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학생 잘 뽑는 게 명문고?" vs 안민석 "한나라당부터 고해 성사"

한나라당 의원들도 '외고 전환' 찬반 갈려…야당은 '의혹 제기'

23일 열린 교육과학기술부 국정 감사에서는 '외국어고 폐지'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여야할 것 없이 외고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의원 사이에서도 입장은 상당히 엇갈렸다.

최근 국정 감사에서 외고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교과부는 연구 용역을 맡겨 연말까지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고 논란을 촉발한 주인공인 정두언 의원(한나라당)은 "지금 입시 전문고가 된 외고를 원래 목적대로 돌려보내면 정부가 추구하는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에 지장이 있나. 지금도 영재고가 있고 그런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 않나"라며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 이주호 제1차관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주호 차관은 "네,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안병만 장관은 "사교육 문제도 중요하지만 외고 자체가 갖는 좋은 특성도 있다"며 "그런 면을 다 같이 봐야지 사교육 하나만으로 모든 걸 다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거듭 강조했다.

정두언 의원은 "학생 선발권을 주면 누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나, 외고가 글로벌 인재를 양성했다 하면 다른 학교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학생 잘 뽑은 학교를 훌륭한 학교라고 얘기해야 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군현 의원(한나라당)은 가장 강력하게 외고 전환에 반대하며 "자칫 고교 하향 평준화라는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철학이 무엇인가? 자율과 다양성과 경쟁이 아닌가"라며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외고가 없어지는 것인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영아 의원(한나라당)도 "외고는 평준화에 대한 보완 체계로서 시작이 되었고, 공과가 분명히 있다"며 "그러나 2011학년 입시 정책을 지금 바꾸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외고에 대한 입장을 국감 전후로 급선회한 야당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영진 의원(민주당)은 "정부는 외고의 전환 방침을 사실상 정하고 특정 여당 의원 몇 분에 의해 사실상 정해진 정부의 교육 방침을 고지하고 기정사실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민주당)은 "시기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교육계를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고해 성사를 하라. 왜 갑자기 외고를 포기하겠다는 건가"라고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한나라당의 교육 정책이 '1%를 위한 수월성 교육'에서 '99%를 위한 평준화 교육'으로 바뀐 것인가? 여당 입장을 우선 정리하라"고 요구한 뒤 "여당이 이렇게 무질서하게 중구난방으로 말하면 그 피해는 아이와 학부모가 고스란히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 장관은 연말까지 외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학부모와 학생을 조롱하는 것인가.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국회 교과위 소속 의원들은 국감이 끝난 뒤에도 상임위를 열어 외고에 대한 별도의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