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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삼키는 거품…실현 불가능한 '투 트랙' 주택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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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삼키는 거품…실현 불가능한 '투 트랙' 주택정책

[MB 親서민 정책 뜯어보기③] 보금자리주택, 누가 서민일까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에도 불구,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데 성공했다. 2008년 한동안 추락을 이어가던 집값은 2009년 강남권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반등했다. 이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미루는 결과를 낳았다.

집값이 폭등 기미마저 보이자 정부는 결국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안정책으로 제시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해 주변 집값의 절반 가격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에서 분양해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 역시도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 중심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값 상승 노선을 포기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보금자리주택단지의 서민용 임대아파트 비율은 참여정부 당시보다 후퇴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에서 '친서민'을 걷어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보금자리주택에 들어가는 사람은 누가 될까? 한 대기업 계열사 관계자는 "내가 들어가고 싶어 죽겠는데 소득이 너무 많아 어렵겠다. 그런데 나 정도는 돼야 분양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입맛만 다셨다. 그와 아내는 둘이 합해 500만 원이 넘는 월소득을 올린다. ⓒ뉴시스

'이무기'를 위한 보금자리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지난달 27일 발표된 '8.27 부동산 대책'으로 완전한 얼개를 갖췄다(하단 상자기사 참고). 이날 정부는 △주변 시세의 최대 절반 정도 분양가로 주택 공급 △개발제한구역 내 공급시기 2012년으로 조절 △전매제한 연장 등을 발표했다.

일부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던 터라 가수요 억제에 도움이 될 것이며, 나아가 집값 안정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가수요 대상이 정책이 강조한 서민층이 아니라, 일정 수준 자산을 가진 중산층이라는 사실이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엄밀히 말해 서민 주거복지만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경기부양대책으로서 의미도 함께 갖고 있었다. 대책 발표일 오전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보금자리 주택공급정책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에게 주택을 마련해주는 정책일 뿐 아니라, 동시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서민 경기 부양대책으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친서민'을 표방했으나, 정책 목표는 '경제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실질 공급 분양가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시범지구 중 한 곳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에 들어설 분양주택의 예상 공급가는 3.3㎡당 1150만 원. 80㎡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는 약 2억7879만 원이 된다. 얼핏 매우 저렴하게 인식되지만 입주대상자 기준을 보면 턱 없이 높은 가격임을 알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청약 자격 요건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먼저 '근로자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청약저축에 2년 이상 가입한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대상이다. 5년 이상 소득세를 낸 기혼자여야 하며,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80%인 월 312만 원 이하 소득(배우자 소득 합산)의 무주택자라야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청약통장 가입 6개월이 지났으며 결혼 3년 이내에 자녀를 출산한 월 467만 원 이하 소득(맞벌이 기준, 외벌이의 경우 389만 원)의 부부가 1순위다.

청약당첨자가 입주를 위해 10년 만기 금리 5%에 2억 원을 대출 받았을 경우, 매달 은행에 상환해야 하는 돈은 170만 원이 넘는다(거치기간 무시). 입주대상자 대부분은 충분한 목돈을 마련하지 않은 이상, 월 소득의 절반가량을 빚을 갚는데 부담해야 한다.

그나마 이 가격도 현 수준 집값으로 가정한 것에 불과하다. 분양가와 대출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서민 대신 '더 넓은 집'을 꿈꿀 일정 수준 이상의 고소득자, 곧 '승천을 꿈꾸는 이무기'에게나 맞는 집인 셈이다.

