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참여자의 자살 시도는 벌써 두 번째다. 지난달 20일에도 한 파업 참여 노동자가 "경찰이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한 바 있다.
이어지는 파업 참여자의 자살 시도는 노사합의로 파업이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이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최근 녹색병원 노동환경연구소 등이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1%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상을 겪고 있고, 당장 치료가 필요한 고도 우울증상은 41%나 됐다. (☞관련 기사 : 쌍용차 파업노동자 42%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계속되는 경찰 수사로 생계도 막막"
금속노조는 15일 "쌍용차 평택공장 점거 농성에 참여했던 A(40) 씨가 14일 오전 2시 경 평택시 서정동 자택 베란다에서 목을 매고 자살을 기도하다 부인에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A 씨는 발견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목과 다리 등에 상처를 입고 입원 치료 중이다.
자살 이유는 파업 후유증이었다. 금속노조는 "A 씨는 주변에게 경찰의 강압수사와 생계문제, 정리해고 등으로 너무 괴롭고 '마음의 문이 닫혔다'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해 왔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금속노조 관계자를 만나 "경찰 수사 때문에 너무 괴로웠다"며 "빨리 정리가 되거나 차라리 구속되는 것이 낫지 계속 수사를 하면서 대기하라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A 씨는 "경찰 수사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못 한다"며 "아이가 3명이나 되는데 돈벌이를 하지 못해 가족들 보기도 그렇다"고 토로했다.
또 A 씨는 점거 파업 당시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A 씨는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도 벌떡 일어나고 냉장고 소리도 신경이 쓰인다"며 "사람들 얘기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A 씨는 평소 적극적이고 농담도 잘하는 성격인데 파업 후 말수도 적어지고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달라졌다"며 "다른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고민을 혼자 쌓아두다 자신도 모르게 베단다에서 호스를 보고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자살충동의 고통 겪는 쌍용차 노동자 한 둘이 아니다"
▲ 노동계는 "정신 건강을 잃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해 정부와 사 측이 조속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프레시안 |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A 조합원처럼 자살충돌을 느낄 정도의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가 한 둘이 아니란 점이 더 우려스럽고 심각하다"며 "이는 잔혹한 공권력과 회사가 함께 만들고 키운 사회적 질병인만큼 그 책임도 정부와 경찰, 사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와 폭력진압에 이어 강압수사와 노사합의 불이행,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의 고통을 증폭시키지 말고 심리적 안정을 위한 치료와 생계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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