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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음악으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RevoluSong] 우리나라 <강이 더 좋아>

<프레시안> 창작곡 릴레이 발표를 시작하며

섣불리 희망을 말할 수 없는 시대이다. 촛불이 꺼진 1년, 역사와 더불어 치열했던 두 전직 대통령이 너무 이른 죽음으로 우리 곁을 떠나고 아직도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용산의 안타까운 영혼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잊혀가는 2009년.

정부는 생색내기 서민 정책과 위태로운 경제 회복으로 다시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불법으로 얼룩진 고위 공직자들의 실체와 소중한 강산을 넝마로 만드는 막개발 정책, 그리고 대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대북정책, 독재로 회귀하는 반인권적 통제까지 어느 것 하나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아직도 새로운 비전과 철학을 보여주지 못하는 소위 진보개혁 세력의 현실 역시 우리를 낙담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음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7월 9일 약 700여 명의 음악인들이 음악인 선언을 발표하며 조만간 현 시대를 담은 음악을 릴레이로 발표하겠다고 했던 것은 몇 줄의 선언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이 음악인이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음악인 선언에 명시한 주장은 그 자체로 숭고하고 절박하며 진실했으나 그 말들은 예술로 담을 수 있는 깊은 분노와 절망, 그리고 슬픔과 결의를 다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특히 예술가들은 자신의 프리즘을 통해 세계를 재해석함으로써 독자적인 스타일을 건설하는 개별자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수많은 음악인들이 저마다의 이성과 감성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창작 작업을 하는 것이야말로 더욱 기본적이고 당연하며 의미있는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한국의 대중음악 역사에서 현실의 모순을 음악에 담고 그 극복을 노래해온 이들의 움직임은 아직도 소수에 가깝다. 해방 직후 좌파 음악가들이 많았지만 한국 전쟁 이후 자취를 감추었고, 1970년대 미국 포크운동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1980년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광주 민중 항쟁 이후 본격화된 소위 민중가요 진영의 노래들은 민주화 운동의 가장 큰 무기로서 대중의 심금을 울리고 한국 노래 운동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2009년 오늘 그 영향력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중음악 쪽에서 현실비판적 메시지를 담아온 음악인들이 꾸준히 등장하기는 하였으나 이들의 수는 양손으로만 헤아리기에 충분하다. 외국의 수많은 뮤지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을 노래하고 그것이 대중음악의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지나친 정부의 검열과 예술계의 순수예술 이데올로기 등으로 인해 그 기세가 약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년 반의 새로운 대통령 체제를 거치며 많은 음악인들은 절대 다수가 경험한 반민주와 비상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감하며 이에 대해 어떻게든 말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 생각이 외화된 것이 바로 지난 음악인 선언이었으며 이제 시작되는 릴레이 창작곡 발표 작업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주로 민중가요 진영의 뮤지션들에게서만 이루어졌던 현실 비판적 음악 발표 작업이 2009년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인디음악인과 다른 장르의 음악인들로 이어지며 더욱 자유롭고 다양한 색깔을 띄게 된 것이다.

약 40여 팀의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참가하게 될 이번 릴레이 음악 발표 작업은 음악인 선언 발표 이후 음악인 선언에 참여했던 뮤지션들의 의사를 다시 일일이 타진한 후 진행되었다. 지금의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창작곡을 새롭게 만들고 녹음해서 발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뮤지션들의 의사를 물었을 때 의외로 많은 음악인들이 선선히 참여를 약속했다. 사실 곡을 새롭게 쓴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편곡하고 녹음하고 믹싱하는 일도 매우 번거로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요청한 주제 자체가 가벼운 것이 아님에도 많은 뮤지션들이 기꺼이 참여를 약속한 것이다.

사정상 별도의 작업비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밝혔음에도 참여를 약속한 뮤지션들은 음악으로 현실을 말한다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어보였다. 오히려 그들은 어떻게든 현실의 불합리와 모순에 대해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자신들의 자비로 그 작업들을 진행하는 일에도 선선히 동의해주었다. 이것은 역으로 얼마나 현실이 그들을 아프게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며 또한 예술이 현실을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창작곡들은 매주 두 차례씩 <프레시안>을 통해 발표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창작곡이지만, 극히 일부 곡은 최근 발표한 음반에 실린 곡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곡들은 <프레시안>에서만 들어보기 서비스로 제공된다. 이제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흔히 듣던 민중가요보다는 더 은유적이고 덜 비판적이며 덜 직설적인 노래를 듣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르로 현실을 담은 음악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발표될 모든 곡들은 참여하는 뮤지션들이 바라보는 솔직한 현실 인식이며 또한 자기 발언이다.