집값 안정? 상승? 모순된 '투 트랙'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높은 근본적 이유는 인근 아파트 시세가 높기 때문이다. 이제껏 정부 정책은 강남 집값 구하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가 참여정부 말 완성된 주택규제 대부분을 1년 반에 걸쳐 양도세 완화, 종부세 무력화 조치 등으로 해제함에 따라, 버블세븐 지역 집값은 부동산 거품이 극에 달했던 지난 2006년 말 수준을 회복했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서민용-일반 수요층으로 구분해 서민에게 싼 아파트 공급, 투자자에게는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지금의 '투 트랙' 정책이 서민층의 일방적 피해로 끝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표격이 최근 논란이 되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움직임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반시장적 정책'으로 규정, 이를 폐지해야 주택공급이 늘어난다는 논리를 강하게 펴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가능하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이 처리됐으면 한다. 민간부문의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는 곧바로 보금자리주택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에는 공공분양, 공공임대아파트뿐만 아니라 민간분양 아파트도 같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싸게 공급하는 동시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풀려는 상충된 움직임을 보여서 문제"라며 "이런 극단적 양극화 논리는 주택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서민층의 지지를 원하지만 주요 지지기반인 고소득층의 재테크(?)도 도와야 한다.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경북 포항 영일만항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거품은 보금자리를 삼킨다

결국 보금자리주택도 또 다른 거품의 진원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전매제한을 걸어놓았다손 쳐도 제한 기간만 지나면 인근 집값 수준으로 거래될 '로또'를 투기층이 지켜만 보고 있을 리 만무하다. 당장 판교신도시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실제 시범사업지구인 세곡, 우면지구 등은 물론, 추가 보금자리주택예정단지로 거론되는 서울인근 개발제한구역은 투기자들로 인해 벌써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시범 지구 중 가장 알짜지역으로 평가되는 강남 세곡의 경우 주변의 일반 아파트값은 3.3㎡당 2500만~3000만 원대에 달한다. 보금자리주택 분양에 당첨만 되면 앉아서 최소 3억 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정부의 토지보상이 늦어지다 보니 '정부가 대국민 발표로 앞장서서 땅값을 올리고 투기세력을 불러들인 후 이들을 잡겠다고 호언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해당구청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감시를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완벽한 단속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지난 23일 열린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건설의 문제점과 방향'이라는 이름의 토론회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을 사실상 신도시 건설로 규정했다. 정부와 부동산 투기자들이 한 몸이 돼, 거주민을 쫓아내고 돈 잔치를 벌여온 기존 신도시 개발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여러 유형의 주택을 일시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점에서 사실상 신도시 건설사업"이라며 "총 137만 명 인구를 수용하는 분당급 신도시 4개가 개발제한구역 내에 생성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 강남·분당·일산 등 신도시 건설은 주택가격 폭등을 이끌었다. 땅값 급등에 토지보상금까지 더해 집값을 필연적으로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 사업 역시 결국 정부가 꺼뜨리지 않은 거품이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삼킬 것이라는 경고가 조 교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에게서 나오는 이유다.

당연히 시장은 이번 정책을 오히려 호재로 여긴다. 이광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대규모 공급정책을 민간의 도움없이 원활히 수행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대형건설사가 참여하게 되면 정부 원안보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환경·복지, 모두 잃는다"

당장 드러나지 않는 문제도 있다. 환경 문제와 복지 약화다.

이번 정책은 78㎢에 이르는 개발제한구역 폐지를 기초로 이뤄진다. 자연환경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 교수는 "개발제한구역 내 4~5등급지는 이미 국민의 정부 시절 대부분 해제됐다. 원칙적으로 보면 보전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 평가조차 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개발제한구역 내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경우,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의 하나다. 참여정부 시절 이미 국민임대주택 보급지로 지정된 강남 세곡2지구의 경우, 환경부에서 사업 추진에 반발해 두 번이나 사업이 좌초된 바 있다.

자연환경 뿐 아니라 서울 도심환경도 영향을 받는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도입 논리였던 '인구의 집중을 막을 방어벽' 해제를 뜻하기 때문이다.

