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민주당 원혜영 기무사 민간인사찰 대책 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기무사 민간인사찰 자료 3차 공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내용을 공개했다.
3일간 미행 감시…"강화도 찻집에서 '고구마'"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기무사 직원의 수첩에 적힌 지난 1월 8~10일 사이 이뤄진 민간인 추적·감시 기록이다. 추적 대상은 재일본 민족학교에 책 보내기 운동을 하는 '뜨겁습니다'(대표 최준혁) 회원들이다.
수첩에 따르면 몇몇 회원들이 지난 1월 8일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날부터 다음 날인 9일 인천 모 대안학교에 방문하고 10일 강화도 여행을 가서 찻집에서 고구마를 먹은 행적까지 기록돼 있다. 이들이 방문한 대안학교에 대해서는 '진보성향'이라는 주석까지 달아놨다.
▲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무사 민간인사찰 관련 민주당, 민주노동당 공동기자회견에서 민노당 이정희 의원이 기무사가 사찰한 증거를 제시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문제의 '뜨겁습니다'는 평범한 회사원이던 최준혁 씨 등이 2003년 일본 시즈오카를 여행하다 민족학교에 읽을 만한 한글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우리말 책 보내기' 운동으로 시작된 단체다. 그러던 중 도쿄의 '에다가와 조선학교'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삿포로의 민족학교를 다룬 기록 영화 <우리학교>가 큰 반향을 일으키는 등 일본 내 민족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져 회원 수만 1200여 명에 이르게 됐다.
특히 사단법인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와 함께 공동사업을 진행하게 됐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에는 서울시 후원사업으로 선정돼 2006~2008년 서울시의 후원과 회원들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매년 200~300권의 어린이용 동화책을 일본에 보냈다.
▲ '뜨겁습니다' 홈페이지 화면 |
2008년으로 종료된 서울시의 후원사업을 정리하고 그간의 책보내기 운동 내용을 서울시와 회원들에게 보고하기 위해 이들은 기념 책자를 만들었고, 지난 1월 8일은 그 기념책자 발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재일교포 접촉 감시, 과거 정보기관 수법
기무사가 이들을 사찰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들이 일본 민족학교 후원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추정된다.
원혜영 의원은 "과거 정권에서의 정보·공안기관들은 소위 간첩단 음모 책동을 사건화하는데 1차적 대상을 재일동포 사회로 삼았다"며 "기무사는 공공기관이 우량도서로 선정한 추천도서마저 불온서적으로 금서 리스트에 올리는 감각을 가진 사람들로, 이번 민간인 사찰도 과거 관행의 도식 속에서 재일동포 관련 활동자들을 사찰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무사가 "후원활동을 이유로 일본에서 총련계 인사들과 접촉해 반국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무사 직무범위 이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무사의 직무 범위 밖이라는 비난과 법적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의원은 "평범한 어린이 책 보내기 운동을 한 사람들이 고위급 군사기밀 탐지자인가, 군부대에 위해를 가한 행동을 한 사람인가, 아니면 간첩이냐?"며 "기무사는 피해자에게 용공 혐의가 있다는 식의 2차 가해를 중단하고 고백과 사죄를 통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린이 책 작가이자 '사찰 대상'으로 기무사 수첩에 적힌 김향수 씨는 "일본 민족학교에 방문하고 일본에도 나와 말이 통하고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돼 눈물을 흘리고 감동해 후원을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군인 수첩에 내 이름이 있으니 황당하고 답답하다. 모두들 내게 '몸조심 하라'고 말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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