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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새 없이 '딴지' 걸어온 이 단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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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쉴새 없이 '딴지' 걸어온 이 단체를 아시나요"

[인터뷰] '창립 10주년' 문화연대 김명신 공동대표

여기 사회단체가 하나 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는 이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성실한 단체라고 입을 모은다. 창립 10년을 맞았다고 하면 "아직 그것밖에 되지 않았느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사실 그간 이 단체가 해온 일을 보면 그런 반응이 어색하지 않다. 10년 전, 영화 <거짓말>의 등급 부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을 때, 활동 초창기였던 이 단체는 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나섰다. 문신과 대마 비범죄화를 주창하고 나선 것도 이 단체였다.

지상파 방송들이 경쟁적으로 틀었던 가요순위프로그램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등수 매기기'의 흐름을 바꾼 것도 이 단체가 주도한 일이었다. 붉은악마가 '한국의 대표 아이콘'으로 부상할 때, 월드컵 민족주의를 비판하며 붉은악마와 정면 대결을 감수하고 월드컵 프로그램으로 도배한 지상파 방송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 단체였다.

이 단체는 바로 '문화연대'다. 이름은 몰라도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논란들의 중심에 이 단체가 있었다. 다수의 시선이 두려워서 함부로 내지 못하던 목소리를 가장 앞장서서 냈고, 다른 시민단체가 '사회운동의 영역'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활동을 주도하고 개척한 단체였다. '문화 다양성'이라는 명목으로 이제는 자연스레 논의되는 이슈들이 문화연대가 없었다면 아마 없던 일이 됐을지도 모른다.

'사회 운동' 내부에도 변화가 있었다. 문화연대가 생긴 뒤,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인 퍼포먼스와 공연이 각종 이슈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활발해진 것이다. 용산 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 콜트콜텍 노동자와 함께 하는 문화 행동 등, 문화연대를 통해 예술인과 사회 운동은 더 가까워졌다.

숨가쁘게 달린 문화연대가 지난 18일 꼬박 10년을 맞았다. 그리고 오는 24일, 이 단체는 '아니, 벌써! 문화연대+10'이라는, 그들의 현실과 꼭 맞아 떨어지는 제목으로 오후 6시부터 서울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10주년 후원의 밤을 연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지만, 그래도 10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감회는 남다를 터. 지난 21일, 김명신 공동대표를 만나 지난 10년의 문화연대 활동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문화적 상상력'이 아닌 '상상도 못할 일' 벌어지는 현실

▲ 김명신 문화연대 공동대표. ⓒ프레시안
"문화연대는 본래 우리 사회의 문화적 상상력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활동을 시작한 단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년 동안에도 쉬운 일이 없었지만, 요즘은 특히 싸움의 질과 결이 달라졌다는 생각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물론 4대강, 뉴타운 등 삶의 질이나 공동체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이 돈에 집착하게 만드는 정책만 자꾸 펴니까."


가장 처음 던진 질문은 역시 '근황'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뒤 소위 조금이라도 '진보적'인 사회단체는 누구랄 것 없이 활동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건 꼭 재정적 문제만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명신 대표는 "문화연대는 3년 전부터 자립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많이 노력해왔다"며 "돈 문제가 크긴 하지만, 최근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그것뿐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면 배경음악이 바뀌는 것과 같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며 "그런데 체감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화연대 지난 10년 활동의 핵심 단어는 '표현의 자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사회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자신의 꿈과 희망과 욕망을 최대한 구현하면서도 남들과 연대와 호혜의 관계를 유지하며 공생하는 사회'라고 적은 소갯말은 그들의 활동 목표를 잘 나타낸다.

그런데 지난 1년 6개월 남짓 언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가 바로 이 '표현의 자유'였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고, 자신이 반대하는 언론의 광고주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고소되고, 경제 전망을 올렸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는 사회. 이제 사람들은 '무서워서' 함부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지 못하겠다고 했다. 민주화의 토대를 기반으로 '문화적 상상력'을 높이자는 문화연대의 주장은 순식간에 너무 고차원의 얘기가 됐다.

심지어 지난 8월에는 새로 개장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연대 활동가들이 대대적으로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상상'을 뛰어넘는 연행이 순식간에 벌어진 것처럼, 사회는 그만큼 후퇴했다.

"국가나 시장의 잘못된 압력에 맞서 균형을 잡는 역할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시민사회단체가 계속 해야 하는 과제이다. 지난 정부 때를 돌이켜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정부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최근에 있어선 안 될 일들이 참 많이 벌어지고 있다. 활동가들이 각종 재판이나 벌금 등으로 인해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활동이 위축되는 것도 문제다."

▲ "최근에 있어선 안 될 일들이 참 많이 벌어지고 있다. 활동가들이 각종 재판이나 벌금 등으로 인해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활동이 위축되는 것도 문제다." ⓒ프레시안


"다양한 의견이 용광로처럼 녹는 곳"

김명신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문화연대의 값진 활동들이 빛을 보지 못해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그들의 활동은 사회적 주목을 받은 굵직굵직한 이슈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일상에서 대중 문화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농어촌 지역을 찾아가는 나눔의 영화관, 근현대 문화유산 및 골목길 답사, 기지촌 아동문화 체험, 문화캠프 등. 문화연대는 문화적 소외 계층과 함께 하는 활동은 물론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문화 유산을 재발견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 대표는 최근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문화연대 사무실과 가까운 공덕시장에서 '공덕시장과 함께 하는 사진 강좌'를 열었다. 일반 문화센터에서는 비싸게 수강료를 받는데, 무척 저렴하고 내용도 풍부하게 강좌를 진행했다. 50대 아저씨들도 와서 배우고, 시장 사진을 찍어서 온라인 전시회도 열었다. 다들 '문화연대 이러면 뭐 먹고 사냐'며 걱정이 많더라. 이런 좋은 강좌를 한두 개 여는 게 아닌데, 잘 알려지지 않는다."

