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용산 참사, 허경영도 나서는데…정운찬 '생색내기' 안 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용산 참사, 허경영도 나서는데…정운찬 '생색내기' 안 돼"

[인터뷰] 박래군 용산 범대위 위원장

"정운찬 국무총리가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의 손을 잡고 눈물만 흘릴 바엔 오지 않는 게 낫다."

8개월을 끌어온 용산 참사가 새 국면을 맞이했다. 28일 총리로 인준된 정운찬 국무총리가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을 만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 참사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용산 문제를 놓고 시종 '모르쇠'로 일관해왔기에 새 총리의 발언은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운찬 총리의 발언을 두고 "결국 생색내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한다. 말로만 유감을 표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은 뒷전이라는 주장이다.

박래군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운찬 총리가 용산 참사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총리가 형식적으로 유감만 표명할 바엔 (용산 참사 현장에) 오지 않는 게 낫다"고 밝혔다.

현재 용산 범대위의 요구안은 크게 세 가지다. △정부의 사과 △용산 4구역 철거민에 대한 대책 마련, △유가족 보상. 하지만 어느 하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도리어 직접 당사자인 정부, 서울시, 용산구청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 공식적인 교섭은 단 한 차례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 2일 정부, 서울시, 민주당 용산 참사 대책위, 유가족이 참여하는 '4자협의체'가 논의됐으나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용산 범대위는 신임 총리가 당장 세 가지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총리가 정부 차원에서 용산 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 만이라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래군 용산 위원장은 "정운찬 총리가 용산 문제를 해결할 진정성이 있다면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 용산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은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래군 위원장은 논의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현재 제시한 요구안보다 좀 더 현실적인 안을 제시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교섭 자체가 봉쇄되고 있는 상황이라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 그는 신임 총리가 이에 대한 물꼬를 터 줄 것을 기대했다.

박래군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중도 실용, 화해와 통합 등을 표명한다면 실제로도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 내각의 수장인 정운찬 총리는 '생색내기' 식으로 용산 문제를 다룰 게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해결 대책까지 이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29일 늦은 저녁, 서울 명동 성당 영안실에서 박래군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4일, 6개월 동안 수배 생활을 해온 순천향병원을 나와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래는 그와의 인터뷰 전문.

▲ 명동 성당 영안실에서 만난 박래군 위원장은 답답하다며 밖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그래봤자 명동 성당 내였다. ⓒ프레시안

"10월 18일 국민 법정 준비, 기소인 7503명 모집"

프레시안 : 오랫동안 수배 생활을 해온 순천향병원에서 이곳으로 왔다. 뭐가 달라졌나?

박래군 :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6개월 동안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4층에서 살았다. 그동안 땅을 밟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성당 내에 한정해 얼마든지 땅을 밟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웃음). 거기(장례식장)에 있을 때는 여러 모로 부담이 됐다. 유가족과 소통하는 건 좋았지만 한편에서는 우리가 없는 역량을 쪼개서 순천향병원도 지키고 용산 참사 현장도 지킨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거점을 옮기면서 힘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됐다. 그것이 다른 점이다.

프레시안 : 전국 순회 촛불 추모제를 2주간 진행했다.

박래군 : 2주에 걸쳐 지역을 돌았는데 지역에서 만난 사람 대부분이 아직도 용산 참사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2주 동안 전국을 돌며 시민에게 이 부분을 알려내는 데 집중했다. 10월 18일 날 열리는 국민 법정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좀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하지만 늦게라도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용산 범대위가 10월 18일 국민 법정을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는가. 1만인 기소인 참여 서명 운동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

박래군 : 현재 기소인으로 7503명이 서명했다. 조직 단체가 나선 것도,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벌써 이만큼의 사람들이 모였다. 용산 참사 문제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생각한다. 국민 법정이 법적 효력은 없지만 용산 참사의 실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한번 따져보자는 취지로 준비했다. 검찰의 수사, 주거권을 침해하는 재개발 정책 등에 대해 조목조목 살펴보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8개월이 넘도록 용산 참사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많이 잊혀졌다. 현재 용산 문제 해결을 위해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박래군 : 용산 범대위는 4월 8일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안이 장기화돼 장례식이 문제가 됐다. 결국 정부가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것과 재개발 정책의 전환, 유가족 보상 등 3가지로 요구안을 압축했다. 이런 부분이 해결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장례식을 치를 것이다.

▲ 박래군 위원장은 만약 정부가 논의 테이블을 제시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안을 낼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의 자체를 봉쇄하고 있어 이것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정부가 용산 문제 해결하기 위해선 협상 테이블 마련해야"

프레시안 : 정부와의 교섭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정부의 사과는 정부와 교섭해야 할 문제인 듯 하고 재개발 정책 전환과 보상 문제는 서울시와 논의해야 할 문제인 듯하다.

박래군 : 협상이라고 할 수 있는 교섭은 한 차례도 한 적이 없다. 재개발 문제와 관련해 용산구청 관계자도 만나고 서울시 관계자도 만났다. 하지만 교섭 전 논의하는 실무 접촉, 사전 조율만이 진행됐다. 실무 접촉이 교섭으로 연결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구청에게, 구청은 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다른 재개발 지역에서 먼저 떠난 사람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있다면서 비제도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자고 말하고 있다. 선례가 남는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임대상가는 아예 의제로 삼지도 않았다.

