이 생기면 내기 때문에 지금 제도보다 개선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졸업 후 소득이 낮을 경우 상환 기간이 대폭 늘어나며 이에 따라 이자도 더해진다. 현재 연 700만 원이 넘는 4년제 사립대 등록금을 전부 대출하고 소득이 평균에 못 미칠 경우 사실상 평생 빚에서 벗어날 수 없다. 권영길 의원은 "평균 연 350만 원 가량 학자금을 대출받은 학생이 연봉 1900만 원의 직장에 다닐 경우 상환 기간은 19년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높은 등록금을 포함해 6퍼센트 안팎의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은 "기존의 이자 지원까지 없어지는데 6퍼센트 안팎의 고금리를 적용하게 되니까, 원리금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모순적 결과를 낳게 된 것"이라며 "또 1592만 원이라는 낮은 상환 기준 소득, 20퍼센트라는 높은 상환율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3년이 지나면 시행되는 강제상환의 경우 소득과 재산을 합쳐 상환 능력 유무를 판단한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김차동 교과부 인재정책실장은 "강제 징수를 하는 것은 갚을 능력이 있는 데도 안 갚는 사람에 한한 것"이라며 "집을 담보로 한다든지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전체 대출금 대비 상환률을 90퍼센트로 예상하고 있는 것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등록금 인상률이 높은 한국 대학 현실을 고려하면 70퍼센트 수준인 선진국의 상환률에도 못 미친다는 것.

결국 근본적인 문제인 '고액 등록금'과 '높은 인상률'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정부가 말하는 '등록금 부담 해소'를 실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날 교과부는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으로 "대학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하겠다", "등록금 책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두루뭉술한 해법을 제시했을 뿐이다.

권영길 의원은 "정부는 등록금 이자 정책은 그만하고, 등록금 액수 자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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