최근 문화연대가 벌이는 사업 중 하나는 민중의집이다. 현재 서울 마포 지역에 1호점을 열고 있는 민중의집 역시 생활 속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문화센터'이자 '사랑방'을 만들자는 것. 김명신 대표는 "좋은 강좌에 왜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고민하고만 있지 말고, 늘 가까운데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 문화연대는 정반대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김명신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강내희 중앙대 교수를 비롯해 잘 알려진 문화계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좌파 문화 이론가 단체'가 아니냐는 것. 김명신 대표는 "그런 비판, 있을 수 있다"며 운을 뗐다.

▲ 김명신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문화연대의 값진 활동들이 빛을 보지 못해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프레시안

"그렇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김정헌, 도정일, 정기용 등 각각 서로 다른 영역에서 전문성 지닌 사람들이 문화연대를 창립했고, 회원의 구성을 보면 더욱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

다양한 문화적 관심과 전문성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건강성 위해 필수적이다. 일부 알려진 사람들이 참여한다고 문화연대 활동이 좌우되지 않고, 오히려 용광로처럼 의견들이 녹아서 활동이 이뤄진다.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에 관심이 있다면, 문화연대는 '용산'이나 '평택'에 관심있는 활동가가 많고, 저는 그 사이에 있고. 그렇게 다양한 관점이 문화라는 의제를 통해서 잘 구현되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여럿이 같이 가는 운동, 가치 확산하는 운동 해나갈 것"

사실 김명신 대표는 교육 운동에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약 3년 전 문화연대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대표를 맡게된 배경이 바로 문화연대의 또 다른 특징을 설명해준다고 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이 문화연대와 같이 교육과정이나 교육 공공성 확보와 관련해서 기자회견을 하거나 일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다 한 번은 어떤 이슈를 놓고, 삭발 투쟁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못하겠다고 했다.

당시 문화연대 지금종 사무총장이 그런 저의 주장에서 부드러운 리더십과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낸다는 점에 자극을 받고 공동대표 적임자라고 추천을 했다. 저 역시 문화가 나의 삶에서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맡게 됐다."


▲ 그는 "최근 온갖 학교에서 폐해를 낳고 있는 일제고사와 갈수록 심해지는 입시 경쟁은 우리 사회의 문화가 한 차원 높아지는데 결정적인 한계를 낳고 있는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김명신 대표는 특히 문화사회가 좀 더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교육 부문에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문화연대와 김 대표가 만난 접점이자 문화연대가 주력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는 "최근 온갖 학교에서 폐해를 낳고 있는 일제고사와 갈수록 심해지는 입시 경쟁은 우리 사회의 문화가 한 차원 높아지는데 결정적인 한계를 낳고 있는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삶 자체가 문화인데,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일상과 너무 유리된 문화만 가르친다"며 "그런 음악, 미술, 체육 교육도 입시와 상관없다고 소홀한 판에 생태, 여성, 인권, 문화 등의 주제를 교육과정에서 넣는 것은 여전히 힘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교육과정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바꾸는 작업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활동을 했는데도, 쉽게 바뀌지 않고 오히려 민주화의 측면에서는 후퇴하기도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능한 일일까? 그러나 김 대표는 막연히 어렵게만 보지는 않는다며 다시 한 번 '여럿이 함께' 하는 운동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여럿이 같이 가야 하는데, 운동하는 이들 혼자 멀리 갈 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사회 운동이 압축적으로 발전하면서 놓치고 간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대중성에 실패했을까' 라고 하지 말고 반성과 성찰이 필요할 때다."

그는 최근 댄스그룹 동방신기의 '노예 계약' 파문과 관련해 문화연대가 본격 토론회를 벌인 것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팬들이 많이 왔더라. 그 친구들은 혹시 '오빠들'에 대해서 훈계조로 얘기하진 않을까 하면서 걱정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자기들이 미처 몰랐던 연예 시스템의 문제와 연예인 인권에 대해 듣고, 나중에는 고맙다고 얘기하더라. 또 팬클럽 차원에서 연예 산업이 정상화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문화연대는 문화 영역에 전문성을 가지고 실제 대중이 호흡하는 문화의 지평을 한 단계 넓히고 발전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 쪽으로 오라'는 주장이 아니라 가치를 확산하는 작업, 앞으로 우리의 역할이다."


최근 부쩍 바빠졌다는 문화연대. 어쩌면 그들의 활동 내용은 우리 사회 문화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이기도 했다. 좀 더 자유롭게 영화를 접하고, 자신이 즐기는 음악에 등수가 매겨지지 않고, 민족이 아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온 그들. 이 단체가 활동할 앞으로의 10년, 그동안 벌어질 우리 사회의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 좀 더 자유롭게 영화를 접하고, 자신이 즐기는 음악에 등수가 매겨지지 않고, 민족이 아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온 그들. 이 단체가 활동할 앞으로의 10년, 그동안 벌어질 우리 사회의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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