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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보다 못한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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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보다 못한 오세훈?

[손호철 칼럼] '청계천'보다 못한 '용산' 해법의 퇴행성

영어에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있는데 어느 것보다 들을래?"라는 표현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반민중성과 반인륜성의 상징이 되어 버린 '용산참사'의 최근 상황이 그러하다.

우선 '좋은 뉴스'이다.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와 외면으로 8개월을 끌어온 용산참사가 해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사방에서 들리고 있다. 해결의 조짐은 얼마 전 민주당이 한승수 국무총리를 만나 정부와 서울시, 민주당대책위원회, 유가족 대표 등이 4자 협의회를 만들어 사태를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짓자는 제의를 했고 한 총리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한 총리가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로 다음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 내정자로 발표된 것이다. 총리교체 바람에 다시 문제가 표류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져 이 면에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정 총리 내정자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에게 보내는 "'정-정 합작'으로 용산 해결해야"(2009년 9월 14일자)라는 공개서한을 통해 문제해결을 촉구 한 바 있는데, 최근의 징후들은 정부가 추석 전까지는 이 문제를 털고 가려는 전향적 자세로 다시 돌아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정 총리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총리에 취임하는 경우 제일 먼저 용산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청문회를 찾은 용산참사 유가족들에게 다가가 총리가 될 경우 이들을 직접 불러 이야기를 듣고 해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최근 중도실용노선으로 선회를 선언하고 친서민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자신들의 가장 큰 '원죄'라고 할 수 있는 용산문제를 어떻게 해서든 추석이전에 해결하여 추석민심에서 더 이상 용산참사가 안주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프레시안

그러나 '나쁜 뉴스'도 있다. 그것은 정부가 용산문제를 해결하려는 해법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들리는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이명박 정부는 최대한 완곡한 방식으로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거나 유감을 표시하고 7개월 이상 사체를 영안실에 보관해야 했던 비용 등을 포함한 물질적 보상을 유가족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간의 자세에 비추어 볼 때 진일보한 것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사체들을 붙잡고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유가족들을 생각할 때 때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해법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용산참사는 왜 일어났는가? 그것은 서울시가 용산지역 상가에 입주한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생각하지 않고 재개발사업을 허가해서 생존권을 빼앗긴 영세 상인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상가철거에 저항하면서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뉴타운을 비롯해 야심적인 서울시의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쟁은 앞으로 무수히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제 2의, 제3의 용산참사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용산참사의 진정한 해법은, 그리고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은, 그간의 잘못된 재개발정책을 반성하고 용산과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영세입주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중도실용적인 재개발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개발주택 입주자들의 경우 재개발동안 살 수 있는 임시주택을 제공하고 이후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짓게 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세입주상인들도 재개발동안 임시상가나 대체상가를 제공하고 이후 용적률을 늘려 짓는 공공임대상가에 싸게 입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이는 용산참사 관련들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그리고 용산참사 관련자들부터 이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시절 청계천 복구사업을 추진할 당시 이와 같은 해법을 실행했다는 점이다. 즉 청계천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을 위해 동대문운동장에 대체상가를 만들어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줬고 이들이 나중에 싼 값에 입주할 수 있도록 송파에 대규모상가를 조성했다(물론 이 상가의 경우 원래 약속과 달리 엄청나게 비싼 분양가를 제시해 문제가 되기는 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영세입주상인들의 생존권을 어느 정도라도 배려하려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재개발정책에서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폭 후퇴해 용산참사의 피해상인들, 나아가 줄줄이 이루어지고 있는 재개발사업의 피해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오시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재개발정책에서 후퇴한 퇴행적인 재개발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한, 제 2의 용산참사, 제 3의 용산참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비극을 막는 길은 내년 지자체선거에서 총력전을 펴 오시장의 재선을 막는 것밖에 없다.

사실 가장 큰 지자체인 서울시가 '꼴보수 재개발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한, 이 대통령이 아무리 중도실용을 외쳐봐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MB보다 못한 오세훈" 또는 "MB보다 더한 오세훈", 다음 대선에서 오 시장을 경쟁자로 생각할 박근혜 의원, 정몽준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한나라당의 차기대권주자에게는 반갑기 짝이 없는 뉴스지만, 국민에게는 정말 나쁜 뉴스이다.

"MB보다 못한 오세훈", "MB보다 더한 오세훈"이라는 악평을 벗어나려면, 나아가 '제 2의 용산참사, 제 3의 용산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는, 오세훈 시장은 추석 전에 앞에서 지적한 '중도실용적'인 재개발정책을 발표해 용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이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정운찬 총리 내정자(총리인준이 된다면)도 당정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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