기실 문학에서는 더 많은 시국 선언이 있었고 평택 대추리의 문제를 두고 시집이 나오기도 했으며, 미술에서도 다양한 동인 활동이 이어지기도 했으나 음악 쪽에서 이렇게 현실을 노래하는 다수의 창작곡들이 민중가요 안팎으로 함께 이어진 적은 없었다. 최근 많은 집회에서 민중가요 바깥의 음악인들이 함께 공연을 펼치고는 있지만 그들이 함께 새로 곡을 만들고 녹음해서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업은 그동안 한국 대중 음악에 부족했던 사회성을 채운다기보다도 음악은 어떤 것이든 노래할 수 있다는, 음악 자체의 본질적 자유를 다시 확인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국악, 민중가요, 록, 포크, 힙합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로 펼칠 이 작업은 2009년 현실의 증언인 동시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을 노래하는 오늘의 기록으로 거대한 모자이크 같은 공동의 결과물이 될 것이다. 분명 어떤 노래는 저항을 이야기하고, 어떤 노래는 슬픔을 이야기하며, 또 어떤 노래는 희망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 어떤 것이든 정직하고 진솔한 우리 음악인들의 고백이며 기록이며 실천이다. 그 음악들이 당장 현실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현실을 되새겨보고 우리의 꿈을 다시 확인하게 할 것이다. 침묵과 무기력 대신 희망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가게 만드는 음악, 기대되지 않는가.

창작곡 릴레이의 첫 번째는 노래패 우리나라의 곡이다. 먼저 음악을 들어보자.

우리나라, <강이 더 좋아>



가사 (원문 : 박남준 시 <강이 더 좋아>)

삽질을 하려거든, 강 말고 밭에서 하시고요
뱃놀이 하려거든, 강 말고 바다에서 하시지요
새들이 오지 않는 운하는 싫어
물고기 살지 않는 운하는 싫어
친구들과 물장구 치는 강이 더 좋아
푸른 강물 금모래밭 강이 더 좋아
강이 더 좋아 (반복)

삽질을 하려거든, 강 말고 밭에서 하시고요
뱃놀이 하려거든, 강 말고 바다에서 하시지요
삼면이 바다인 나라 운하가 웬말
산을 뚫고 하늘을 나는 운하가 웬말
거짓말이야 뻥치지마 거짓말이야
안돼 안돼 운하는 안돼 정말로 안돼
운하는 안돼 (반복)

노래패 '우리나라'는 올해로 창단 10년째를 맞이하는 한국 민중가요 노래패의 대표 주자이다. 기존의 민중가요 노래패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대부분 솔로로 독립하기 시작하던 1999년에 노래패를 결성하는, 조금은 남다른 행보를 보인 이들은 사실 대학시절부터 노래 운동을 해오던 노래꾼들이었다. 건국대, 한국외대, 충남대 노래패와 경기남부총련 노래단 천리마 등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노래패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 가운데 특히 민족, 자주, 통일의 문제에 천착한 노래들을 연달아 발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2002년 미선·효순 사건이나 2004년 노무현 탄핵 당시 시의적절한 노래들을 신속하게 발표했을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중적이고 명쾌한 합창곡들을 선보임으로써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최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시청 앞 노제에서 <다시 광화문에서>를 불러 추모객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 노래패 우리나라는 올해로 창단 10년째를 맞이하는 한국 민중가요 노래패의 대표 주자이다. ⓒ우리나라

이들이 이번에 발표한 곡은 <강이 더 좋아>이다. 이 노래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유쾌하게 비판하는 노래이다. 정부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홍수를 막고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를 복원하겠다"며 2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이 사업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4대강을 죽이는 결과가 뻔히 보인다. 4대강 사업으로 살아나는 것은 강이 아니라 건설 토목 산업일 뿐이며 그것 역시 일시적인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비판하는 우리나라의 노래는 평소의 투쟁가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어쿠스틱한 곡이다. 기타, 건반, 쉐이커, 하모니카가 하나씩 리드미컬하게 어울려가는 가운데 시작되는 노래는 "삽질을 하려거든 강 말고 밭에서 하시고 뱃놀이 하려거든 강 말고 바다에서 하라"고 점잖게 충고한다.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새들이 오지 않고 물고기 살지 않는 운하'다.

강을 억지로 막은 결과가 어떤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가 솟구치는 듯 2절로 접어드는 노래는 남성 보컬이 목소리를 높인다. 그럼에도 끝까지 경쾌함을 읽지 않는 노래는 4대강 사업을 빙자해 대운하 사업을 펼치려는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반대를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곡의 중간중간 부각되는 하모니카 연주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합창곡의 단순함을 털어내는 효과적인 편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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