지난 1971년 7월 30일 마련된 대도시 인구 집중 방지책의 하나가 바로 개발제한구역 설정이다. 자연환경보전 이전에 인구 과밀화를 막기 위한 게 주목적이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이은 대단위 도심개발은 곧 서울과 경기도 인근 도시를 분리한 경계선의 해제로 이어져, 서울 도심권을 더욱 확장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조 교수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로 인해 도시 연담화가 본격화될 경우, 이를 수용하기 위한 대규모 인프라 개발 소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국토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서민을 표방한 이 정책으로 오히려 복지가 더욱 악화되는 딜레마도 현실화하고 있다.

▲공공 임대주택 건설추이. 지난해 임대주택 공급량은 2007년대비 3만호가량 줄어들었다. ⓒ프레시안
먼저 들 수 있는 게 참여정부 당시 국민임대주택 건설과의 비교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임대주택 비율을 최대 35%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50%가 넘었던 참여정부 당시보다 오히려 더 떨어진 수준이다. 참여정부 당시 개발된 의왕 청계지구의 경우 1966가구 중 993가구(51%)가 임대주택이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일했던 전직 관료는 "솔직히 우리도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에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넣었으니 이것까지 탓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는 임대주택을 최대 55%까지 넣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도 "이전에도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은 한해 평균 10~15만호 가량을 꾸준히 유지했다. 이번 정책으로 3년간 추가되는 공공주택은 기껏해야 10~20만호 정도며 이마저도 공급 예정물량을 미리 앞당기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 사업 추진 이전에 보다 근본적인 집값 안정책을 내놓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변 교수는 "현 정부의 전매제한 규제는 기껏해야 10년 동안만 양도차익을 환수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전면적 환매조건부 주택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양도차익을 기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치유책으로 도심 재개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타운 개발로 대표되는 도심 재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지 않는 한, 이로 인한 대규모 주택 가수요 발생-전세가격 인상-주택가격 인상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이유다.

조 교수도 "저소득층을 위해 저렴한 소형주택과 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특히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현재의 대단위·고밀도 신도시 방식 대신 저탄소형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금자리주택이란?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7년 11월 22일, 한나라당 일류국가위원회(김형오 위원장)를 통해 "정부는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1세대 1주택을 공급할 의무를 지닌다. 특히 신혼부부의 행복추구권 보장과 출산 장려를 위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의무를 지겠다"라고 발표했다.

80m²이하 국민주택을 복지차원에서 정부가 책임져, 매년 50만호 이상씩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이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해 9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국민주거안정을 위한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주택 건설방안'으로 구체화됐다.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총 500만 가구를 공급할 것이며, 이 중 150만 가구(수도권 100만, 지방 50만)를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책을 위해 정부는 지난 3월 2일 국민임대법을 개정해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을 변경, 정부가 공언한 주택공급 부지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개발제한구역 78.8㎢를 해제키로 했다. 사업을 위한 모든 근거가 이 때 마련된 셈이다. 당시만 해도 국민들의 피부에 보금자리주택이 '친서민 정책'으로 와 닿은 것은 아니었다. 모든 정부가 의례적으로 써온 주택공급책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강했다.

보금자리주택이 친서민 정책으로 포지셔닝(제품 이미지 각인)하게 된 계기는 정부 출범과 함께 이어진 경제위기였다. 정부는 부랴부랴 지난달 27일, 이른바 '8.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마무리 시기를 이 대통령 임기 말인 오는 2012년으로 앞당겨 대통령 임기 중 공급량을 당초보다 32만 가구 늘리기로 했다. 이에 더해 도심 재개발 지구와 공공택지에도 보금자리주택 28만 가구를 공급키로 결정했다. 공급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보금자리주택지구는 올해 하반기까지 5~6군데 추가될 예정이다. 현재 강남 세곡, 서초 우면, 고양 원흥, 하남 미사지구 등 4군데 시범사업지구가 지정된 상태다.

이 정책의 핵심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값이었다. 정부는 시범지구에 주변시세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투기를 막기 위해 전매제한기간을 개발제한구역의 경우 최대 10년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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