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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가 민간인도 모자라 일본 공연 가수도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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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가 민간인도 모자라 일본 공연 가수도 사찰"

시민단체 "'우리나라' 일본 공연 동향 파악·현지 채증"

노래패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강상구 씨는 얼마 전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강 씨는 29일 일본 간사이 공항 입국 과정에서 자신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하 A씨)을 발견했다. 그는 재일교포의 초청으로 30일 일본 고베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참가하고자 입국했다.

A 씨를 이상하게 여긴 강 씨는 신분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으나 A씨는 일본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이상한 언어를 사용하며 횡설수설했다. 일본어로 질문을 했으나 일본어도 못 알아들었다.

강상구 씨는 이상한 생각에 그가 매고 있던 가방을 살펴보았다. 가방에는 서류 뭉치가 들어 있었다. '3급 비밀'이라는 도장이 찍힌 문서에는 '우리나라' 일본 체류 일정과 현지 채증 및 동향 파악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출연진 및 스태프 인적 사항, 공연장 지도 및 객석 도표, 간사이공항 출구 지도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강 씨는 재차 신원 확인을 요구하지 A씨는 "기무사에서 나왔으며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간인 사찰이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간인 사찰 의혹에 휩싸인 국군기무사가 문화예술단체를 불법 사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무사 소속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우리나라' 단원을 채증하다 발각됐다.

한국진보연대, 인권단체 연석회의 등 8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민주넷과 참여연대는 16일 서울 영등포 대영빌딩 6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밝혀진 문화예술단체의 사찰은 인권 유린과 국가가 문란해지는 사태가 심각한 상태에 다다랐음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 민주넷 등 시민단체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예술단체 '우리나라'에 대해 국군기무사가 불법사찰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통일뉴스

이들은 "민간인 사찰이 장소와 대상 조건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번에 밝혀졌다"며 "최근 반복되어 밝혀지는 국군기무사의 불법 사찰행위는 한국 민주주의 수호와 국민의 인권보호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주장했다.

이들은 "해외동포 민족학교 지원이라는 선의의 목적을 가진 공연활동이 법에 저촉되지 않게 절차도 밟았다"며 "그럼에도 군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문화예술인 단체를 감시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공연을 초청한 단체에 북한 국적자가 많아 일본 입국 전, 통일부에 사전 승인을 받았다.

기무사 "'우리나라' 전혀 알지 못한다"…"A씨를 잡아 사칭한 죄를 물어야"

국군기무사령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입장서를 내고 "어떠한 기무사 요원도 8월 29일 전후로 수사 활동을 위해 일본에 체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국군기무사령부는 문화예술단체 '우리나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무책임한 주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기무사는 "기자회견은 국군기무사령부 및 부대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므로 향후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통해 엄정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넷 등은 A씨 스스로가 소속기관을 '기무사'로 밝힌 점. 당시 A씨가 소지하고 있던 문서의 양식과 내용이 정보기관의 것이라고 추정되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가 재일동포 민족학교에 격려지원활동을 하는 단체와 교류한 점 등을 이유로 A씨가 기무사 소속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민주노동당이 밝힌 기무사의 불법적 사찰활동 대상에는 민족학교 어린이들에게 책을 보내주는 단체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기무사가 아니라면 어느 기관에서 이런 일을 했는지 함께 해명해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기무사는 아니라고만 할 게 아니라 문서는 위조되어 작성된 것인지, A씨는 누구인지, 어떤 법률적 절차를 밟은 것인지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사실 관계의 확인을 요구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도 "A씨가 기무사 직원이 아니라면 시민단체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게 아니라 A씨에게 기무사 소속 직원을 사칭한 죄를 물어야 한다"며 "또한 문서를 가지고 있는 경유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불법 사찰을 두고 "또다시 거대한 간첩조작 사건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방문하는 민족학교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학교이기에 국내에 간첩사건을 만들어내려는 것일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이 조작 사건으로 고통을 받았는데 또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1999년 결성된 '우리나라'는 평화, 인권, 통일, 노동 등을 소재로 음악활동을 벌이는 '민중그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으며 추모공연 '다시 바람이 분다'에도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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