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가 되지 말아요. 가슴으로 얘기해요"

[RevoluSong] 이디 라마의 <착한 내 파랑새>

이디 라마(ED Lama)는 현재 제주도에서 활동중인 뮤지션 이익성의 솔로 프로젝트 이름이다. 그는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Blue Ocean Studio의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서울로 돌아와 한동안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그는 노브레인과 린애,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카프카 앨범을 프로듀서하며 자신이 만든 레이블 Soulshop을 운영했다. 2004년 인디씬의 화제작이었던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1집을 내놓은 레이블이 바로 Soulshop이었다.

그 후 그는 음악 프로듀싱에만 그치지 않고 2007년과 2009년 자신의 독집을 연달아 내놓았는데 이 앨범들은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대중음악평론가들에게 호평 받은 수작들이었다. 스스로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연주와 프로그래밍까지 다 해내고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까지 스스로 해낸 완벽한 의미의 원맨 프로젝트였던 이 앨범들은 비어있음으로 더욱 편안해지는 여백의 미학을 잘 보여준 아름다운 작품집이었다. 이 앨범들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는 그가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 수밖에 없는 성정을 가진 이라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그가 <프레시안>을 통해 들려주는 곡 <착한 내 파랑새> 역시 그다지 다르지 않다. 몽롱한 건반 연주와 느린 기타 연주를 타고 천천히 흘러가는 목소리는 흡사 발끝을 간질이는 제주도의 파도처럼 잔잔하기만 하다. 끝까지 박자도 느리고 멜로디도 크게 달라지지 않으며 강한 후렴구도 없지만 노래는 흡사 자장가처럼 마음을 적시며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 1절을 마친 뒤 끼어드는 일렉 기타 간주를 통해 더욱 몽롱해지는 음악은 시종일관 같은 리듬으로 천천히 흘러가며 속삭임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포키한 사운드에 일렉기타의 배킹 연주가 더욱 환상적인 여운을 불어넣는 사이 언제 그랬냐는 듯 곡이 끝나지만 그 사이 우리는 마음의 슬픔과 분노를 모두 내려놓고 깊이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착한 내 파랑새>

이디 라마 작사 작곡

Don't stand aside (방관자가 되지 말아요)

speak from your heart (가슴으로 얘기해요)
speak from your heart (가슴으로 말해요)
Don't have to change the difference we have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요)

speak from your eyes (눈으로 얘기해요)
speak from your eyes (눈으로 말해요)
Just make yourself easy (평화로운 자신을 만들어요)

(후렴) 이렇게 허무함 가득한 마음에
사랑조차 떠나가 버린 내 영혼 속에
언젠가 찾아올 착한 내 파랑새의 꿈을 그리네요
슬픔이 떠나기를

speak from your heart (가슴으로 얘기해요)
speak from your heart (가슴으로 말해요)
Don't have to change the difference I think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요)

speak from your eyes (눈으로 얘기해요)
speak from your soul (영혼으로 말해요)
Just make yourself easy (평화로운 자신을 만들어요)

우우우 우우우 우우우
(후렴반복)

speak from your heart (가슴으로 얘기해요)
speak from your eyes (눈으로 말해요)
Just make yourself easy (평화로운 자신을 만들어요)

Don't stand aside (방관자가 되지 말아요)
Don't stand around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요)
Just make yourself a good friend (서로 좋은 친구가 되어요)

Don't stand aside. Don't stand around. Just make yourself a good friend.

지금까지 <프레시안>에서 발표된 곡들 가운데 가장 멀리서 도착한 곡의 반복적인 멜로디를 타고 그가 이야기 하는 것은 방관자가 되지 말자는 것. 그리고 가슴으로 얘기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자는 것. 눈으로 말하고 평화로운 자신을 만들자는 것. 현실을 모르는 체 외면하지 말고 서로가 친구가 되려고 한다면 이렇게 허무함 가득한 마음과 사랑조차 떠나가버린 영혼속에도 파랑새의 꿈이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것이다.

작곡 소감에서 밝힌 것처럼 점점 비관적으로 변해가는 세상과 현실속에서 그래도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아무리 세상이 거꾸로 질주하지만 그래도 미움보다는 사랑을 더 키우며 살아가고자 하는 이디 라마의 착한 마음은 가사와 사운드를 통해 우리를 위로한다. <프레시안>의 어떤 곡은 오늘 우리를 힘들게 하는 누군가를 비판했고, 또 어떤 곡은 변화를 열망했다면 이디 라마의 곡은 오늘 우리의 마음 속으로 한발 더 깊이 들어가 상처입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치유의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니 눈을 감고 좀 더 귀 기울여 들어보자. 결국 우리가 다시 기댈 것은 희망과 평화뿐이다.

▲ 이디 라마의 클럽 '빵' 공연 장면. ⓒ이디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