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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최열, 올해는 박원순…치졸한 보복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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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최열, 올해는 박원순…치졸한 보복 소송"

시민단체 공동 대응 예고…국정원 직권 남용으로 검찰 고발

국가정보원에 피소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의 주요 시민단체는 22일 국정원이 소송을 각하하지 않을 경우 범시민사회 차원의 공동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박원순 상임이사 개인 문제가 아닌 정부차원의 시민·사회단체 탄압의 시발점이라고 판단했다.

문화연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15개 중앙 시민단체, 177개 지방 시민단체는 2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억 원이라는 손해 배상 소송은 사상 초유의 일로 시민사회와 공존하지 않겠다는 정권 차원의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현 정권의 탄압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결성했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산하 정권비판세력탄압공동대책위 활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또 국가정보원의 민간 사찰과 직권 남용 행위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기무사, 경찰 등이 시민·사회단체에 가한 압력과 방해 등 위법 사례를 조사해 사례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 22일 시민단체는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민간사찰과 박원순 상임이사 고소에 공동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프레시안

"작년엔 최열, 올해는 박원순…치졸한 보복 소송"

이들은 "국정원의 소송은 한국의 대표적 시민운동가조차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경우 거액의 손해 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공개적 경고의 의미"라며 "정부를 비판했다가는 큰코 다친다는 치졸한 보복 소송"이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과거 안기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인물을 감금하고 고문해 조직 사건을 조작했다며 21세기 국정원은 주변을 사찰하고 압력을 가해 재정을 압박하고 나아가 소송을 통해 정권에 비판적인 인물과 단체를 손봐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의 사태를 좌시한다면 종국에는 정부의 행위를 비판하는 게 거액의 소송을 당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무모한 행위가 될 것"이라며 대응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10년간 국민의 합의로 국민의 문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던 사회적 합의가 철저히 무너지고 있다"며 "과연 국가 정보기관이 개인의 뒷조사를 하거나 접촉해 압력을 느끼도록 하는 행위를 한국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억압하고 강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작년 이 시기에 환경의 아이콘인 최열 대표가, 올해는 시민단체의 아이콘인 박원순 상임이사가 당하고 있다. 결국 재갈 물리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열 환경재단 대표에게 공금횡령죄로 두 차례나 구속 영장을 제출했으나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모두 기각했다.

"그동안 정부는 은밀하게 탄압과 억압을 해왔다"

시민단체 회원은 박원순 상임이사 사태 이전부터 "시민단체를 겨냥한 감시와 탄압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상임이사가 지난 6월 언론에서 제기한 자신의 사례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는 "국정원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간사찰 의혹은 여러 번 제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2008년 국정원은 한반도대운하 반대 교수모임 소속 교수들의 동향을 파악하다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명박 대통령과 연관된 BBK 재판을 담당한 재판부에 전화를 해 법원으로부터는 직접 비판을 받았다. 2009년에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지역 주민들의 상경시위에 국정원 직원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4대강 정비 사업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문가나 법률가들을 사찰했다"며 "이들의 주변을 통해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을 그만두게 한다든지 법정 대리인 역을 그만두게끔 압박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금옥 여성연합단체 사무처장은 "정부는 공개적으로 탄압을 해온 게 아니라 은밀하게 개별적으로 탄압을 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정의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이젠 더 이상 그러지 말아야 할뿐더러 피해 사례를 드러내고 같이 대응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했다"며 설명했다.

"국가가 국민을 소송? 적법한 행위인가"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게 적법한 행위인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국가는 독립적인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가상의 공동체를 만든 것"이라며 "결국 국가는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국가라는 존재가 자신을 억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법률을 통해 국민 개개인이 다툴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국가라는 존재는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 모체를 고발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상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을 탄압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며 "히틀러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하며 박원순 사건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국가는 추상적 존재로 명예훼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만약 이런 소송이 가능하다면 국가를 비판하는 개인이나 언론, 시민단체는 사실상 무한대의 소송 능력을 가진 국가로부터 언제든지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부담을 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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