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노래한다고 해서 반드시 분노 섞인 목소리로 세상의 모순을 질타할 필요도 없고 반드시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거라고 약속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뮤지션 자신이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을 듣는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사운드로 뽑아내는 것 아닐까?
최근 두각을 보이고 있는 록밴드 폰부스(Phonebooth)의 곡 <Come To The Fight>는 다소 모호하지만 은유적인 표현으로 오늘의 답답함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명실상부 위대한 그'라든가 '신기루 속 New World'같은 표현들은 오늘의 현실에 대입해보면 더욱 명확해지는 폰부스의 현실 인식. 그리고 '삽시간에 부서지는 목소리 하지만 또 눈물이 되고'라는 가사 역시 용산 참사와 미디어 법 날치기 이후의 상황들과 맞물리며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그래서 '병 들어가는 멈춰버린 심장'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지만 이들은 결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쓰레기 더미 속에 깔'리고 '달콤한 말로 녹여버린 잘려진 시간속의 미래'를 찾아 싸우러 가자(Come to The Fight)는 것이 폰부스의 결론이기 때문이다. 이런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다름 아닌 '먹구름속 감춰둔 곧은 눈물'이다. 이들은 이 암울한 상황속에서도 결코 자신의 양심을 버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 버티고 있는 것이다.
가사는 이처럼 조금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매우 경쾌한 리듬이 도입부부터 머리를 흔들고 손을 까딱이게 만든다.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노래는 그러나 일절을 마치고 이어진 간주에서 잠시나마 일렉기타를 전면으로 이끌며 사운드를 증폭하고 박자를 흔들어 단순하지 않은 전개를 예고한다. 그리고 2절에 이어진 후렴구에서 징징징징 대던 기타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피치를 올리며 강렬함을 더한다.
이처럼 멋진 폰부스의 연주는 2분께를 넘어가며 더욱 빛을 발한다.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일렉 기타 연주가 물러난 여백에 마두금 연주를 뒤섞어 록킹하고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창출하며 지금까지의 흐름과 다른 연주의 매력을 선사하는 것이다. 계속 강렬한 연주를 만끽하게 하는 밴드는 후렴구에서 댄서블한 리듬감을 더욱 증폭하며 록음악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곡의 말미를 장악한 공간감 넘치는 백보컬과 일렉 기타 연주의 강력하고 사이키델릭한 조화는 몇 번을 다시 들어도 좋을만큼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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