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민 행보를 가속화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가 최근 급등한 배경에는 이런 '오래된 거짓말'이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외형상 경제지표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지지율이 40%대 까지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거품 키우기, 한해 51조 원의 재정적자 등 배경이야 어찌됐든 '플러스'로 돌아선 경제지표와 '친서민 정책'이 맞물렸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등했다. 자산시장에 끼인 거품의 효과인 '플러스 성장'은 실물경제와 별 상관이 없어 당장 나한테 미칠 영향이 미미할 지라도 '언젠가는 내게도 떡고물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 효과를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하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놓인 토양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친서민 정책'을 제대로 볼 수 있다.
MB 집권 1년차 "친기업=친서민"…돌아선 민심
노무현 정부에서 '성장'과 '분배'의 관계는 이명박 정부 들어 '친기업'과 '친서민'으로 대치됐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1년차 때 내세웠던 '친기업'과 '친서민' 사이의 관계는 단순 명확했다. '친기업=친서민'이라는 주장이었다. 기업이 원하는 규제 완화, 감세 등을 추진해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면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적하효과'를 강조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투자를 늘리고, 투자가 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논리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로 '친기업=친서민'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지난 1년간 '친기업=친서민'이라는 등식을 성립되지 않았다. 법인세, 소득세 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를 포함한 대대적인 감세 정책은 대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기업 등 '괜찮은 일자리' 증가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년 취업통계조사(4월 1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졸 정규직 취업률은 39.6%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해(48%)에 비해 8.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이명박 정부는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과 함께 "제2의 금모으기 운동"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잡세어링(일자리 나누기)'을 밀어붙였지만, 대졸 신입사원 초봉 삭감 이외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반면 청년 인턴 등 비정규직 고용이 줄어든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했다. 비정규직 취업률은 26.2%로 지난 해(18.8%)에 비해 7.4%포인트 늘었다.
당연히 가계소득이 줄었다. 지난 2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29만9000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0.1% 감소했다. 2003년 이후 명목 소득이 마이너스 증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었다. 소득 양극화도 심화돼 하위 20% 가구와 상위 20% 가구의 소득 격차는 지난해 2분기 7.25배에서 올 2분기에는 7.29배가 됐다. 근로소득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으로 줄어들었다.
소득은 준 반면 물가는 빠르게 올라 가계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가계신용은 697조7493억 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의 660조3060억 원보다 5.7%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극화 판단의 주요 지표인 중간계층도 크게 줄었다. 1990년 74.2%에 달했던 중산층은 외환위기 후인 2000년 68.5%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63.3%까지 추락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과 중도실용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경제위기로 양극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정치적 실용주의…민주노동당·시민단체 정책 과감히 도입
▲ 작년 연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한 상인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선물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
초기에는 '쇼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해에도 4월 총선 직전 '뉴스타트 2008 프로젝트' 발표, 6월 촛불집회 당시 유가환급금 발표, 연말 서울 가락시장 방문 등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면 '반짝 이벤트'로 서민 행보를 연출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좀 달랐다. 7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등록금 후불제)를 발표했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오던 정책으로 노무현 정부도 도입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의 주장해오던 정책을 도입하자 민주노동당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민주노동당이 이끌어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곳곳에 거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택정책으로 '보금자리주택',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응책 차원인 동네 슈퍼마켓의 '대규모 체인화', 서민금융정책인 '미소금융' 등 친서민 정책을 연이어 쏟아냈다.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에게 담보 없이 저리로 대출을 해주는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인 미소금융 역시 진보진영에서 오랫동안 주장해온 정책이다.특히 미소금융 사업은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추진하던 사업 아이디어를 중간에서 가로챈 것 같은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2007년부터 창조적인 소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한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하나은행과 손잡고 추진해왔다. 올해 초 희망제작소는 정부, 하나은행과 실무적인 차원의 협의까지 마쳐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하나은행에서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를 해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회장이 미소금융중앙재단의 이사장을 맡게 됐다. 김 회장은 박 변호사와도 오랜 친구이지만 금융권의 대표적인 이 대통령 측근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인사에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정책을 줄기차게 비판해온 케인지안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로 지목했다. 정 총리는 야당의 잠재적 대권후보 중 하나로 여겨지던 인물이었다. 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적잖은 상처를 입었지만 말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를 내세우면서 진보진영의 정책과 인물을 과감히 차용하는 '실용주의'적 면모를 보였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던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이 때문에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등 극우보수세력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론 크게 덕을 봤다. 일부 조사에선 50%를 넘는 등 지지율이 급등했다.
