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9개월 만에 언론에 공개된 용산 참사 현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한양석)는 12일 검찰, 변호인, 경찰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재판 초기인 지난 4월 현장검증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검찰의 수사 기록 3000쪽 미공개로 재판이 파행됨에 따라 실시되지 못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약 1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 철거민이 세운 망루는 엿가락 처럼 휘어 형체도 알아 볼 수 없게 됐다.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한양석 부장 판사. ⓒ뉴시스 |
"발전기가 화재 원인" VS "발화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
현장검증에서도 화인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은 치열했다. 남일당 건물 5층 망루 반대편 옥상에 놓인 발전기를 두고 김형태 변호사는 "망루 입구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긴 것"이라며 "스위치가 켜진 상태로 남아있는 점으로 미뤄 화재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발전기의 존재는 망루 문 앞에서 발전기를 가동시켜 망루 안쪽으로 전기를 연결했다는 증거"라며 "유증기가 가득 차 있던 현장에서 전기설비는 강력한 발화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던 것으로 현 위치가 망루까지 5m 남짓 거리가 있기 때문에 발화 원인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변호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철거민은 농성 당시 두 대의 전력공급용 발전기를 돌렸다고 주장해왔다. 한 대는 망루 2층에 있었고 다른 한 대는 망루 밖 옥상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망루 안에 있던 발전기는 검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했다.
심지가 꽂혀 있는 채로 깨져있는 화염병을 두고도 설전은 이어졌다. 검찰은 "망루 입구에 이렇게 깨진 병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며 "이것은 출입구 쪽이 발화지점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해당 화염병이 사용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만큼 발화점이 어딘지 알 수 없다"고 맞섰다.
검찰은 화재 원인을 놓고 "농성자들이 망루 4층 계단 부근에서 경찰을 향해 시너를 쏟아 부은 뒤 화염병을 아래로 던졌고 망루 3층 계단 부근에 화염병이 떨어져 발화된 뒤 그 불꽃이 시너에 옮겨 붙어 불똥이 1층까지 흘러내렸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장검증을 마친 한양석 부장판사는 "검증 결과를 토대로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사 유가족은 "이미 경찰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현장을 훼손한데다 피고인을 배제한 현장검증은 의미가 없다"며 "검찰은 수사 기록 3000쪽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남일당 주변에는 경찰 병력 1개 중대가 배치돼 외부인 진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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