프레시안 : 정부는 어떤가.

박래군 : 9월 2일 한승수 전 총리가 송영길 민주당 의원에게 용산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말한 뒤 협의체가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총리가 된 정운찬 총리가 우선적으로 용사 참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정부차원에서 협상 테이블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조율하는 자세를 여태껏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가 많다.

프레시안 : 참사 8개월이 지났지만 변화가 없다. 범대위의 요구안이 현실적으로 관철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래군 : 상식에 기초하면 된다. 그런 말 하는 이는 혼나야 한다(웃음). 공권력이 그렇게 무리하게 진압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모든 사람이 다 안다. 이전 정부는 망루를 지으면 대화부터 했는데 이번 정부는 특공대부터 들이밀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민간 개발 지역이다. 용역이 진입하다 안됐을 경우에야 정부가 개입하는 것인 원칙이다. 그런 곳에 특공대를 투입시켜 놓고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또한 서울시의 재개발 정책이 문제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상가 세입자의 권리금, 설비 투자금 등을 인정해야 하는데 현 정책은 그렇지 못하다. 원주민을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주거 환경을 개선코자 진행하는 게 재개발 정책인데 반대가 됐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이 정책으로 인해 5명이 죽었다. 우리는 이걸 바꿔보겠다는 거다. 이 요구안이 상식적이지 않는가.

"용산 덮는다고 잊혀지는 문제 아니다. 오죽하면 허경영도 나서겠나"

프레시안 : 진보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용산 참사 문제에 퇴로가 없다고 지적한다. 너무 강성으로만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실제로 범대위와 연대하지 않은 시민단체들이 있는 게 사실 아닌가.

박래군 :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소리다. 우리는 처음엔 이명박 퇴진 투쟁으로 나갔다. 이후 4월 달부터 정부의 사과로 요구안 수위를 낮췄다. 장례식 선결 조건으로 3가지를 냈다. 만약 정부가 논의 테이블을 제시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안을 낼 의향도 있다. 하지만 논의 자체를 봉쇄하고 있어 이것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박래군 : 급할 거 없다. 서둘러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용산 문제는 사람이 죽은 문제다.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오죽하면 허경영 조차도 자신의 콘서트 수익금을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 돌린다고 했겠나. 그는 콘서트 이후 수익금으로 200만 원을 범대위 측에 전달했다. 잊혀질래야 잊혀질 수 없는 게 용산 참사 문제다.

여기까지 버텨왔고 앞으로도 버틸 수 있는 건 이름 모를 많은 시민이 용산 범대위와 유가족에게 힘을 주고 있다. 어떤 시민은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장례비용을 쓰고 남은 부의금을 가지고 용산 현장에 왔다. 거기다 어머님이 천주교 신자였는데 생전에 성금을 하려고 모아둔 빳빳한 1000원 지폐를 유품 정리하다가 발견했다며 그것마저도 성금으로 냈다. 감동이었다. 이런 마음이 모여 용산 투쟁을 이끌어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거 생각하면 이 싸움을 쉽게 끝내지도, 접을 수도 없다. 내가 30년 가까이 운동하면서 이렇게 오래도록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고마울 따름이다.

프레시안 : 용산 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할 듯하다. 그런 점에서 정운찬 총리의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발언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듯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래군 : 맞는 말이다. 정운찬 총리가 형식적으로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해 단순히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볼 수 없다. 총리가 형식적으로 유감만 표명할 바엔 (용산 참사 현장에) 오지 않는 게 낫다. 단순히 유가족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린다고 진정성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도 한승수 전 총리도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후 다른 소리를 했다. 막말을 하고 모독했다. 한 입으로 두 이야기를 하는 모순을 보였다.

이명박 정권이 중도 실용, 화해와 통합 등을 표명한다면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 새 내각의 수장인 정운찬 총리는 '생색내기' 식으로 용산 문제를 다룰 게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해결 대책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명동 성당 영안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박래군 위원장. 그는 30일 오전에 열 예정인 기자회견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프레시안

"정부가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짓 하지 말길 바란다"

프레시안 : 총리실에서 범대위에 연락은 왔는가. 정운찬 총리는 총리실과 협의해 향후 방문 날짜를 잡겠다고 말했다.

박래군 : 아직 없다. 야4당에서 접촉해 논의하려고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요구를 재차 밝혔다. 저쪽(정부)에서 생각하는 선이 어느 정도인지, 언제 올 것인지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추석 당일인 10월 3일에 온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래군 : 유가족도 힘들고 우리도 힘들다. 나는 추석 전에 감옥에 가려고 했는데 감옥 가는 것도 힘들다(웃음). 상식적인 수준만 생각한다면 용산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이걸 못해준다면 무엇 때문에 정부가 있고 대통령이 있겠는가. 정치라는 게 갈등이 있으면 갈등을 풀고 해결하는 게 정치 아닌가.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짓을 하지 말기 바란다.

청문회를 통해 정운찬 총리가 흠결이 많다는 게 드러났다. 여러 문제가 많은 국무총리인데, 지적받는 것을 용서 받으려면 자신의 정치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용찬 참사 문제를 8개월을 넘게 끌고 왔다. 투쟁을 이젠 쉽게 접을 수도 없다. 범대위도, 유가족도 말이다. 이젠 지쳤으니 그만하자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운찬 총리가 알아줬으면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