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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를 다시 생각한다

[손호철 칼럼] 원안도, 수정 추진도 문제 많은 진퇴양난

세종시 문제로 정치권이 뜨겁다. 이명박 정부가 예정된 행정도시 건설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세종시 문제는 한나라당 대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라는 여야만의 갈등이 아니라 여당 내 친이와 친박 간의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그것도 한 쪽의 정치생명이 걸린 핵폭탄급 갈등으로 말이다. 잘못하다간, 아니 잘 하면, 한나라당이 두 동강이 나고 한쪽이 뛰쳐나와 딴 살림을 차리는 '신나는' 사태까지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적 논란과는 별개로 세종시 문제를 처음부터 복기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공약으로 들고 나왔고 취임 후 추진했던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집중이라는 한국사회의 심각한 병폐와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바라볼 때 정당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특히 일부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행정수도 이전이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하는 것은 규범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잘못된 주장이다.
▲ 행복도시에 들어설 예정인 중앙청사 조감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홈페이지

우선 순수가정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하더라도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다소의 효율성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경험적으로도 잘못된 것이다. 미국의 경제중심지는 뉴욕이지만 행정수도는 워싱턴DC다. 그렇다고 미국이 효율성이 떨어지나? 연방정부만이 아니다. 미국은 주단위에서도 지방분권이 잘되어 있어 주의 수도는 이름 없는 소도시들이다. 예를 들어, 켈리포니아주의 수도는 로스앤젤리스나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새클란맨토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효율성이 다른 나라들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기로 한 노무현 정부의 결정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걱정한 지방분권이라는 정당한 문제의식이 충청지역의 표를 겨냥한 정치논리와 결합함으로써 잘못된, '정략적'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가 진정으로 지방 균형발전을 추구하고 싶었다면 행정수도를 충청지역이 아니라 강원도(예를 들어 양구)로 옮기겠다고 나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원도가 충청도보다 훨씬 낙후했기 때문이다(노파심에서 이야기하지만 나는 강원도와 아무런 연고도 없다).

그것만이 아니다.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는 것은 기본적으로 '분단 고착적'인 발상으로 통일에 대한 대비와는 거리가 멀다. 통일이 되더라도 행정수도를 충청에 그대로 둘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 때 가서 행정수도를 다시 옮겨야 한다. 이 점에서 강원도는 통일과 관련해서도 훨씬 비교우위가 있다. 특히 분단 상황에서 행정수도만 남쪽인 충청으로 옮기는 것은 한국전쟁 당시 자신들은 남쪽인 대전으로 도주하고 서울시민들은 그대로 서울에 놓아둔 채 한강다리를 폭파한 이승만정권의 방어전략처럼 '국방전략'이라는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원도는 인구가 얼마 되지 않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강원도로 옮긴다고 공약을 해보아야 선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따라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적 타당성 문제와는 별개로 대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약속했고 그 덕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계획은 '절반만 옳은' 정책이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논쟁이 되어야 했던 것은 행정수도 이전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어디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정책인가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논쟁은 그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고 충청권으로의 이전을 전제로 찬반논쟁만이 있었다. 여기에서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판결이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최근의 미디어법 합헌판결과 마찬가지로 기득권 수호의 최후의 보루로써 역사적인 개혁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 결과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두 번째로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그러자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대신에 정부기관의 일부만을 이전하는 행정기능 중심의 복합도시를 충청권에 건설하기로 계획을 변경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제정을 추진했다. 그리고 탄핵의 역풍으로 위기에 몰려 2004년 총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수세 속에서 이 법안에 합의해줌으로써 이 법은 2005년 3월 국회에서 가결됐다.

현재의 세종시 건설의 기본골격이 된 이 계획은 개인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행정수도는 정부기관을 전체적으로 이전해야지 일부만 이전할 경우 정부기관들이 일부는 서울에, 일부는 새 행정도시에 분산되어 업무의 비효율성 등 여러 문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이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지방분권이라는 원래의 뜻을 왜곡시켜 문제가 많은 기형적인 이전안을 만들고 만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세종시 문제는 야당이나 박근혜 측의 주장처럼 원안(행정중심복합도시안)을 고수하면 하는대로, 그것이 아니라 정운찬 총리의 주장처럼 원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이유로 수정을 하면 하는대로 문제가 많은 진퇴양난의 딜레마('catch22')가 되고 말았다. 원안을 고수할 경우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이 문제다. 그렇다고 수정을 하자니 그동안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을 만들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이루어진 국민적인 공론화과정은 다 어쩌라는 말인가?

사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과정에서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래 놓고 이제 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원안을 그대로 따를 수 없다니 웃기는 일이다. 또 세종시 수정 시, 충청지역주의의 심화도 우려된다. 특히 세종시문제로 박근혜의 대선가도에 이미 아성이 된 영남에 충청표까지 더해져 더욱 확실한 날개만 달아주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세종시의 솔로몬의 해답은 없는 것인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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