친기업에 덧씌워진 친서민…곳곳에서 충돌 발생
우파 정권이라 하더라도 좌파 정책을 잘만 쓰면 궁극적으로 덕 보는 것은 서민인데 무슨 문제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차용한 진보진영의 정책이 제 기능을 할지 의문이다. 친서민 정책이 서 있는 'MB노믹스'라는 토양 때문이다. 자율과 경쟁을 최우선 가치로 하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모토로 하는 MB노믹스에 '친서민 정책'이 급하게 덧씌워지다보니 곳곳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SSM 문제를 둘러싼 영세상인들과 대기업 유통업체 사이의 갈등이 전형적인 경우다. 이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하자 이 대통령은 궁극적으로는 대형 유통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6월 이문동 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상인들의 'SSM 규제' 요구에 "정부가 규제를 해도 (유통업체가) 재판을 걸면 진다"며 규제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 이후로도 정부의 입장은 영세 상인들이 요구하는 'SSM 개설 허가제'와 '영업 시간 규제' 등은 들어줄 수 없다는 것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규모 체인화' 등 다른 대안을 내놓았지만 상인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의 진정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들은 기업들 대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미소금융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경련이나 금융기관의 기부금을 독려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준조세'라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말로는 '친기업'을 강조하지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윤증현 장관의 취임 일성이었던 영리 의료법인 도입도 쉽지 않게 됐다. 11월까지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당초 정부의 방침이었는데, 영리 의료법인이 반(反)서민 정책으로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이전처럼 무조건 밀어붙이기가 어려워졌다.
친서민정책의 수혜자는 누구?
'친서민 정책'이 포괄하고 있는 '서민'이 과연 누구인가도 들여다봐야할 지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과세표준 8800만 원(연봉 1억2000만 원)의 고소득자를 '중산서민층'으로 분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7월 이후 잇따라 발표한 친서민 정책의 수혜자들도 따져보면 가장 밑바닥 서민은 아니다.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의 주타겟은 적어도 은행 대출까지 포함해 3-4억 원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의 실수요자들이다.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시세의 50-70% 수준으로 싸게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워낙 부동산값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다. 29일 정부가 확정 발표한 서울 강남권의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3.3㎡당 1030만 원이다. 강남 세곡의 전용 84㎡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격은 4억 원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받을 경우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음달부터 사전예약제 방식으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에 과거 판교 신도시처럼 '청약 광풍'이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소금융도 금융채무불이행자와 개인파산자,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대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정부 방안에 따르면 영세 사업자, 재래시장 상인, 프랜차이즈 창업 희망자 등 자영업자가 주요 대상이다. 사회연대은행 등 기존에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해온 민간단체는 여성 가장, 성매매 여성, 청년 가장 등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고 있다.
등록금 후불제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 계층은 당연히 20대 대학생들이다.
중산층 이상의 무주택자, 자영업자, 대학생이라는 타겟층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가장 밑바닥 서민은 아니라는 점과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가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으로 돌아섰던 계층이기도 하다. 20대, 30-40대 남성,화이트칼라, 자영업자 등은 이 대통령이 지지층의 폭을 넓히기 위해 잡아야할 매우 중요한 계층이다.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유효했다고 보여진다.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가 공동으로 지난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3.8%를 기록했다. 30대 남성(59.3%), 40대 남성(58.9%), 자영업(59.0%)에서 모두 평균을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20대(44.0%)는 다소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지지율이 상당히 오른 수치다. 비슷한 시기 <한국일보>의 여론조사에서 20대의 지지율은 32.6%로 직전 조사에 비해 10%넘게 올랐다.
▲ 정운찬 신임 총리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한때 야권의 대권주자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던 정 총리를 전격적으로 영입해 친서민 정책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적극 활용했다. ⓒ뉴시스 |
'빚'은 '빚'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례라디오 연설에서 "스스로 일어서려는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줘 자활의지를 뒷받침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중도실용 서민정책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발표한 미소금융에 대한 설명이지만 동시에 이는 현 정부 친서민 정책 기본 방향을 설명해주는 발언이기도 하다.
