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통령 따라 운 정운찬, 그 눈물은 몇 도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통령 따라 운 정운찬, 그 눈물은 몇 도인가"

정 총리 방문했지만 달라진 건 없어…용산참사 266일째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을까. 영정을 가슴에 껴안은 고(故) 이성수의 부인 권명숙 씨는 시종 얼굴을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가 흘린 눈물은 고스란히 차가운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옆에 있던 고(故) 양회성의 부인 김영덕 씨 등 네 명의 유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는 용산 참사가 아직도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권명숙 씨는 "무섭다"고 했다. 아들에게 아버지를 죽인 죄를 뒤집어씌우는 현실이, 수사 기록을 빼돌리고 '해볼 테면 해봐라'는 검찰이, 앞에서는 눈물 흘리며 뒤에서는 '손 봐줘라'고 종용하는 위정자가 무섭다고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앞길이 보이지 않는 게 무섭고 내일도 모레도 이렇게 변화되지 않는 현실이 더욱 무섭다"고 그는 심정을 토로했다.

▲ 12일 명동성당 들머리고개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프레시안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266일째인 12일 명동성당 들머리고개에 1500여 명의 시민과 종교인이 모였다. 제12차 천주교전국사제시국기도회가 열린 것. 이날 기도회에는 다섯 명의 용산 참사 유가족이 고인 영정을 들고 함께 했다.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용산 참사 진상규명, 희생자 명예회복, 수사 기록 3000쪽 공개'를 촉구했다.

추석날 정운찬 국무총리가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했으나 달라진 건 없다. 정 총리는 용산에 조문을 와서 유족 및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 측과 총리실이 직접 대화 채널을 갖기로 약속했다. 또한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해 유족을 총리실로 초청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가족을 총리실로 초청하는 건 고사하고 대화 채널도 아직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총리가 용산을 방문한 이후 범대위 측에 두 번 전화가 온 게 전부였다.

도리어 정 총리가 용산을 방문한지 이틀도 되지 않아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철거민의 폭력 시위가 참사를 불러 일으켰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냉각 분위기를 조성했다. 거기다 정운찬 총리가 "밖에서 듣던 것과 안(청와대)에서 듣는 용산 문제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정 총리가 차가운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가족의 눈물이 멈추지 않는 이유다.

"항상 눈물 흘리는 대통령이지만 가슴은 차가운 듯하다"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김인국 신부는 "눈물이 많은 대통령이 어떻게 가슴은 그렇게 차가울까"라며 "어묵을 먹다가도, 목도리를 두르다가도 눈물을 흘리는 게 대통령이지만 가슴은 차가운 듯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운찬 총리를 두고도 "대통령을 따라서 눈물을 보였지만 그 눈물의 온도는 몇 도인지 궁금하다"며 답답한 심경을 표현했다.

▲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시민이 한 손에는 피켓을 다른 손에는 촛불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
그는 "서민 삶의 터를 부수고 부자의 자리를 만들려다 일어난 사건이 용산 참사"라며 "이를 해결하라는 우리의 요구는 존엄한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해결하려 나서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인국 신부는 이를 두고 "용산 참사를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사람들은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가장 재미있는 게 불구경이라고 한다. 내 아픔이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알아야 할 점은 그 불이 언젠가는 우리에게 닥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신부는 성서에 있는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언급하며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은 악인의 악행보다도 선한 이의 침묵"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는 이명박 정권을 두고 "참으로 지독히 나쁜 정권"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용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어찌 국가라고 할 수 있고 사람 사는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눈 먼 자본과 탐욕만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만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오는데 간 데 없고 오직 잇속 추구와 남의 것을 빼앗는 것만 생각하는 게 이명박 정권"이라며 "결국 이것이 고인의 저승 가는 길까지 막고 있다"고 말했다.

문규현 신부도 이명박 정권에게 쓴 소리를 던졌다. 그는 "이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은 대통령이 없다는 것"이라며 "쥐새끼밖에 없는 이 나라에서 진정한 대통령이 나오길 기도한다"고 현 정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이제라도 망자를 저세상으로 보내고 진실한 정책으로 유가족을 위로해야 한다"며 "하느님의 길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고 용산 문제 해결을 부탁했다.

사제단 "참혹한 일은 참사 후에도 거듭 이어졌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참혹한 일은 참사 후에도 거듭 이어졌다"며 용산 참사를 대하는 현 정권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들은 "참사 이후 국가가 나서서 한 일은 참사 책임을 죽은 자에게 돌리고 폭도의 죄를 씌워 철거민을 감옥에 가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현 정부를 질타했다. 이들은 "재개발 바람이 부는 곳마다 왜 망루가 세워지며, 세입자들은 왜 목숨을 걸고 거기에 오르는지 따지지도, 묻지도 않았다"며 "결국 이로 인해 권력자는 본때를 보여준 셈이 됐고 국민은 침묵으로 이를 승인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들은 수사 기록 3000쪽 미공개를 두고 "법질서를 관장하는 검찰이 법의 명령을 어기고 있으니 역사상 이보다 무소불위의 타락한 권력은 없었다"며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검찰을 꼬집었다.

움직이지 않는 종교계를 두고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사랑 없는 진리는 아무 소용이 없다"며 "약자들을 위하는 것이 사랑의 으뜸"이라고 말하며 빈자를 위한 배려를 촉구했다. 또한 용산 참사의 진상규명과 해결을 위한 기도에 함께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 문규현 신부가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

▲ 눈물을 흘리는 용산 참사 유가족. ⓒ프레시안

▲ 이날 시국미기도회에는 약 1500명의 시민과 종교인이 참석했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