미소금융, 등록금 후불제 등은 모두 대출을 통한 지원정책이다.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함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금자리론(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대출 상품), 전세대란 대책으로 내놓았던 전세대출 확대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빚을 얻는데 도움을 줄테니 이를 기반으로 원금과 이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빚도 갚고 자활에 성공하라는 얘기다.
물론 시장경제에서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기업, 금융기관 등은 부채를 이용해 수익률을 증가시키는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큰 돈을 번다. 은행 대출을 끼고 부동산 투자를 해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기는 것이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은 빚이다. 대출을 받아 원금과 이자율을 뛰어 넘는 수익을 누릴 만한 재주가 없는 이들에게 빚은 당장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 이상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 미소금융정책에서 대출 못지 않게 이후 교육 및 컨설팅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자체에 대한 규제인 '등록금 상한제'가 함께 가지 않는 '등록금 후불제'는 대학생들을 졸업과 함께 수천만원의 '빚쟁이'로 전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진통제가 아니라 치료제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대출을 통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 한다. 진통제는 잠시 고통을 잊게해줄 뿐이지 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대기업이 돈이 될만한 사업엔 다 진출하고, 대형 유통업체가 골목 상권까지 꽉 잡고 있고, 대학을 졸업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전해야 하는 현실에서 '빚'을 통한 '자활'은 대통령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가 한국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인 경제적 양극화 문제를 더 심화시켰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힘들다. 강만수 경제팀이 고집한 '고환율 정책'은 수출 대기업에게는 큰 도움이 됐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흑자 도산까지 발생하는 등 적잖은 고통을 줬다.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 등 대대적인 감세정책의 혜택도 대기업과 부유층에 집중돼 소득 격차를 더 벌렸다.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했던 종합부동산세,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규제 등 투기억제책을 다 없애 부동산 경기를 부양한 것도 자산 양극화를 더 부추겼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총자산 지니계수는 0.7로 부의 불균형이 극도로 심하다. 지니계수는 부의 불평등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
문제는 부동산가 상승이 자산 불평등성을 더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 시 총자산 보유 규모가 많은 가계와 총자산 보유가 적은 가계의 보유자산규모의 차가 벌어져 보유자산 불평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보유 부동산 자산의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의 차이를 발생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소득이 적은 가계의 주거비용(임대비용 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대한 기대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는 게 최근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의 상승세다. 정부는 특히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대 심리를 극대화하고 있다. 강남권을 포함해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풀어 2012년까지 32만호의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된다면 적어도 32만 가구가 엄청난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시에 문을 연 보금자리주택 홍보관.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무주택자를 위한 서민정책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제 수혜자는 중산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뉴시스 |
친서민정책으로 인한 '몰핀 효과'는 MB정권에게도 위험?
거품은 언제까지 팽창할 수 없다.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이다. 이게 현재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거품경제와 친서민정책'이라는 정책조합이 가진 유일하면서도 강력한 부작용이다.
친서민정책이 대부분 대출 지원 사업이고 그 규모가 크지 않지만 재정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감세와 경기부양 정책을 통해 재정적자를 엄청나게 늘리고 있다. 현 세계경제위기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국가 부채가 가장 빨리 늘고 있는 나라다. 3년간 22조 원인 소요되는 '4대강 살리기'도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재정적자를 크게 늘리고 부동산 시장 등을 자극해 거품을 크게 키우는 경제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물론 현 정부의 남은 임기인 2-3년은 무사히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다음 정권에 '시한폭탄'을 넘겨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청계천 사업, 뉴타운 사업이 후임인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최악의 상황은 이 대통령의 임기 안에 거품이 터지는 것이다.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세계경제가 호황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전 세계가 50조 달러에 달하는 돈을 풀면서 동시에 경기부양에 나섰는데 이 효과가 언제까지 갈지는 누구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 않는다면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거품이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다"고 경고했다. 단기적으로 지지도를 끌어 올려 이명박 정부 스스로에게도 '몰핀'으로 작용하고 있는 친서민 정책과 거품경제라는 정책조합이 자칫하면 자신에게 겨눈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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